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추석을 앞둔 지난 9월 30일, 고창군이 선운산농협(조합장 김기육)과 대성농협(조합장 박윤규)과 손잡고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을 위한 ‘추석맞이 행사’를 열었다(고창군 제공)
[시사의창=최진수기자] 추석을 앞둔 지난 9월 30일, 고창군이 선운산농협(조합장 김기육)과 대성농협(조합장 박윤규)과 손잡고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을 위한 ‘추석맞이 행사’를 열었다. 이번 자리는 땀 흘려 일해온 이주노동자들의 노고에 감사함을 전하고, 고향을 떠나 한국에서 명절을 맞이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의 대표 명절 ‘추석’과 캄보디아의 전통 명절 ‘프춤번’을 주제로 문화 교류가 진행됐다. 차례 지내기 체험, 전통 음식 나눔, 전통놀이 등을 통해 한국과 캄보디아의 정서가 이어졌다. 특히, 캄보디아 음식이 행사에 직접 마련되어 외국인 근로자들이 ‘고향의 맛’을 느끼며 웃음을 보였고, 농협 측은 고창 특산품인 땅콩과 복분자액기스를 선물로 전달하며 이들의 노고에 응답했다.
이영윤 고창군 농어촌산업국장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은 분명 존재하지만, 통역관과 지원 체계를 통해 불편을 최소화하고 근로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끝까지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돋보인 인물은 단연 선운산농협의 김기육 조합장이었다. 그는 농업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는 현실을 직시하며, 단순히 ‘노동력 확보’ 차원이 아닌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 이들을 맞아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김 조합장은 “추석은 한국인에게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다. 고향을 떠나온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도 최소한의 따뜻한 울타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육 조합장은 실제로 선운산농협 내부에 ‘외국인 근로자 지원 전담 창구’를 설치하고, 주거·식생활·문화 적응 문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지역 농업이 지속가능하려면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직시한 그의 결단은 단순한 호의가 아니라, 지역 농업 발전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다. 그는 특히 “외국인 근로자가 불법체류자로 전락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농협 차원에서 고민하겠다”며, 현실적이고 공격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박윤규 대성농협 조합장 역시 외국인 근로자 문제를 ‘농업 생존의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그는 “지금 고창의 농업은 고령화와 청년층 이탈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이 공백을 메우는 주체가 바로 외국인 계절근로자다”라며, 근로자 처우 개선이 단순한 인도적 조치가 아닌 지역농업 유지 전략임을 강조했다.
박 조합장은 농협 차원에서 근로자 숙소 환경을 정비하고, 의료·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제시했다. 특히 그는 “농협이 나서지 않으면 결국 농민 개개인이 이 비용과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며 농협 중심의 공동대응을 강조해, 농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번 추석맞이 행사는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고창군과 농협이 ‘외국인 계절근로자 정책’을 제도적으로 뿌리내리려는 상징적 신호탄이다. 고창의 땅콩·복분자 같은 특산품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전해진 순간, 그것은 단순한 선물이 아니라 ‘당신은 고창 농업의 동반자’라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여전히 불법체류 전환율, 문화적 소외, 제도적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이제 농협 조합장들과 지자체가 더 공격적으로 나서서 법무부, 고용노동부 등 중앙정부와 협상해야 한다. 단순한 감사 인사를 넘어, 농업 노동의 구조적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명절 이벤트가 아니라, 고창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사회적 실험이었다. 김기육 선운산농협 조합장은 외국인 근로자를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 편입시키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고, 박윤규 대성농협 조합장은 현장의 현실을 직시하며 농협이 앞장서야 한다는 실질적 해법을 제시했다.
고창군이 앞으로 보여줄 다음 행보는 단순히 외국인 근로자 관리 차원을 넘어, 전북특별자치도의 농업 경쟁력 강화와 직결될 것이다. 명절의 정을 나눈 이번 자리가 향후 제도 개선과 농업 현장 혁신의 ‘불씨’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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