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태헌 기자] 거창군이 16일 배포한 ‘의료법인창녕서울의료재단의 거창군립노인요양병원 위탁운영 기간 중 채무액 청구소송 사실관계는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해명자료는, 제목과 달리 시사의창이 그동안 보도해 온 기본 사실관계를 대부분 그대로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의창은 앞서 단독 보도를 통해 위·수탁 기간, 수입·지출 규모, 정산금 산출 근거, 해지·소송까지의 경과와 양측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전한 바 있다. 그러나 거창군 해명서(본지 16일자 원문 게재)는 이 기사들에서 이미 공개된 내용과 큰 차이가 없는 숫자와 연표를 나열하면서도, 정작 어느 대목이 ‘사실과 다르게 보도됐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거창군은 해명자료에서 2023년 4월 1일부터 5월 11일까지의 위탁 운영기간 동안 발생한 수입이 공단청구금과 본인부담금을 합해 1억 9,654만 8,717원, 지출이 인건비 등 2억 5,149만 8,285원이며, 그 결과 정산금 5,494만 9,568원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사의창이 소장과 관련 자료를 토대로 이미 보도한 수치와 사실상 동일하다.
또한 군은 위·수탁 해지 이후 정산결과를 통보하고, 채무 변제를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수탁법인 측이 이에 응하지 않아 결국 소송에 이르렀다는 경위를 소개했다. 이 역시 ‘2023년 5월 12일 해지 수용 이후 2024년 11월 소 제기까지 약 1년 6개월이 소요됐다’는 시사의창의 기존 기사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해명자료는 “사실관계를 바로잡는다”는 형식을 취하면서, 마치 언론 보도에 중대한 오류가 있는 것처럼 서두를 열고 있다. 그러나 실제 내용을 뜯어보면, 시사의창의 기사들이 이미 담고 있던 정산 구조와 소송 경위, 협약 해지 과정 등을 오히려 군 스스로 재확인해주는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군이 지적하고자 한 ‘보도의 문제점’은 설득력 있게 드러나지 않는다.
논쟁적 대목에서도 군 해명은 기사에서 제기된 쟁점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채, 자기 입장을 반복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시사의창은 이번 사태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로 ‘인수인계 프로토콜 부재’를 짚으며, 공유재산 목록 인수인계만으로는 재무·정산 데이터, 전 수탁자와의 관계 정리까지 포함한 체계적인 인수인계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거창군은 “협약서 제5조에 따라 사용·수익 공유재산 목록을 인수인계해 병원 운영에 지장이 없도록 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시설·장비 목록 수준의 이야기일 뿐, 기사에서 문제 삼은 ‘표준화된 정산·재물조사 프로토콜’의 부재 논란과는 거리가 있다.
운영비 지원 약속을 둘러싼 쟁점도 마찬가지다. 시사의창은 소장과 답변서에 근거해, 수탁법인 측이 “보건소장으로부터 운영비 3억 원(당초 2억 원+추경 1억 원)과 4월분 운영비 군 부담에 대한 구두 약속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이에 군이 “독립채산제 원칙과 서면 약정 부재”를 들어 부인하고 있다는 공방 구조를 있는 그대로 소개했다. 그 위에 ‘구두 논의가 뒤늦게 진술로 충돌하며 분쟁 리스크를 키웠다’는 평가를 덧붙인 것이다.
그러나 거창군 해명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에 대비해 2023년 당초예산에 2억 원을 확보했고, 추후 재정적 어려움이 있으면 추경으로 지원하겠다는 일반적 설명을 여러 재단에 공통적으로 했다”는 취지로 답하면서, 특정 재단과의 구체적 구두 약속은 없었다고 강조한다. 이 설명 역시 시사의창이 이미 기사에서 전한 군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서면화되지 않은 재정 논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구조적 비판에는 충분한 답이 되지 못한다.
협약 해지와 감독 책임, 소송의 정치적 맥락에 대한 인식 차이도 해명자료와 보도 사이의 주요 갈등 지점이다. 군은 “해지 통보를 먼저 한 것은 수탁법인이며, 협약에서 정한 60일 전 사전 통보 의무를 지키지 않아 환자 서비스 유지에 어려운 비상 상황이 초래됐고, 이에 따라 불가피하게 해지를 수용했다”고 강조한다. 반면 시사의창은 동일한 연표를 전제하면서도, 결과적으로 조기 해지와 직영 전환을 통해 군이 직·간접 비용과 소송 리스크를 떠안게 된 만큼, 협약 설계와 위기 관리, 중재 노력 등에 빈틈이 없었는지 짚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소송 상대방이 내년 지방선거 거창군수 선거 출마가 거론되는 인사라는 점과 관련해서도, 군은 “정산금 채무액을 법적으로 정리하기 위한 소송일 뿐 보도 내용과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시사의창은 지역사회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치적 해석을 소개하면서도, 최종 판단은 법원의 법률 심리를 통해 가려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온 바 있다. 이 역시 ‘사실관계 왜곡’이라기보다는 사건을 둘러싼 정치적 맥락을 어느 수준까지 기사에 반영할 것인가에 대한 시각 차이에 가깝다.
결국 이번 해명자료는, 거창군이 “사실관계는 이렇다”고 주장하며 내놓은 문건이 수치·연표·기본 구조 면에서 시사의창 보도와 대부분 일치한다는 점을 스스로 확인해 준 셈이라는 점에서 아이러니를 낳고 있다. 즉, 언론 보도가 사실을 왜곡했다기보다, 군 행정의 책임과 판단에 대한 평가를 둘러싼 견해 차이가 핵심인데, 해명서는 이를 ‘사실관계 논쟁’으로 포장하려다 오히려 기존 보도의 정확성을 재확인해 준 모양새가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군의 해명 이후에도 여전히 남는 쟁점은 무엇인가. 첫째, 단기 위탁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공유재산 목록에 그친 인수인계 수준이 공공병원 위·수탁에 걸맞은 표준화된 인수인계·정산 프로토콜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둘째, 여러 수탁 후보에게 공통적으로 했다는 운영비 지원 설명이 현 수탁자에게 어떻게 전달됐고, 왜 서면으로 명확히 남지 않았는지, 그 결과 발생한 해석 차이에 대한 행정 책임 문제다. 셋째, 해지 수용 이후 1년 6개월 동안 사실상 공백 상태가 지속된 끝에 소송이 제기된 경위와, 그 사이 군이 취한 조치들이 적정했는지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다.
아울러 코로나 한시 지원금 2억 원, 전 수탁자에게 귀속된 2022년 12월 진료비 2억 3천만 원 등 운영비 지원과 관련한 재정 집행이 법률과 조례, 위·수탁 협약의 취지에 정합하게 이뤄졌는지 역시 분명한 설명이 요구된다. 특히 거창군이 “편법 지원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만큼, 향후 법원 판결과 감사 결과 등을 통해 공공병원 위·수탁 구조 전반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소송은 단순히 5,494만 9,568원 정산금 책임 소재를 가리는 문제를 넘어, 지방 공공의료기관 위·수탁 방식의 취약성과 행정의 리스크 관리 능력을 드러낸 사건이다. 거창군이 사실관계를 둘러싼 공방에 머무르지 않고, 인수인계·재정 약속·감독 체계 등 구조적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고 제도 개선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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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헌 경남취재본부장 arim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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