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태헌 기자] 경남 거창군의회 이재운 의장이 공식 석상에서 본분을 망각한 채 현직 군수를 향한 과도한 칭송을 이어가고 있어 지역 사회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거창군의회 이재운 의장의 처신이 빈축을 사고 있다.(ai이미지)

특히 내년 6월 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일 전 180일 제한 기간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이 의장의 이러한 행보가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까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5일 자 거창군민신문 하정용 대표의 칼럼과 지역 정가에 따르면, 이재운 의장은 취임 이후 각종 행사장에서 구인모 군수의 업적을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리며 이른바 ‘구비어천가(具飛御天歌)’를 부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칼럼은 이 의장의 태도를 일본의 ‘손타쿠(忖度·알아서 기는 행위)’에 빗대어 비판했다. 의회 본연의 역할인 집행부 견제와 감시 기능을 상실하고, 군수의 의중을 과도하게 살피며 ‘알아서 잘 딱’ 처리하는 하수인 같은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9월 17일 남하면 대야리 화장시설 건립 착공식에서 이 의장은 화장장 문제와는 무관한 거창읍 대동로터리 화장실 사업을 거론하며 구 군수를 치켜세워 빈축을 샀다. 당시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화장장 착공식에서 굳이 화장실 이야기를 해야 하느냐”, “의장의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반응이 나왔으며, 동료 의원들조차 고개를 내저을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의장의 ‘군수 띄우기’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일 바르게살기운동 거창군협의회가 주최한 ‘도덕성 회복 강연회’에서도 이 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도를 넘는 구 군수 칭송 발언을 쏟아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전직 군의원 출신의 지역 유지 A씨는 “의장의 인사말이 과도하게 품격을 잃어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었다”며 “마치 선거 유세장의 지원 유세를 듣는 것 같았다. 이는 군민을 갈라치기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으며, 의장으로서 할 말은 아니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같은 발언들이 의정활동의 연장선상인 민간 행사에서 잇따라 계속 반복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참석자들의 다수 전언에 따르면 지난 3일 '상공인의밤'행사에서 "구 군수의 추친력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라며 "특정사업들은 구군수의 결단으로만 가능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또 4일 여성단체 협의회 행사에서도 "거창군의 발전은 전적으로 구군수의 리더십의 결과"라며 선거를 앞둔 미묘한 시점에 선거법위반 소지가 농후한 발언들을 이어갔다는 것이다.

지역 정가와 군민들은 이 의장의 이러한 행태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선거법 위반 시비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2월 5일부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선거일 전 180일이 시작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활동에 대한 선거법 규제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현직 의장이 특정 입후보 예정자(현 군수)를 과도하게 홍보하거나 지지하는 발언을 반복하는 것은 사전선거운동이나 공무원의 중립 의무 위반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이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가 이 의장의 발언 수위에 대해 철저한 모니터링과 자제 요청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거창군선관위 관계자는 "군민여론과 현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행사장 인사말 녹취 등을 통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거창군의회는 집행부와 ‘수레의 양 바퀴’처럼 함께 가되, 견제와 균형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재운 의장이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핑계로 ‘구비어천가’를 계속 부른다면, 이는 군민의 대의기관인 의회의 권위를 스스로 추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선거 시즌에 접어든 만큼, 공인으로서 언행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때다.

한편, 본지는 이재운 의장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하고 용건을 문자로 남겼으나 닿지 않았으며, 4일 오후 4시30분경 "월요일 오후에 입장을 밝히겠다"는 문자만 보내온 상태라 추후 입장이 전달되어 전해오면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이를 충실히 보도할 방침이다.

이태헌 경남취재본부장 arim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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