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김세전 기자] “10년 전, 밤 11시에도 갈 수 있는 식당이 넘쳐났는데 지금은 대부분 문을 닫는다.”
한국을 오랫동안 방문해온 외국인들이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사회가 ‘활기찬 집단문화’에서 ‘조용한 개인사회’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 밤이 짧아진 도시, 사라진 올빼미 문화
“한국은 예전엔 분명히 밤의 나라였다.”
한 외국인은 “예전엔 퇴근 뒤 회식이 당연했고, 새벽 2시에도 문 연 식당과 카페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며 “지금은 10시만 돼도 불이 꺼진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거리두기와 영업제한이 풀렸지만, 도시는 예전만큼의 밤을 되찾지 못했다. 24시간 카페는 사라졌고, 심야 편의점조차 인건비 부담으로 문을 일찍 닫는다. 이태원·강남 등 ‘불야성’의 상징이던 거리도 조용해졌다. 외국인들은 “한국의 밤이 잠들었다”고 표현했다.
■ “더 개인적으로, 더 디지털하게”
팬데믹은 한국의 일상을 완전히 바꿨다.
배달앱과 쿠팡의 영향력은 급격히 커졌다. “쇼핑하러 밖에 나갈 이유가 없다”는 외국인들의 말처럼, 외식 대신 ‘문 앞 배달’이 기본이 됐다. 키오스크 주문이 늘고, 사람과 사람의 대화는 줄었다.
한 외국인은 “이제는 식당 직원이 말을 걸지 않는다. 심지어 배달원도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며 “편리하지만 덜 인간적인 사회가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국인은 “사람들이 카페 대신 휴대폰 화면 속에서 늦은 밤을 보낸다”고 전했다.
■ “패션도, 라이프스타일도 훨씬 느슨해졌다”
패션의 변화도 뚜렷하다. 2010년대 초반 한국을 방문했던 한 외국인은 “그때는 모두 단정하고 세련된 옷차림이었는데, 지금은 헐렁한 옷과 크록스가 대세”라고 했다.
젊은 세대의 옷차림은 미국 대학생들처럼 편안하고 자유로워졌다.
또한 타투가 일상화되고, 흰색 자동차가 늘었으며, 운동과 다이어트, 제로칼로리 음료가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한 외국인은 “한국 사람들이 훨씬 건강에 신경 쓰지만, 역설적으로 인간적인 온기는 줄었다”고 말했다.
■ “변한 건 밤문화만이 아니다”
외국인들은 코로나 이후 한국 사회의 경제·문화적 변화도 예리하게 짚었다.
“편의점의 파운드 케이크가 1,000원에서 2,900원이 됐다”는 체감 물가,
“피자 한 판이 두 배 가까이 올랐다”는 생활비,
그리고 “빈 점포가 늘어난 거리” — 모두가 코로나 이후의 현실이다.
또한 남녀 간의 갈등, 세대 간의 거리감, 외국인 혐오 등 사회적 긴장도 일부 외국인들이 언급한 변화다. “한국은 여전히 역동적이지만, 그 역동이 사람 사이의 관계보다는 기술과 소비로 옮겨갔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 “그래도 여전히 매력적인 나라”
그러나 변화 속에서도 한국에 대한 호감은 여전하다.
“도로와 인프라는 더 좋아졌고, 공기질은 개선됐다. 한국은 여전히 안전하고 질서 있는 나라다.”
한 외국인은 “서울의 밤은 조용해졌지만, 한국의 에너지는 여전히 깨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국인은 “한국의 변화는 세계의 변화와 궤를 같이하지만, 그 속도와 세련됨은 여전히 한국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코로나 이후, 한국은 더 조용하고 더 개인적인 나라가 되었다.
밤은 짧아졌지만, 기술과 효율은 그 빈자리를 채웠다.
외국인들의 눈에 비친 오늘의 한국은, ‘달라진 나라’이자 ‘여전히 특별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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