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태헌 기자] 경남 거창군의 지역 중추 산업이자 ‘거창석’이라는 브랜드로 명성을 떨쳐온 화강석 채석업계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대형 채석장들이 잇따라 가동을 멈추고 임금 체불 사태까지 빚어지면서, 채석 산업발(發) 경제 위기가 지역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 우려된다.

거창지역 유명 채석장이 지난 10월경부터 채석이 중단되고 있다.(ai이미지)

거창군 내 허가된 18개 화강석 채석장 중 규모와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지역 으뜸으로 꼽히는 위천면 소재 ‘A채석장’이 지난 10월경부터 사실상 가동을 중단했다. 원인은 심각한 자금난에 따른 직원 임금 체불이다.

A채석장은 직·간접적으로 종사하는 직원과 그 가족의 수만 수백 명에 달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한 곳이다. 그러나 추석 이후 임금 지급이 불투명해지면서 채석 작업이 전면 중단되었고, 노동자들의 생계가 위협받으며 지역 실물 경제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비단 A채석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에 앞서 주상면 연고리에 위치한 ‘B채석장’ 역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올해 초부터 가동을 멈춘 상태다. 지역 석산업계의 축이 흔들리면서 연쇄 도산의 공포가 업계 전반을 짓누르고 있다.

본지 취재진이 A채석장 측에 사실 확인을 위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업체 관계자는 “현재는 채석을 않고 있다”며 가동 중단 사실만 인정했을 뿐이다. 임금 체불 여부와 향후 대책을 묻자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책임자와의 연결을 거부하는 등 구체적인 해명을 피했다.

지역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자원 고갈’과 ‘구조적 한계’에서 찾고 있다.

한 석산업계 관계자는 “거창지역 채석업계가 침체된 가장 큰 원인은 자원 고갈”이라며 “기존 채석장 주변 부지의 추가 확보를 통한 확장이 환경 규제 등으로 어려워지면서 양질의 화강석 채취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좋은 돌이 나오지 않으니 생산량이 줄고,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이 중국산 화강석과 콘크리트 등 대체재로 넘어가는 추세”라며 “거창 화강석 업계가 경쟁력을 잃고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일부 채석장은 고부가가치의 건축용 화강석 채석을 포기하고, 레미콘 자재로 사용되는 일반 골재 생산으로 업종을 전환해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창군의 효자 산업이었던 화강석 채석업계의 몰락은 단순한 기업의 폐업을 넘어 지역 일자리 감소와 소비 위축이라는 악순환을 예고하고 있다.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 무너지지 않도록 관계 당국의 면밀한 실태 파악과 체불 임금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중재 노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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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 경남취재본부장 arim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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