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의 한 범죄단지, 일명 웬치라 부른다. 제보자 A씨가 단지 안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이다. 총 8개의 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 속 승합차 앞에서 조직원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여행용 캐리어를 차량에서 꺼내고 있다./사진=제보자 제공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시사의창은 수소문 끝에 캄보디아 접경지역에 위치한 범죄단지들을 업무(제보자의 요청에 따라 업무 내용은 밝히지 않기로 함) 차 드나들며 현지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는 A씨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보다 자세한 현지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선 언론보도를 통해 여러 번 언급된 프놈펜, 시누아크빌의 범죄단지들은 범죄단지 중에서도 그나마 양호한 편에 속한다는 그의 말이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고문을 당하고 죽어나가는 곳이라 알려진 프놈펜이나 시누아크빌도 무서운 곳이지만, 이 두 곳은 사실 캄보디아의 수도이거나 중심부 쪽에 있거든요, 그런데 캄보디아 접경지역에 위치한 범죄단지들은 끌려가면 그냥 죽는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살벌한 곳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유인 즉, 타 범죄단지로 잡혀온 사람들을 인질로 그들이 가족에게 몸값을 요구하는데 조직원들의 입장에서 별로 돈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몸캠이나 보이스피싱 등 다른 업무를 강제로 시킨다는 것. 하지만 이 또한 실적이 나오지 않으면 최후의 보루로 돈을 받고 다른 범죄단지로 판다는 것이다.

그렇게 다른 범죄단지로 팔려나간 사람들이 가는 곳은 대부분 접경지역에 위치한 범죄단지들이다. 이곳으로 다시 팔려온 사람들의 경우 돈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마지막 수단으로 장기적출도 행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프놈펜이나 시누아크빌로 끌려간 사람들이 실적도 나쁘고 돈이 안 된다 싶으면 마지막으로 보내는 곳이 접경지역 쪽에 있는 외곽의 범죄단지거든요. 제가 다녀온 곳들 중 ‘바벳’이라는 범죄단지가 있는데, 그런 곳이 정말 무서운 곳이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가 직접 범죄단지를 보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당시 모습을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범죄 단지는 고압 전기가 흐르는 철조망, 무장 경비원, 방범 카메라 등으로 이중·삼중의 철통 보안이 이뤄져 있다. 노동자들은 이곳에 사실상 불법 감금된 상태다.

캄보디아의 한 범죄단지, 일명 웬치라 부른다. 제보자 A씨가 단지 안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이다. 총 8개의 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은 범죄단지 안에서 바라본 모습./사진=제보자 제공


바벳의 한 범죄단지의 경우 8개 동의 건물이 모여 있으며, 각 건물은 저마다 범죄행각을 벌이는 성격이 다르다고 그는 말한다. 납치되어 끌려온 사람들은 다양한 범죄행위에 강제적으로 가담해야 한다. 딥페이크 영상 기술로 사람들을 유혹해 돈을 받아 챙기는 몸캠 사기를 벌이는 건물동이 있는가 하면, 보이스피싱 만을 하는 건물동이 있고, 온라인카지노에서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배팅을 하면 실제로 카메라 앞에서 배팅하는 사람들을 대신해 도박 테이블 앞에서 배팅을 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건물동이 있는 등 각 건물마다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한 각 작업장 내부는 마치 감옥과 유사한 형태로 되어 있으며, 심지어는 고문 전용 방도 있다고 그는 말했다.

단지 전체가 높은 벽으로 360도 원천 봉쇄되어 있으며, 일반인의 출입은 절대 불가능하다. 간혹 단지 안으로 들어가고 나올 때 출입가드 확인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한마디로 단지 안에서 나올 때 출입카드가 없으면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는 말이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옥의 죄수처럼 이곳에 갇혀 지내지만, 극소수의 인원은 아침·저녁으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그 극소수의 인원은 대부분 온라인 카지노 개발자 및 딜러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범죄단지 내에서 조직원들이 운동할 수 있는 운동장이나 족구장도 있고, 대형 식당이 있는 등 그 대규모 단지 내에서 모든 걸 다 할 수 있게끔 조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범죄단지들은 캄보디아 정부와 철저하게 유착되어 있어 한국 정부에서 어떠한 행정력을 펼치느냐가 관건이라 그는 말했다.

캄보디아의 한 범죄단지, 일명 웬치라 부른다. 제보자 A씨가 단지 안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이다. 총 8개의 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은 범죄단지 안에서 바라본 모습./사진=제보자 제공


수치로 보는 캄보디아의 현실, 한국 정부의 ‘한숨’

그렇다면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현지 교민사회의 분위기는 어떨까. 시사의창은 앞서 제보를 한 A씨를 통해 현지 분위기에 대한 생생한 분위기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듯이 캄보디아 교민사회의 분위기는 매우 술렁이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 “일부는 잇단 보도로 인해 캄보디아 전체가 ‘범죄 국가’로 비칠까 우려하는 반면, 또 다른 일부는 이번 기회에 한국과 캄보디아 정부가 공조해 범죄 조직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A씨는 “이곳에 사는 한국 교민이 1만 명이 넘는데 분위기가 엇갈린다”며 “한쪽은 언론 보도로 교민 이미지가 나빠질까 걱정하고, 다른 쪽은 이번에 범죄를 완전히 근절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캄보디아 곳곳의 범죄단지들의 행태와 캄보디와 정부나 경찰과의 유착에 대해서는 아마 상당수의 교민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이러한 대규모시설들의 범죄행위에 대해 자국에서 방치하다시피 하는데 타국의 경찰이 과연 이들을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고 덧붙였다.

A씨의 설명에 따르면 캄보디아 현지 교민사회는 불안감과 피로감이 뒤섞인 분위기다. “어느 나라든 범죄는 있지만, 한국 언론이 너무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캄보디아 전체가 범죄 소굴처럼 비칠까 걱정된다”는 A씨는 “우후죽순 쏟아지는 캄보디아 관련 뉴스들을 보면 일부 과장된 보도도 있는 것 같다”며 이 뒤숭숭한 분위기가 하루빨리 정리되어 교민들도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캄보디아 정부에서 이러한 대규모 범죄시설들을 방치하다시피 하는 이유는 뭘까. 그 이유에 대해 A씨는 “이건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현재 캄보디아 곳곳의 범죄단지에 있는 조직원들의 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으며, 그들이 캄보디아에서 소비하는 수준이 상당하다”며 “현지 국민들의 피해가 매우 미비하기 때문에 정부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범죄조직과 캄보디아 수사기관이나 정부 고위층 인사와의 검은 커넥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했다.

캄보디아 범죄단지에 갇혔던 B씨가 구조 요청을 위해 보냈던 텔레그램 메시지./박찬대 의원실 제공


재캄보디아한인회에 따르면 현재 범죄단지로 알려진 ‘웬치’에서 탈출해 귀국한 한국인은 400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의 약 200명에서 두 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아직 연말까지 두 달 이상 남아 있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 정부가 지난달 일부 지역에 여행경보를 발령하고, 최근에는 프놈펜의 여행경보를 ‘2단계 여행자제’에서 ‘2.5단계 특별여행주의보’로 상향하면서 한국인 관광객 발길도 크게 줄었다. 제보자 A씨에 따르면 실제로 프놈펜 남쪽 약 20㎞에 위치한 떼쪼 국제공항 입국장에서는 한국인을 찾아보기 어려우며, 작년까지만 해도 공항에 오는 한국인 손님이 많았는데 올해 들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캄보디아 한인사회의 불안감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지 교민들은 “범죄 확산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교민 사회는 물론 양국 관계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캄보디아에만 수십여 곳의 범죄단지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 캄보디아에서 이러한 대규모의 범죄단지들은 사실상 치외법권에 가깝다. 캄보디아의 부패인식지수는 2024년 기준 180개국 중 158위였다. 또한 2025년 국경 없는 기자회의 언론자유지수 조사에서 세계 180개국 중 161위로 '매우 나쁨' 범위에 위치한 나라이기도하다. 뿐만 아니라 국제앰네스티가 2025년 6월 캄보디아 범죄단지에 대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 전국의 범죄단지는 최소 53곳이 존재하는데, 캄보디아 정부의 수사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들 중 최종 폐쇄된 곳은 겨우 2곳에 불과했다. 20여 곳은 수사가 진행되긴 했으나 폐쇄도 처벌도 없는 등 그냥 흐지부지 종결되었다. 한국 수사기관과의 공조가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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