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시사의창=김세전 기자] 당정이 기업 경영진의 형사 책임을 대폭 완화하는 형법상 배임죄 폐지를 기본 방향으로 설정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미한 행정 의무 위반은 과태료로 전환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는 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실제로는 국내 경제 구조상 '오너 리스크'와 불투명한 지배 구조 문제가 만연한 상황에서, 대기업과 특권층에 면죄부를 주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거세다. 배임죄 폐지는 재벌 총수의 사익 추구 행위를 더욱 부추겨 소수 주주와 일반 국민의 재산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여당은 현행 형법상 배임죄가 모호하여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고 정상적인 투자와 사업 확대를 가로막는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배임죄는 업무상 임무를 위반해 재산상 손해를 입힐 때 성립되는데, 경영상의 판단과 배임 행위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은 일부 존재해 왔다. 그러나 사법부가 이미 '경영 판단의 원칙' 등을 적용해 고의성을 엄격히 따지고 있음에도 전면 폐지를 논하는 것은 기업 범죄에 대한 처벌 의지를 후퇴시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배임죄는 회사 자산을 사적으로 유용하거나 불법적으로 계열사를 부당 지원하는 등 지배 주주의 전횡을 견제하는 몇 안 되는 법적 수단이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배임죄는 대기업 총수의 부당한 내부거래나 사익 편취로부터 소수 주주와 일반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라며, 이를 폐지하는 것은 '재벌을 위한 사법개혁'에 불과하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주주나 노동자의 권익이 취약하며, 경제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다. 2024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조사에 따르면, 5대 그룹 총수 일가가 보유한 주식 가치가 급증하는 등 양극화는 심화하는 추세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 해결 없이 오직 경영진의 형사 리스크만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지는 것은 불공정한 특혜 시비를 피할 수 없다.

당정은 배임죄 폐지 대신 '특별 배임' 등 경제범죄에 대한 별도 입법을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입법 과정이 지연되거나 처벌 수위가 낮아질 경우 기업 범죄에 대한 법적 공백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전문가들은 법 개정의 초점은 배임죄 폐지가 아니라, 처벌 규정의 명확화와 함께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 소수 주주의 손해배상 청구권 실질화 등 기업 지배 구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맞춰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배임죄 폐지 논의는 결국 경제적 약자의 권익 후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국회는 논의 과정에서 기업의 목소리뿐 아니라 시민사회와 노동계의 우려를 무겁게 반영해야 한다.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김세전 기자 hogig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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