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병 의원


[시사의창=김성민 기자] 올해만 항만노동자 7명이 숨졌는데, 정작 정부 공식 통계는 항만하역 현장의 사고를 온전히 담지 못한다는 지적이 다시 제기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 정읍·고창)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2024년 3년간 항만 내 육상하역업·항만운송부대사업에서 재해자는 1,016명, 이 가운데 사망자는 10명이었다. 2025년 발생분까지 포함하면 사망 17명으로 불어난다. 연도별 재해자는 2022년 351명(사망 2명), 2023년 335명(4명), 2024년 330명(4명)으로 매년 330명 이상의 재해가 반복됐다. 유형별로는 업무상질병 210명(20.7%), 부딪힘 161명(15.8%), 떨어짐 157명(15.5%), 넘어짐 143명(14.1%), 무리한 동작 107명(10.5%) 순으로 나타났다. 충돌·추락성 사고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해 ‘후진국형 산재’가 현재진행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의 핵심은 분류체계다. 산업재해 통계는 ‘사고가 난 장소’가 아니라 ‘사업체의 한국표준산업분류(KSIC)’에 따라 기록된다. 이 때문에 실제 항만하역장에서 다친 노동자라도 소속 업체 업종이 인력공급업·물류서비스업 등으로 분류되면 ‘항만하역 재해’에서 빠진다. 2021년 평택항에서 발생한 고 이선호씨 사망 사건 역시 소속이 ‘인력공급업’으로 분류돼 항만하역 재해 현황에 잡히지 않은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 같은 분류 왜곡은 학계·언론에서도 수차례 지적돼 왔고, 최근 보도들 역시 “매년 300명 넘는 항만 재해가 발생하지만 통계엔 구멍이 있다”고 짚었다. 결국 현장 위험은 그대로인데 위험의 크기를 가늠할 ‘눈금’이 틀려 정책 처방도 흐트러지는 구조다.

윤준병 의원은 2022년부터 통계 사각지대를 시정하라고 촉구해왔지만 해양수산부는 “산재 통계는 고용노동부 소관”이라며 책임을 미뤄왔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항만하역 작업은 일용직·아르바이트 인력이 큰 비중을 차지해 통계 누락 가능성이 높다”며 “사업장 업종과 무관하게 ‘항만하역 장소·작업 기준’으로 집계하는 통합 재해통계를 마련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안전대책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경향신문은 2015년부터 2024년 6월까지 항만 재해자 2,315명·사망 39명이라는 장기 추세를 공개했고, 여러 연구 역시 현행 분류가 항만 재해를 5~6개 업종으로 분산 보고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다. 해수부는 ‘항만안전특별법’(2022년 8월 시행)을 근거로 추락방지·AI 감지장치 등 재해예방시설 보급을 확대하고 2025년에는 67개 사업장에 안전장비 설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시설 보강 중심 대책으로, 통계 기준 자체를 바로잡는 문제와는 별개다. 현장의 위험을 줄이려면 ‘숫자’를 정확히 세는 일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점에서, 항만하역 노동자의 모든 재해를 한곳으로 모아 파악하는 ‘통합 통계’ 구축이 정책의 첫 단추가 돼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결국 안전은 데이터에서 시작한다. 항만하역장에서 일하다 다쳤는데도 통계에 나오지 않는 노동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장소·작업 기준의 통합 집계와 책임 행정이 지금 당장 작동해야 한다

김성민 기자 ksm950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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