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태헌 기자] 국가를 위해 헌신한 원로들을 위로하는 보훈단체 총회 자리에서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국회의원 축전 낭독 직전 집단으로 행사장을 빠져나가 빈축을 사고 있다.
24일 열린 총회에서 구인모 거창군수(우측 끝)로부터 표창을 수여받은 참전용사들
24일 오전, 거창향군회관에서는 월남참전용사전우회 거창군지회(지회장 장병철)와 고엽제 전우회 거창지회(지회장 정규탁)의 연말 총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두 단체 회원 120여 명을 비롯해 구인모 거창군수, 이재운 거창군의회 의장, 박주언 도의원 등 지역 내빈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하지만 행사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상황은 내빈 축사가 끝난 직후 발생했다. 군수와 군의장, 도의원의 축사가 마무리되고, 지역 국회의원의 축하 전문이 낭독되기 바로 직전이었다.
이날 사회를 맡은 군청 직원이 “구인모 군수님께서 다른 바쁜 일정이 있어 자리를 뜨게 되었다”라며 양해를 구하자, 구 군수가 양해를 구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행사장을 나섰다. 문제는 그 직후였다. 군수가 이동하자 이재운 군의장과 박주언 도의원, 그리고 일부 군의원들까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줄지어 행사장을 빠져나간 것이다.
내빈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 이어진 국회의원 축전 낭독 시간은 텅 빈 내빈석과 함께 썰렁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갑작스러운 단체 이석 사태로 당초 식순에 계획되어 있던‘내빈 및 참석자 기념사진 촬영’마저 무산되는 파행을 빚었다.
이를 지켜본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행사에 참석한 한 원로 참전용사는 “같은 시간에 도대체 어떤 중대한 행사 일정이 겹쳐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군수가 일어서자 의장과 도·군의원들이 줄줄이 따라 나서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특히 지역구 국회의원의 축전이 낭독되기 바로 직전 식순에 이런 상황이 연출된 것은 단순한 우연이라기보다, 최근 지역 정가에 흐르고 있는 묘한 정치적 기류를 대변하는 것 아니냐”라며 뼈 있는 일침을 가했다.
고령의 참전용사들을 예우해야 할 자리에서 보여준 지역 정치인들의 사려 깊지 못한 의전과 행동이 연말 총회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와 유사한 상황은 전날인 23일 거창군 노인복지회관에서 열린 대한노인회 거창군지회 부설 노인대학 졸업식에서도 빚어져 노인회 회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태헌 경남취재본부장 arim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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