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김세전 기자] 정부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를 다시 꺼내 들면서 부동산 시장에 긴장감이 번지고 있다. 경기 둔화와 금리 인상 기조 속에 겨우 진정세를 보이던 시장이 새로운 불확실성에 휘말리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투기 억제를 위한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이번 규제 강화 논의는 최근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주택 거래량이 다시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면서 시작됐다.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는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대출 한도를 축소하거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다시 우상향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선제적으로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무주택자와 실수요자들의 반발이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을 준비 중인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집값은 이미 높은데 대출마저 막히면 내 집 마련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며 “정부가 투기꾼이 아닌 우리 같은 실수요자를 옥죄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전세자금 대출과 주담대 수요의 상당수가 신혼부부와 청년층에서 발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일부는 강도 높은 규제가 단기적 충격을 불러오더라도 부동산 시장의 안정성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이모 교수는 “지속적인 가계부채 누적은 금융 시스템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며 “일시적 불편보다 금융 안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개발연구원(KDI) 한 연구위원은 “거시건전성 차원의 대책이더라도 서민층 피해를 최소화할 완충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며 “소득 요건에 따른 대출 차등, 청년층 주택구입자에 대한 예외 조항 같은 세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여당은 “집값 안정과 금융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며 정부 정책 기조에 힘을 싣고 있지만, 야당은 “청년과 무주택 서민에게 집을 사지 말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주거 문제는 최대 민생 현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향후 관건은 시장의 반응이다. 이미 일부 은행은 내부적으로 대출 심사 강화 지침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규제가 본격화될 경우 거래량 위축과 가격 하락이 맞물려 부동산 시장이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정부가 실수요자 보호 장치를 병행할 경우, 투기 수요는 억제하면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부동산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민생 현안이자 정치적 뇌관이다. 정부가 선택할 카드가 실수요자들의 ‘절망’이 될지, 시장 안정의 ‘해법’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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