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태헌 기자] 거창군이 최근 논란이 된 신달자문학관 개관과 관련해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며 장문의 해명자료를 내놨다.

이태헌 경남취재본부장


군은 "주차 공간은 충분하고 특혜 논란은 해소됐다"고 주장했지만, 현장의 실상은 군의 해명이 얼마나 책상머리에서 급조된 '탁상공론'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 "직선거리 30m"?… 오르막길에 주차선 없고 지장물 널린 빈터 주차장이라 우기는 촌극

거창군은 해명자료에서 "문학관 인근 직선거리 30m, 66m, 121m 지점에 군 소유 부지와 국유지가 있어 주차에 문제가 없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눈 가리고 아웅' 식 행정이다. 군이 제시한 거리는 지도상 직선거리일 뿐, 실제 도보 거리는 각각 87m, 107m, 200m가 넘는다.

더 기가 막힌 것은 현장의 상태다. 주차장이라고 주장하는 곳들을 직접 가보니 주차 구획선조차 제대로 그어져 있지 않은 것은 물론, 각종 지장물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거창군이 주장하는 주차대수의 절반도 실제 주차하기는 여의치 않으며 가장 큰 12대 주차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행복마을 주차장은 오르막길을 200m이상 걸어야 해 사실상 주차장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 마을 정순하 노인회장은 "문학관이 위치한 곳은 오르막이 심한 길인데, 노인이나 방문객들에게 저 멀리 차를 대고 걸어오라는 게 말이 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 회장은 이어 "개관식 이전부터 주차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군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면서 "좁은 골목길에 방문객들이 노상 주차를 하게 되면 혼잡은 물론이고 기존 주민들의 생활 불편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고 꼬집었다. 주민들의 생생한 경고를 무시한 대가는 고스란히 지역 사회의 갈등으로 돌아오고 있다.

◆ 4억 5천만 원에도 안 팔린 건물, 수리비만 5억?… '배보다 배꼽'

예산 낭비 논란 역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해당 건물은 과거 활용도를 찾지 못해 매각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던 곳이다.

당시 공매 과정에서 매수희망자가 없어 4억 5천만 원까지 가격을 낮췄음에도 유찰될 만큼 시장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애물단지'였다. 그런데 거창군은 이 건물을 살리겠다며 이번 리모델링 공사에만 무려 5억 원의 혈세를 쏟아부었다.

정순하 노인회장은 "한때 4억 5천만 원에도 안 팔려 방치됐던 건물에 5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공사를 하는 행정을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혀를 찼다. 건물의 가치보다 더 큰 비용을 들여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배경에 의구심이 쏠리는 이유다.

◆ '방' 뺐으니 특혜 아니다?… 본질 외면한 면피용 해명

거창군은 "개인 집필 공간과 거주 공간(방)을 없애고 공공기능 중심으로 꾸몄으니 특혜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문학관의 본질은 내부 구조가 아니라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에 있다. 생존 인물의 이름을 내건 문학관을 지자체가 주도하여 건립하고 운영하는 것 자체가 이미 엄청난 특혜다. 물리적인 침실을 없앴다고 해서 특정인을 우상화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또한 "입법예고 기간에 반대 의견이 없었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한 것 역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먹고살기 바쁜 주민들이 관보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을 '찬성'으로 간주하는 태도는 오만하기 짝이 없다.

거창군의 이번 해명은 성난 민심을 달래기보다는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다. 현장을 무시한 도보 보행과는 무관한 직선거리 앞세우기, 주민 경고를 묵살한 일방통행, 그리고 경제성을 상실한 예산 집행까지. "사실은 이렇습니다"라고 말하기 전에 "현장은 이렇습니다"를 먼저 살폈어야 했다.

끝으로, 본지는 이번 지적이 한국 문단의 거목인 신달자 선생의 드높은 문학적 위상에 티끌만 한 흠결이라도 남기는 것을 깊이 경계한다. 본지의 칼날은 오로지 존경받아야 할 문인의 명망 뒤에 숨어, 자신들의 행정 과오와 예산 낭비를 정당화하려는 거창군의 궁색한 변명을 바로잡는 데 있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이태헌 경남취재본부장 arim123@daum.net

#거창군 #신달자문학관 #주차장논란 #탁상행정 #예산낭비 #혈세낭비 #정순하회장 #기자수첩 #시사의창 #이태헌기자 #경남취재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