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태헌 기자] 한 해를 마무리하고 서로의 노고를 격려해야 할 연말 송년 모임 자리가 때아닌 거창군수의 ‘언론 성토장’으로 변질되어 빈축을 사고 있다.

이태헌 경남취재본부장

지난 11일 본지(시사의창)는 거창군의 재정안정화기금이 1,600억 원 규모에서 500억 원대로 급감했으며, 이에 대해 거창군의회에서도 “곳간 바닥이 보인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내보낸 바 있다. 이는 군정의 살림살이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언론과 의회의 지극히 당연한 책무이자 지적이었다.

하지만 구인모 거창군수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구 군수는 본지 보도이후 최근 관내 각종 단체의 연말 송년 모임에 참석해 축사 마이크를 잡고는, 덕담 대신 언론 보도에 대한 강한 불쾌감과 궁색한 변명을 쏟아내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구 군수의 발언은 인사말의 앞뒤를 제외하면 사실상 90% 가까운 분량이 재정안정화기금 관련 보도에 대한 반박과 하소연으로 채워졌다고 한다.

구 군수는 이 자리에서 “재정안정화기금을 많이 보유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라고 주장하며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일축하려 애썼다. 급기야 “이걸 자꾸 군수가 돈을 많이 썼다고 하는데, 어디 제 마음대로 썼습니까”라며 항변하더니, “비판을 하려면 같이 해야지, 왜 자꾸 나만 가지고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식의 신경질적인 반응까지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체 회원들과 군민들이 모여 화합을 다지는 송년회 자리에서, 군정 최고 책임자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즐거워야 할 송년 분위기는 군수의 날 선 발언으로 인해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참석자들은 군수의 부적절한 처신에 인상을 찌푸려야 했다.

군수는 ‘공인(公人)’이다. 언론의 비판이 뼈아프다면 정당한 절차를 통해 해명하거나, 공식적인 브리핑을 통해 군민들에게 재정 운용의 기조를 설명하면 될 일이다. 기금 잔액이 1,600억 원에서 500억 원대로 줄어든 것은 ‘팩트(Fact)’이며, 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언론의 ‘의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민들이 모인 사적인 행사나 축하 자리를 빌려 특정 언론의 보도를 비난하고, “왜 나만 공격하느냐”는 식의 피해 의식을 드러내는 것은 선출직 단체장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성숙한 태도가 아니다.

“곳간이 비어간다”는 지적보다 더 뼈아픈 것은,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군수의 좁은 포용력일지도 모른다. 군민들은 변명하는 군수가 아니라, 살림을 알뜰히 챙기고 비판에도 귀를 여는 듬직한 군수를 원한다. 송년회장은 군수의 ‘해명쇼’를 위한 무대가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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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 경남취재본부장 arim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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