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봄부터 가을까지, 우리는 척수장애인 지역사회복귀훈련이라는 이름의 여정을 함께 걸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훈련이 아니라,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는 과정이었다. 사고 이후 휠체어에 앉은 이들이 다시 세상과 마주하기까지, 그들의 발걸음은 느렸지만 확실했다.

김경진(사)경남척수장애인협회 거창군지회장(사진 우측)


훈련을 시작할 때 대부분의 훈련생들은 ‘밖에 나가는 것’조차 큰 용기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표정이 바뀌고, 말투가 바뀌고, 마음이 달라졌다. 마트에서 반찬을 고르고, 빵집에서 직접 계산을 하고, 은행 창구에서 “제가 해볼게요”라며 자신 있게 말하던 순간들은 그들의 인생이 다시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장면이었다.

우리가 하는 훈련은 기술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 휠체어 이동이나 트랜스퍼, 생활동작훈련 같은 실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믿게 하는 과정이다. 처음엔 주저하던 손이, 어느새 혼자 문을 열고 나간다. 훈련생들의 변화는 그들의 몸보다 마음이 먼저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나는 현장에서 수없이 그 장면을 보았다. 작은 변화가 쌓여 큰 회복이 된다. “이제는 휠체어가 부끄럽지 않아요. 세상도 저를 다르게 보지 않아요.” 어느 훈련생이 한 이 말은, 우리가 이 일을 하는 이유를 단 한 문장으로 설명해 준다.

이번 복귀훈련은 단지 몇 명의 훈련생이 세상으로 나오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었다. 거창군청과 경남협회, 그리고 수많은 지역 상점과 기관들이 손을 내밀었다. 마트와 카페, 영화관, 은행까지 휠체어를 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지역복귀의 첫걸음이었다. 한 사람의 변화가 지역의 변화를 이끌고, 그 지역의 따뜻함이 또 다른 사람의 용기를 만들어냈다.

나는 올해의 프로그램을 마치며 새삼 깨닫는다. 복귀훈련의 본질은 재활이 아니라 ‘동행’이다.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일, 옆에서 기다려주는 일, 그리고 “괜찮아요. 천천히 해요.”라고 말해주는 일이야말로 가장 큰 훈련이다. 척수장애인의 사회복귀는 결국 혼자의 힘이 아니라 함께의 힘으로 완성된다.

2025년의 훈련은 끝이 났지만, 우리의 여정은 계속된다. 휠체어가 멈춘 자리에 희망이 자라고, 희망이 생긴 곳에 다시 삶이 시작된다. 우리는 내년에도 또 다른 누군가의 ‘첫 걸음’을 함께할 것이다.
“다시, 일상으로. 그러나 혼자가 아닌 함께로.”
이 한 문장이 올해 복귀훈련의 결실이자, 거창군지회의 변함없는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