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태헌 기자] 13년 전 ‘신달자 문학관’ 추진 당시부터 특혜 시비와 공론 부족 논란을 낳았던 경남 거창군의 신달자 문학관 조성 사업이 4일 공식 개관식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제기돼 온 사업 취지 왜곡·특정인 특혜 논란, 지역 문인 배제 문제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논쟁을 정리했고, 어떻게 공감대를 확보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개관식을 앞둔 경남 거창군의 '신달자 문학관'(사진 거창군 제공)

신달자문학관이 들어선 건물은 애초 ‘출향문인 집필공간’으로 기획돼 2016년 대야리 문화마을에 2층 규모로 준공됐고, 총 사업비는 약 8억8천만 원이 투입됐다. 1층은 전시실·세미나실·강의실·사무실, 2층은 안방·손님방·거실·주방·옥상 데크 등 사실상 주거 기능을 갖춘 구조로 설계되면서 “공공 예산으로 특정 시인의 집필·거주 공간을 지어주는 것 아니냐”는 특혜 논란이 지역 예술인 사이에서 거세게 일었다.

당시 거창군은 출향 문인 집필공간이라는 이름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거창 출신 유명 여류 시인’을 겨냥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지역 문인들은 “지역 문학인과 학생·교사 등 군민이 함께 쓰는 공공창작공간이 아니라, 특정인에게 초점이 맞춰진 개인 집필실”이라며 반발했고, 관련 간담회와 토론회에서도 “공공시설을 개인 기념관·별장처럼 쓰게 할 수 없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논란이 커지자 군은 건물 명칭을 ‘거창 예술인의 집’으로 바꾸고 활용 방안을 재검토했으나, 결과적으로 이 공간은 장기간 제대로 쓰이지 못했다. 방치 기간이 길어지면서 한때는 군이 수차례 매각을 시도했다 유찰되는 등 ‘애물단지 건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후 거창군은 2020년부터 해당 건물을 ‘청년농창업지원센터’로 전환해 청년 농업인 숙소로 운영했고, 2024년 12월에는 국비 특별교부세 5억 원을 확보해 다시 한 번 리모델링을 단행했다. 2025년 6월 신달자 시인과 업무협약을 맺고, 7월에는 ‘신달자문학관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하면서 1층 전시·강의·북카페, 2층 전시실·수장고 구조의 문학관으로 재탄생시켰다는 것이 거창군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 과정이 ‘과거 논란에 대한 정리 → 사회적 합의 → 새로운 공공 역할 부여’라는 순서가 아니라, ‘이름과 용도 바꾸기 → 예산 투입 → 다시 개관’으로 흘러온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신달자문학관 조례안 입법예고 결과는 ‘의견 없음’ 한 줄로 정리됐고, 군이 홍보하는 ‘설립 관계자 회의’ 역시 어떤 기준으로 인사를 선정했는지, 과거 특혜 시비를 제기했던 지역 문인들이 참여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거창군은 이번 개관 보도자료에서 “지역 문학인의 창작 플랫폼이자 방문객들이 시인의 삶과 문학세계를 경험하는 열린 문화공간”이라고 강조하지만, 정작 지역 문단 내부에서는 “특혜 논란을 낳았던 설계와 추진 과정은 그대로 둔 채 간판만 ‘신달자문학관’으로 바꿔 단 것 아니냐”는 냉담한 시선도 공존한다.

일부에서는 “과거 사업 추진의 문제점을 공식적으로 평가·정리하고, 해당 논란을 겪었던 문인들과 군민이 참여하는 공개 토론이라도 한 번 거친 뒤에 문학관을 열었어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재정 측면에서도 질문은 남는다. 이미 8억 원대 건립비가 투입된 건물에 다시 5억 원 리모델링비가 들어갔고, 조례에 첨부된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2025년 이후 5년간 문학관 운영비로 약 4억2천만 원의 군비가 추가로 들어간다.

예산 규모를 감안하면, 사업 방향과 공공성에 대한 최소한의 공론화 과정은 필요했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행정 기록만으로는 그러한 절차를 찾아보기 어렵다.

신달자 시인의 문학적 성취와 별개로, 신달자문학관은 애초부터 ‘개인의 명예를 기리는 기념관’과 ‘지역 문학 전체를 품는 공공 플랫폼’ 사이에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오랜 기간 표류해 왔다.

이번 개관이 과거 특혜 시비와 활용 방안 논쟁을 정리하고 새 출발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과거 사업 추진의 무엇이 문제였는지, 지금은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군이 먼저 설명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이태헌 경남취재본부장 arim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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