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태헌 기자]경남 거창군 행정이 거센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최근 군이 군정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업체 대표와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주민을 상대로 잇따라 형사 고소와 입건 절차를 밟으면서다. 군은 ‘법과 원칙에 따른 조치’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련의 과정이 흐르는 방향은 공교롭게도 ‘행정에 반기를 든 이들’을 향하고 있다.

이태헌 경남취재본부장


발단은 지난 16일 거창군이 발표한 냉난방기 교체 공사 관련 업체 고소 건이다. 군은 부실시공을 이유로 들었으나, 해당 업체는 이미 군의 지적에 따라 2025년 초부터 수개월에 걸쳐 재시공을 완료한 상태였다. 시공이 마무리된 지 한참이 지나서야 ‘보도자료’까지 내며 형사 고소를 공식화한 배경에 대해 해당 업체 대표는 군정에 대한 의혹 제기에 따른 ‘보복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고소당한 해당업체 대표는 최근 SNS를 통해 △화장장 부지내 현 공무원 산주 기부채납 미이행 의혹, △거창항노화힐링랜드 임시 계약직 벌목사고 의혹, △거창군청 관제센터 CCTV주민사찰 의혹, △2023년 군청 간부공무원 여경 성희롱 발언 시점에 군수도 동석했음에도 이를 숨긴 의혹 등을 꾸준히 제기해온 인물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행정소송에서 군을 이긴 주민 B씨를 향한 산림과의 대응이다. B씨는 석산 산지복구 관련 행정소송에서 지난 10월 승소했고, 현재 5,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런데 군은 지자체 공무원에게 부여된 특사경(특별사법경찰관리)의 권한으로 4년 전 이미 종료된 줄 알았던 사안을 꺼내 들어 B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군은 소송 자료에 포함된 자인 내용을 근거로 들었으나, 행정소송 승소에 이은 민사 배상소송이 한창 진행 중인 시점에 이루어진 ‘느닷없는 입건’을 순수한 법 집행으로만 바라볼 군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심지어 특사경에 대한 권한 남용우려 마져 제기되고 있다.

물론 위법 사항이 있다면 바로잡는 것이 행정의 본분이다. 하지만 그 칼날이 유독 행정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소송을 통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주민에게만 날카롭게 세워진다면, 이는 ‘공정’이 아니라 ‘위협’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특히 4년이 지난 사건을 이제야 입건하고, 재시공이 끝난 사안을 다시 고소하며 보도자료까지 배포한 행위는 지극히 ‘이례적’이다.

행정은 군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이 아니라, 군민의 삶을 돌보는 서비스다. ‘달인 행정’을 자처해온 거창군이 행정소송 패소라는 뼈아픈 결과 앞에서 보여야 할 태도는 치졸한 법적 대응이 아니라, 왜 주민이 소송까지 가야 했는지에 대한 통찰과 반성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사실상의 선거시즌에 접어든 특정 시기에 집중된 일련의 고소·고발이 주민의 입을 막기 위한 ‘재갈 물리기’라는 의구심을 지우려면, 거창군은 스스로의 행정이 과연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군민의 혈세로 치러지는 소송과 행정력이 ‘보복’의 수단으로 쓰인다는 의심을 받는 순간, 거창군 행정에 대한 신뢰는 회복하기 힘든 수준으로 추락할 것이다.

이태헌 경남취재본부장 arim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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