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태헌 기자]내년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거창군의회 일부 의원들이 본연의 임무인 ‘집행부 견제’를 망각한 채, 현직 군수의 3선 당위를 홍보하는 등 노골적인 줄 서기 행태를 보이고 있어 지역 사회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거창군의회 일부 의원들의 군수선거 지지발언이 문제가 되고 있다.(ai이미지)
특히 이재운 거창군의회 의장의 이른바 ‘구비어천가(현 군수 찬양 발언)’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일부 군의원들이 각종 공식·비공식 석상에서 구인모 군수의 지지를 호소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어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과 함께 의원 자질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지역 정가와 복수의 제보자에 따르면, 거창군의회 A의원은 지난 8일 저녁 열린 거창군청 공무원 모임인 ‘목민호반회(대성고등학교 동문 공무원 모임)’ 송년회 자리에 내빈으로 참석해 부적절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A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이 자리에 군수 선거를 준비 중인 김일수 도의원이 계시지만, 구인모 군수님이 한 번 더 군수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복수의 전언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장에는 내년 군수 선거 출마가 유력한 김일수 도의원이 참석해 있던 상황이었다. 경쟁 상대의 면전에서 사실상 현직 군수의 3선 지지를 호소하는 직설적인 발언이 나오자, 김 도의원을 비롯한 다수의 참석자가 아연실색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행태가 특정 의원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거창군의회 또 다른 B의원 역시 각종 행사장에 참석할 때마다 축사와 인사말 등을 통해 “지금까지 추진해 온 다양한 사업들을 완결시키고 행정의 일관성을 갖기 위해서는 구인모 군수가 3선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펴며 현 군수에 대한 지지를 우회적으로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의회는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 제1의 존재 이유다. 그러나 거창군의회 의장을 비롯한 일부 의원들이 오히려 집행부 수장의 치적을 홍보하고 3선 당위성을 설파하는 ‘전위대’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의회의 독립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은 물론, 선거의 중립을 지켜야 할 공직자의 윤리를 저버린 행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역 주민들의 시선도 싸늘하다. 군민 C씨는 “최근 몇몇 군의원들이 선을 넘는 과도한 칭송과 반복적인 현직 군수 3선 홍보는 군의원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명백히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임에도 불구하고 선거관리위원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제재와 함께 엄중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 등 법령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가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군의원의 경우 정당에 소속될 수 있으나, 특정 행사나 지위를 이용해 사전 선거운동에 해당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법적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이재운 의장의 발언 파문에 이어 동료 의원들의 잇따른 ‘구인모 군수의 지지를 호소하는 구비어천가’식 행보는 거창군 의정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철저한 진상 조사와 함께, 본분을 망각한 군의원들에 대한 지역 사회의 엄중한 심판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편 거창군선관위 관계자는 "군의원들의 문제성 발언에 대해 위법성 여부에 대한 내부 논의와 검토를 통해 적절히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태헌 경남취재본부장 arim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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