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태헌 기자] 내년 6월 3일 치러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으나, 민주주의의 가장 기초적 토대인 ‘선거구 획정’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태헌 경남취재본부장
매 선거마다 반복되는 국회의 늑장 대응은 차치하더라도, 현행 기초의원 2인 선거구제가 낳은 폐해와 인구 비례 원칙을 상실한 경남 거창군 지역의 선거구 문제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양당의 ‘나눠먹기’ 수단으로 전락한 2인 선거구제
현행 공직선거법은 기초의원 선거구를 2~4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취지는 다양한 정치 세력의 의회 진입을 돕겠다는 것이었으나, 현실은 정반대다. 거대 양당은 2인 선거구를 고수하며 소수 정당이나 신인 정치인의 진입 장벽을 높여왔다.
실제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전국 기초의원 당선자 중 11.3%가 투표조차 거치지 않고 당선됐다. 경쟁이 사라진 ‘무투표 당선’의 대부분이 2인 선거구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이 제도가 ‘민의 반영’이 아닌 ‘양당의 기득권 보장’ 수단으로 전락했음을 방증한다. 유권자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를 선택할 권리를 박탈당한 채, 정당이 공천한 후보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다.
거창군, 인구 비례 무시한 기형적 선거구 ‘표의 등가성’ 훼손
거창군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방의원 선거구 획정의 대원칙은 인구 비례에 의한 ‘표의 등가성’이다. 그러나 거창군 기초의원 선거구 현황을 보면, 읍지역의 인구가 면지역에 비해 2배 이상 많은데도 불구하고 의원정수는 4:5로 면지역이 많은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인구 편차가 극심함에도 불구하고 의원 수 배정은 불합리한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다.
인구가 밀집된 거창읍(가 선거구)과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면 단위 지역 간의 의석 배분 불균형은 거창읍 지역 주민의 투표 가치가 다른 지역보다 낮게 평가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인구 편차 허용 범위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지역 간 불균형 발전을 가속화하는 원인이 된다.
거창읍 상림리의 법정행정리동을 상동과 원상동으로 기형적으로 갈라서 면지역에다 떼어 붙이는 누더기 선거구 획정도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바로잡혀야 할 부분이다.
‘3~5인 대선거구제’ 전환과 획정위의 독립성 확보 시급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초의원 2인 선거구를 폐지하고, 3~5인 대선거구제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 한 선거구에서 여러 명을 선출해야 소수 정당과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가 의회에 반영될 수 있다. 또한, 인구 변화를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선거구 획정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정치권은 선거일 직전에야 ‘벼락치기’로 조례를 개정하는 구태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거대 양당의 이해관계가 아닌, 시민의 대표성을 기준으로 선거구가 설계되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뿌리인 지방정치가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왜곡된 제도부터 바로잡는 것이 순서다.
지금처럼 인구 비례에도 맞지 않고, 양당 독점만 심화시키는 선거구제가 지속된다면 유권자들의 정치 외면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거창군민의 소중한 한 표가 동등한 가치를 지닐 수 있도록, 이제는 제도 혁신에 나서야 할 때다.
이태헌 경남취재본부장 arim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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