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태헌 기자] 경남 거창군의회 총무위원회(위원장 김향란)가 거창읍 주민자치회와 연극제 관련 예산을 명확한 기준 없이 삭감했다가, 주민 반발과 여론을 의식해 본회의에서 스스로 되살리는 촌극을 빚었다.
22일 열린 거창군의회 본회의장 방청석이 가득 찬 만석이다.
22일 거창군의회에 따르면, 총무위원회는 지난주 상임위 예산안 예비심사 과정에서 거창읍 주민자치회 관련 ‘상동 맥주거리 경관조성사업’ 예산 70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문화 관련 예산에도 칼을 댔다. 당초 5000만 원이었던 ‘아시아1인극제’ 지원 예산은 2000만 원을 삭감해 3000만 원으로, 극단 ‘입체’의 연극작품 제작 및 공연 지원 예산은 10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줄여 의결했다.
그러나 삭감된 예산안은 불과 며칠 뒤인 22일, 제290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서 뒤집혔다. 본회의 현장에서 해당 예산안들에 대한 수정동의안이 발의됐고, 표결 결과 삭감됐던 항목들이 대거 부활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상동 맥주거리 예산 7000만 원은 전액 되살아났고, 아시아1인극제 예산은 1000만 원이 증액되어 4000만 원으로 확정됐다. 극단 입체 관련 예산 역시 삭감 없이 1000만 원 전액이 반영되는 등 상임위의 1차 심사 결과가 사실상 무력화되는 ‘번복’ 결정이 내려졌다.
문제는 예산 부활의 적절성이다. 특히 전액 되살아난 극단 ‘입체’ 예산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이러한 단체의 예산을 삭감했다가 본회의에서 아무런 제재 없이 살려준 것을 두고 “군민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충분한 검토나 설득력 있는 사유 없이 삭감을 강행해 ‘졸속 심의’를 자초한 상임위와, 방청객과 여론의 눈치를 보며 수정안에 찬성표를 던진 군의원들 모두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심도 있는 심사 없이 감정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예산을 난도질했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원칙 없이 철회했다는 지적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김향란 총무위원장은 “총무위 심의 안건이었지만 과정에서 내용 파악이 불충분했고, 상임위 결정이 다수결 원칙에 따르다 보니 삭감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예산 삭감을 주도했던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입장을 180도 바꿔 예산 부활에 동참한 행태는 의회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먹었다는 평가다.
주민 A씨는 “예산 삭감 소동의 가장 큰 책임이 있다 할 수 있는 총무위원장이 자신의 소관 상임위에서 삭감된 안을 본회의에서 입장을 빠꾸어 번본하는 것을 보니 기가 막힌다”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무능하고 무책임한 의원들을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상임위의 결정이 본회의에서 수정동의안 절차를 통해 번복되는 사례가 거창군의회에서 유독 잦은데, 이럴 바에야 상임위가 무슨 소용이 있나”라면서 “이번 예산 번복 사태는 군의원들의 함량 미달을 스스로 증명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단순한 예산 삭감과 부활의 과정을 넘어, 이번 사태는 거창군의회의 원칙 없는 ‘오락가락’ 행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로 남게 됐다. 군민의 뜻을 외면한 채 갈지자 행보를 보인 군의회에 대해 다가올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어떤 심판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태헌 경남취재본부장 arim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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