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태헌 기자]경남 거창지역 농협들이 경영 위기 속에서도 임원들에게만 관대한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의 늪에 빠졌다는 지적이 조합결산총회 시즌을 앞두고 제기되고 있다.
일부 농협들의 도덕적 해이가 지적되고있다.(ai이미지)
조합원들에게는 고금리와 연체율 급등에 따른 경영 악화를 이유로 '빈손 배당'을 예고하면서도, 정작 조합장과 이사 등 임원들은 고액 연봉과 회의 수당, 호화 해외여행 등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어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경영 어렵다며 배당은 찔끔, 임원엔 해외여행·거마비 펑펑"
거창 관내 7개 농협(거창·수승대·북부·동거창·남거창·거창사과원예·거창축협)이 다가오는 1~2월 정기총회를 앞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대출 연체율이 치솟고 부실채권이 급증하면서, 올해 조합원 배당률이 출자금 대비 1.5%조차 장담하기 힘든 '보릿고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합 살림이 쪼그라드는 상황에서도 경영진의 처우는 요지부동, 아니 오히려 '호화판'이다.
◆회의 한 번에 40만 원, 묻지마 해외연수… '선심성 퍼주기' 논란
지역 농업계에 따르면, 거창지역 대다수 농협은 연간 10~15회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하는 이사들에게 1~2시간 남짓한 회의 대가로 회당 30만~4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안건 심의라는 본연의 역할보다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지급되는 '거마비'는 줄어들 줄 모른다.
특히, 경영 위기론이 무색하게 연 1~2회씩 이뤄지는 '임원 해외여행'은 조합원들의 공분을 사는 주범이다. 조합 예산으로 거액의 여행 경비를 전액 지원하는 관행이 여전하며, 일부 농협은 선심 쓰듯 대의원들에게까지 여행 대상을 확대해 표심 관리에 나선 정황도 포착됐다.
이는 2027년 3월로 예정된 차기 조합장 선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현직 조합장들이 4년 임기(2023.3.21.~2027.3.20.)의 반환점을 돌면서, 재선을 위해 지역 내 영향력이 막강한 이사와 대의원들을 '관리'해야 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조합장은 'G80'에 기사까지… 농민 상대적 박탈감 심화
조합장의 처우 또한 '귀족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거창지역 조합장들의 연봉은 성과급을 포함해 8,000만 원에서 1억 원 수준에 달한다. 농촌 지역의 평균 소득을 감안하면 최상위급 대우다.
여기에 상당수 조합장은 업무용 차량으로 제네시스 G80급 최고급 대형 세단을 이용하며 전담 운전기사까지 두고 있다. 빚더미에 앉은 농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맬 때, 조합장은 고급 세단 뒷좌석에서 경영 위기를 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주인인 농민은 빈손, 머슴인 임원은 돈잔치"
지역의 한 원로 조합원은 "대손충당금 적립하느라 배당 줄 돈은 없다면서 한두시간 이사 회의참석에 40만원씩 수당을 지급하고 이사들 해외여행 보내줄 돈은 어디서 나는지 묻고 싶다"며 "조합을 위해 봉사해야 할 자리가 잇속을 챙기는 감투가 되어버렸다"고 성토했다.
조합의 주인인 농민은 배당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선출직 임원들이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기와 차기 선거를 위한 선심성 예산 집행에 몰두하는 행태는 협동조합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모럴 해저드다. 다가오는 총회에서 조합원들의 매서운 검증과 경영 쇄신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1~2월 열릴 각 농협의 정기총회는 조합원들이 직접 예산 집행 내역을 감시하고, 방만 경영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이태헌 경남취재본부장 arim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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