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태헌 기자] 보수적인 색채가 짙은 농촌 사회에서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마을 이장’ 자리에 여성들의 진출이 잇따르며 견고했던 ‘금녀(禁女)의 벽’이 무너지고 있다.
여성이장이 잇따라 선출되면서 '여성이장'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ai이미지)
특히 경남 거창군의 행정 중심지인 거창읍에서 불기 시작한 이러한 ‘여성 이장’ 돌풍은 단순한 마을 리더 교체를 넘어, 오는 6월 3일 실시될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판도까지 흔들 ‘우먼파워’의 진원지로 주목받고 있다.
◇ ‘남성 중심’ 관행 깨고 등장한 여성 리더들
거창읍 행정 최일선인 37개 행정마을(주민 4만여 명 거주)은 매년 연말을 전후해 마을의 최고 의결 기구인 ‘대동회(주민총회)’를 개최해 임기가 만료된 이장의 후임을 선출한다.
그동안 농촌 정서상 이장직은 으레 남성이 맡는 것이 관례였으나, 최근 2년 사이 거창읍 내에서만 3명의 여성 이장이 탄생하며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2024년 말 교촌마을과 동변마을에 이어, 2025년 말 웅곡마을 총회에서도 여성 지도자가 선출됐다.
비록 전체 비율로는 소수이지만, 보수적인 농촌 마을에서 주민들이 직접 투표나 합의를 통해 여성을 리더로 추대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마을부녀회장, 이장 넘어 정치 입문 ‘엘리트 코스’ 되나
주목할 점은 이번에 선출된 3명의 여성 이장 모두 ‘직전 마을 부녀회장’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수년간 부녀회장직을 수행하며 마을의 궂은일을 도맡았고, 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며 행정 능력과 봉사 정신을 검증받았다.
이제 부녀회장직은 단순한 봉사직을 넘어 여성 이장으로 가는 실질적인 ‘지름길’이자 ‘검증된 코스’로 자리 잡았다. 한 마을 주민은 “요즘은 힘쓰는 이장보다 행정 업무 능력과 주민을 살피는 섬세한 소통 능력이 더 중요하다”며 “부녀회장 시절 보여준 헌신이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라고 전했다.
이장 선출기준이 ‘성별’에서 ‘실질적 능력’으로 변하고 있다.(ai이미지)
◇ 6·3 지방선거, 농촌 ‘우먼파워’ 태풍 불까
지역 정가에서는 이러한 여성 이장 시대의 개막이 오는 6월 3일 치러질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을 단위에서 확인된 여성 리더십에 대한 주민들의 지지가 기초의원(군의원)이나 광역의원(도의원) 등 제도권 정치 진출을 꿈꾸는 농촌 여성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농촌 지역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비례대표 등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 마을 이장 선거를 통해 ‘여성도 충분히 지역을 이끌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역구 출마를 저울질하는 여성 후보군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고령화된 농촌 사회에서 돌봄, 복지, 다문화 등 생활 밀착형 이슈가 핵심 의제로 떠오르면서, 현장 경험이 풍부한 여성 리더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역의 한 정치 평론가는 “거창읍에서 확인된 여성 이장들의 약진은 농촌 유권자들의 표심이 ‘성별’에서 ‘실질적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며 “이번 6·3 지방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농촌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활발하고, 그 영향력이 표심으로 직결되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풀뿌리 자치의 최말단인 마을 이장에서 시작된 ‘우먼파워’가 지방의회까지 진출하는 나비효과를 불러올지,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에 지역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태헌 경남취재본부장 arim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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