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태헌 기자]경남 거창군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169일 앞둔 16일, 1천억 원 규모의 대형사업 본격 추진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대대적으로 배포해 ‘선거용 치적 홍보’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선거용 치적 홍보 논란에 휩싸인 거창군(ai이미지)
현행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전 180일부터 지방자치단체장의 성과를 알리는 홍보물 배부 등이 엄격히 금지되는 시점인 만큼, 이번 발표가 순수한 군정 홍보의 영역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창군은 16일 기획예산담당관과 안전총괄과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남부우회도로 개설(489억 원) ▲거창교 재가설 및 재해예방사업(403억 원) ▲투자선도지구 하이패스 전용 IC 설치(100억 원) 등 총 1,000억 원이 넘는 대형 SOC 사업이 확정되어 거창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발표 시점과 내용이다. 2026년 6월 3일 치러질 지방선거를 기준으로 이미 지난 12월 초부터 단체장의 업적 홍보가 제한되는 ‘D-180일’ 기간에 돌입했다. 그러나 거창군은 이날 자료에서 "거창군이 지속적으로 중앙부처를 설득하고 국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라며 이를 현 집행부의 결정적 성과로 포장했다.
특히 구인모 거창군수의 "도시 인프라 확충은 단순한 건설사업이 아니라, 군민의 안전을 지키고 도시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과정"이라는 발언을 싣는 등, 현 군수의 행정 능력과 비전을 부각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번 보도자료에 포함된 사업들이 대부분 과거에 이미 확정된 사안이라는 점을 들어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남부우회도로는 2021년 제5차 국도건설 5개년 계획에 확정된 사업이며, 거창교 재가설 관련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선정 또한 지난 9월에 결정된 사안이다.
이미 알려진 사업들을 이 시점에 다시 묶어 "거창군 1천억 규모 대형사업 본격 추진"이라는 타이틀로 재가공해 내놓은 것은, 선거를 앞두고 주민들에게 현 군수의 치적을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거창군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거창군청 안전총괄과 김성국 과장은 "지난 1년간의 추진사업과 그 성과를 연말을 맞아 종합정리해 군민에게 알려드리는 차원이지 그 어떤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거창군 홍보담당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평소에도 해오던 일상적인 기획보도 홍보자료이며 선거를 염두에 둔 자료배포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행정의 연속성 상에서 진행되는 사업 알리기 일 뿐, 정치적 의도는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제86조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홍보물 발행·배부·방송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업적을 알리는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록 언론사를 통한 보도자료 배포가 통상적인 업무로 간주될 수 있으나, 그 내용이 지나치게 성과 위주로 재구성되어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오해의 소지는 여전하다.
한편, 거창군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제기된 논란에 대해 적법성 여부를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보도자료에는 "전국 지자체에서 벤치마킹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안전도시 구축에 한발 다가섰다" 등 자화자찬성 표현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선 이미지 메이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의 알 권리 충족이라는 명분과 ‘관권 선거’ 의혹 사이에서, 행정의 순수성을 입증하기 위한 거창군의 신중한 태도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태헌 경남취재본부장 arim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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