[시사의창=이태헌 기자]올 가을 들어 최근까지 거창을 중심으로 한 경남북부 지역에 비와 흐린 날이 이어지면서 만생종 사과(부사)의 생육과 품질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어 농가들의 걱정이 크지고 있다.

잦은 비로 사과 껍질 갈리짐이 확산되면서 농가의 걱정이 크지고 있다.(Ai이미지)

기상청에 따르면 2025년 9월 전국 강수일수는 15.1일로 평년(9.3일)보다 크게 늘어 ‘이틀에 한 번 꼴’로 비가 내렸고, 월 강수량도 평년 대비 155% 수준으로 많았다. 특히 대기 불안정으로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잦았던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기후 특성은 남부권 사과 주산지의 과습·일조부족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다.

국내 언론 보도도 9월이 역대 2번째로 더웠던 9월이었고, 맑고 쾌청한 초가을 대신 잦은 강우와 뇌우가 반복됐다고 전했다. 고온 다습한 조건과 잦은 비는 과수원 토양을 장기간 젖게 해 과피(껍질) 조직을 약화시키고, 강우 직후 급수로 과육 팽창 압력이 커질 때 '과피 균열(껍질 터짐)'을 유발하는 대표적 배경으로 지목된다.

현장 피해는 구체적이다. 거창읍 장팔리 중산마을의 사과 재배 농민 권중효(62) 씨는 “수분이 과잉 공급되면서 11월 출하를 앞둔 부사 사과의 껍질이 가로로 갈라지는 피해가 늘고 있다”며 “껍질이 갈라진 과실은 과즙용 납품도 불가능해 손실이 더 커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역 농가들은 수확기 진입 전부터 평년 대비 30% 이상 수확량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표면 습윤(비·이슬)'이 미세균열을 만들고, 이어지는 급격한 수분 흡수·팽창이 균열을 확대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따뜻하고 습한 가을에는 탄저·겹무늬썩음·비터 rot(Colletotrichum spp.) 등 곰팡이성 병해의 2차 감염 위험이 커진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확장자료는 비터 rot 병원균이 최소 12시간 이상의 과실 표면 젖음에서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연구와 보고도 최근 비터 rot 등 Colletotrichum 계통 병해의 발생과 수확 후 손실을 확인하고 있다.

거창지역을 중심으로 사과 껍질 갈라짐피해가 심하다.(Ai이미지)

이 같은 기상·병해 조건이 겹치면서 착색 지연, 가용당도 저하, 선별·폐기율 증가, 방제비 상승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특히 9월 내내 비가 잦았던 만큼, 10월 초까지 이어진 흐림·소나기성 강수는 일조량 회복 지연으로 직결돼 만생종의 품질·물량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관련분야 전문가들은 현장 대응과 과제, 정책과 지원 분야를 다음과 같이 조언하고 있다.

첫째, 강우 직후 배수로 정비와 포장 피복(멀칭) 보강으로 토양 과습 지속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둘째, 수확시기 재조정이 필요하다. 일조부족·착색지연을 감안해 품질 저하 최소 지점에서 들어가는 전략이 유효하다.
셋째, 탄저·겹무늬·비터 rot 등 곰팡이성 병해에 대해 교호 살균제 적용과 상처 과실 조기 제거, 건조 조건 수확을 통해 2차 감염과 저장병을 줄여야 한다.
넷째, 균열 과실의 저장·유통 회피로 품질 리스크를 차단하고, 선별 과정에서의 혼입 최소화를 위한 공동규약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2023~2025년 기상 변동을 반영해 배수 인프라 상시관리, 수관 통풍 개선, 대목·수형 재구성, 위험 분산형 품종 포트폴리오 등 중장기 적응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 과수학·원예학 문헌도 불규칙한 수분 공급과 반복 표면 습윤이 균열·병해의 핵심 트리거임을 일관되게 확인한다.

정책·지원 제언
지자체와 유관기관은 ①10~11월 공동방제비·방제자재 긴급 지원, ②배수로 정비 지원단 운영, ③공동선별장 품질기준·보상체계 보완, ④농가 대상 기상·병해 동시경보 서비스 고도화 등을 검토해야 한다. 또한 기상청의 월별 기후특성·지역별 통계를 농정 현장과 연결해 예방형 지원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이태헌 경남취재본부장 arim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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