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원희경 기자] 하동 악양면 ‘마을미술관 선돌’에서 스무 번째 기획전이 문을 열었다.
하동 진교 하평에서 나고 자란 이윤수 작가가 반세기 만에 고향에 돌아와 선보이는 개인전으로, 제목은 ‘꿈결의 하동, 50년 만의 귀향’이다. 전시는 11월 29일까지 이어진다. 하동군은 선돌이 2020년 마을 공동창고를 주민들이 손수 정비해 만든 생활밀착형 전시공간으로 자리 잡았다고 알렸다. 악양 평사리 들판과 섬진강을 낀 입석마을의 자연·생활사를 매개로 지역작가 초대전과 주민참여 전시를 꾸준히 이어온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이윤수는 공직·육아·이주를 거친 뒤 붓을 다시 잡았다. 꾸준한 작업 끝에 지역 공모전 특선, 문화예술회관 초대전 등 이력을 쌓았고, 이번엔 귀향 10년을 채우며 ‘고향과 나’를 주제로 한 신작군을 내세웠다. 힘 있는 붓질과 대비감 있는 색면 구성으로 알려진 그는 도시의 속도에서 한 걸음 물러나 지리산 능선, 섬진강 물빛, 악양 들판의 계절감을 화면에 응축했다는 평가다. “지리산·섬진강이 호흡을 되찾게 했다”는 작가의 고백처럼, 관람객은 강과 들, 바람과 빛이 얽힌 장면을 통해 삶의 체온을 되묻는 여정을 마주한다는 설명이다. 지역매체들도 선돌이 ‘마을 사랑방’ 같은 기능을 하며 주민과 여행자를 잇는 문화 거점으로 성장했다고 전했다.
선돌 주변 동선도 짜임새가 생겼다. 입석마을 골목에는 설치미술이 곳곳에 놓였고, 인근 형제봉 자락의 ‘형제봉 주막’은 지리산 풍류를 간직한 공간으로 알려져 악양 일대 도보·드라이브 코스와 함께 찾는 이가 적지 않다. 다만 공간 보존·운영을 둘러싼 지역 행정의 조율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돼 문화자원의 지속가능한 관리가 과제로 남는다.
이번 전시는 고향으로 되돌아온 개인의 서사와 지역 공동체의 기억을 교차시키는 장치로 기획됐다. 선돌은 전시·도슨트 안내·마을 투어 등을 결합해 관람의 범위를 작품 감상에서 생활문화 체험으로 넓혀왔다. 가을 수확기와 겹치는 전시 캘린더를 통해 여행자에게는 ‘악양에서 비우고 채우는’ 체류형 관람 동선을, 주민에게는 ‘내 삶과 예술을 잇는’ 일상의 문화 루틴을 제안한다. 예술이 삶 가까이에 머물 때 지역은 더 오래 숨 쉬고, 귀향의 시간도 더 두텁게 축적된다는 사실을 선돌이 묵묵히 증명하고 있다.
원희경 기자 chang-m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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