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거창군 화장장 관련 예산삭감 뒷 이야기

이태헌 경남취재본부장 승인 2024.09.07 15:58 | 최종 수정 2024.09.07 17:08 의견 0
이태헌 경남취재본부장


[시사의창=이태헌 기자]거창군 화장장 건립사업 추진과 관련한 용역예산(2억3천만 원)이 전액 삭감되는 과정에서 군의회 내부의 민낯과 집행부의 안일함 등이 지적되면서 이런저런 뒷얘기가 무성하다.

집행부 군의회에 예산승인요청→총무위원회 심의(3:2통과)→예산결산특별위원회(수정동의안 발의로 6:3 삭감)→제4차 본회의 상정 (삭감된 예결위 수정안)→‘삭감예산 되살리자’라는 수정동의안 발의됐으나 채택되지 못함(찬3:반4:기2)→예결위 수정안 표결 가결(9인 중 찬6:반1:기2)로 화장장 용역예산 삭감,

‘살렸다→죽였다→살려달라 CPR→끝내 사망 판정’이 거듭된 군의회 화장장 건립 관련 용역예산 2억3천만 원 삭감 과정을 거치는 동안 군의회의 민낯도 드러났다.

화장장 건립사업의 소관 상임위인 총무위에서는 관련 용역 예산안에 대해 삭감을 주장하는 측과 원안 통과를 주장하는 양측으로 나눠 팽팽히 맞서면서 3:2로 겨우 원안 통과되었다.

그러나 의장을 제외한 10명의 군의원 전원이 참석한 지난 5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용역예산 전액 삭감을 주장하는 수정동의안이 발의되고 이를 다수 군의원이 받아들이면서 삭감되어 6일 제4차 본회의에 넘겨졌다.

예결위 수정안 통과(화장장 용역예산 삭감)소식에 군수를 비롯한 집행부 측에 체면을 구겼다고 여긴 이재운 의장은 크게 역정을 내면서 연락을 끊고 잠행(?)을 했다는 뒷 이야기가 들리고,,; 결국 6일 제281회 임시회 마지막 제4차 본회의는 신중양 부의장이 의사봉을 잡게 된 것이라는 것이다.

의장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였을까? 아니면 통과를 자신하고 군수에게 큰소리쳤는데 그것이 쪽팔려서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당선 후 첫 임시회에서 의장 리더십에 난 흠집이 두려워서일까? 본회의장 의장석에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방망이를 부의장에게 넘긴 것은 건강 핑계였지만, 이런저런 또 다른 소리가 들려온다.

이번 화장장 용역예산 삭감을 강경하게 주장하고 밀어붙인 이홍희 의원은 직전 전반기 의장으로서 현 이재운 의장을 비롯한 후반기 원 구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사실상 현 의장 체제를 출범시킨 중심의 실력자 마에스트로 역할로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다.

이번 화장장 용역예산 삭감은 단순한 예산삭감의 의미 외에도 거창군의회 내부의 세력 간 서열정리(?)의 따끔한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는 게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이재운 의장은 이번 용역 예산안 삭감으로 후반기 의장 체제가 출범한 지 두 달여 만에 체면을 왕창 구긴 셈이 되어버렸다.

6일 제4차 본회의에서 삭감 예결위 원안을 강경하게 주장한 이홍희 의원은 정회 막간에 방청석 기자들과 주민들이 모두 들었을 정도의 큰소리로 당일 본회의에 출석지 않은 이재운 의장을 지칭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고 예산을 살려주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후반기 의장단과 일부 상임위원장 들을 향해 노골적인 비난을 퍼부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 이번 화장장 용역예산 2억3천만 원에 대한 전액 삭감에 동조한 주류 군의원들의 상당수가 아이러니하게도 후반기 원 구성에 이홍희 의원 이재운 의장과 대척점에 섰던 표주숙 신재화 의원 등 반대 측 의원들이다.

또, 다른 민낯은 부의장이 진행을 맡은 본회의장에서 발의한 수정안과 예결위에서 올라온 수정 발의안을 헷갈려하는 촌극이 벌어져 오죽했으면 의사 담당 주사가 의원들의 이해를 위해 설명을 덧붙이는 당황스러운 상황이 초래되기도 했다.

본 회의장에서 발의한 수정안(예산 삭감하지 말자)에 대해 채택할 것인지를 표결하는 과정이었다. 여기서 찬성은 채택하자는 것이고, 반대는 채택하지 말자(삭감)는 것이다.

재석 의원 9명 중에 찬성 3명, 반대 4명, 기권 2명의 투표 결과로 수정 발의안은 채택되지 못했다.

여기서 의원들이 순간적으로 찬반의 의미를 헷갈려 수정안이 실수로 채택되면 예산안은 원안 2억 3천만 원 살려주는 것으로 순간적 용어에 대한 이해의 착오가 화장장 용역 예산안의 찬반이 의원들의 의사와는 다른 방향으로 갈릴 뻔했다.

체면을 구긴 의장의 잠행으로 부의장이 충분한 준비 없이 부랴부랴 제4차 본회의 의사봉을 잡으면서 의사과에서 적어준 의사 진행 시나리오에만 의존해 표결을 진행하다 보니 설명이 부족해 빚어진 헤프닝으로 보인다.

구인모 군수를 비롯한 집행부도 군수 공약사업으로 추진되는 역점 사업인 만큼 속도전만 중시할 게 아니라 군민과 의회를 차분히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부분이 부족했다는 것이 이번 예산 삭감사태를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이날 본회의장에는 이재운 의장만 없었던 게 아니고 구인모 군수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태헌 경남취재본부장 arim1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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