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태헌 기자] (사)거창사건희생자유족회(회장 이성열)가 지난 16일 국회를 찾아 30년 가까이 표류 중인 ‘거창사건 배·보상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강력히 촉구했다. 고령의 유족들은 제22대 국회에서만큼은 반드시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며 여야 지도부에 호소했다.
이날 유족회는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직무대행), 추미애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신정훈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 신성범 정보위원회 위원장, 민홍철, 전현희 의원 등 국회 핵심 관계자들을 잇달아 면담했다.
이 자리에는 이성열 유족회장과 임원진, 이재운 거창군의회 의장 및 관계 공무원이 참석했으며, 산청유족회원 20여 명도 동참해 ‘거창·산청·함양사건’의 공동 해결을 위한 목소리를 높였다.
거창사건은 1996년 1월 ‘거창사건 등 관련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정으로 희생자의 명예회복 길은 열렸으나, 실질적인 배·보상 규정은 빠져 반쪽짜리 입법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후 2004년 제16대 국회에서 배상금 지급을 골자로 한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당시 정부의 재정 부담을 이유로 한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제17대부터 제21대 국회까지 법안 발의와 폐기만이 반복됐다.
현재 제22대 국회에는 지난 4월 신성범 의원이 대표 발의한 「거창사건등 관련자의 명예회복과 보상 등에 관한 특별법」과 11월 민홍철 의원이 발의한 「거창·산청·함양 사건관련자에 대한 배상 등에 관한 특별법안」이 각각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신성범 국회 정보위원장실을 찾은 거창사건희생자유족회
이날 면담에서 이성열 유족회장은 “거창사건은 전쟁 중이라 하나 순수한 양민이 국군에 의해 집단 학살당한 사건으로 위법성이 명백하다”며 “새벽부터 상경한 고령 유족들의 간절한 염원을 헤아려 이번 국회에서는 반드시 특별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당시 7세의 나이로 총상을 입고 가족 8명을 잃은 정재원 산청유족회 고문의 생생한 증언은 좌중을 숙연하게 했다. 정 고문은 “총을 3발이나 맞고 식구 10명이 끌려가 8명이 사망했다”며 참혹했던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윤성근 산청유족회장 역시 “2004년 거부권 행사 당시와 달리 지금은 대한민국의 재정 여건이 충분히 성숙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회의원 및 관계자들은 “희생자와 유족의 아픔에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국가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예산 추계, 법률적 검토, 사회적 공감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므로 꼼꼼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거창군은 현행 특별조치법에 따라 거창사건추모공원 조성 및 합동위령제 등 위령 사업을 지속하고 있으나, 유족들이 요구하는 실질적인 피해 배상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이태헌 경남취재본부장 arim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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