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서울 명동 쇼핑거리를 가득 메운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
중국 단체관광객, 29일부터 무비자 한국 입국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오는 29일부터 무비자로 최대 15일 동안 대한민국 전역을 여행할 수 있다. 법무부·문화체육관광부·외교부·국무조정실은 7일 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중국 단체관광객 한시 비자 면제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사진=정용일 기자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입국이 다시 허용되면서 국내 면세업계에 훈풍이 불지 주목된다. 그러나 업계 전반에 낙관적인 전망만 펼치기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변화한 소비 트렌드와 유통 구조, 결제 시스템 등 복합적인 요소가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가 지난 29일부터 중국 단체관광객(유커) 대상 무비자 입국을 재개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춤했던 외국인 관광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자가 30일 오전 명동을 방문해 보았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로 북적북적한 명동은 활기가 넘쳐 보였다. 명동 거리에선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을 어렵지않게 볼 수 있었으나, 역시나 중국인들로 보이는 관광객들이 대부분이었다.
한 매쟝에는 중국인들로 보이는 수십여명이 매장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길게 줄을 선 모습도 종종 보였다. 또 한류의 영향에서인지, 한국 아이돌과 관련한 다양한 앨범과 굿즈를 구경하고 구입할 수 있는 '케이팝 프랜즈' 매장 앞에서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중국 MZ세대들이 여럿 보였다. 이렇듯 평일 명동은 유커의 유입으로 활기를 띠는 듯 보였다.
하지만 면세점 업계는 아직 신중한 분위기다. 단순한 유커 귀환만으로는 예전의 매출을 회복하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서울 명동 쇼핑거리에 위치한 '케이팝 프랜즈'는 한국을 방문한 각 나라의 MZ세대들에게 서울 관광에 있어 성지와 같은 곳이다./사진=정용일 기자
서울 명동 쇼핑거리에 위치한 '케이팝 프랜즈'는 한국을 방문한 각 나라의 MZ세대들에게 서울 관광에 있어 성지와 같은 곳이다./사진=정용일 기자
외국인 방문자 늘어도 매출은 '역행'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 방문자는 513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1% 증가했지만, 외국인 대상 매출은 오히려 14% 줄어든 4조8,415억 원에 그쳤다. 외국인 1인당 평균 소비액 역시 지난해 167만 원에서 올해 94만 원으로 급감했다. 유커를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회복세지만, 고액 소비는 확연히 줄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매출 감소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외국인의 소비 패턴 변화를 꼽을 수 있다. 과거 면세점 매출의 주력 품목이었던 명품 브랜드의 인기가 줄어들고, 대신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김, 디저트 등 K-뷰티 및 K-푸드가 주목받고 있다. 문제는 이들 품목의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과거처럼 고가 제품 몇 개로 매출을 견인하던 방식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 셈이다.
또 하나의 구조적 요인은 ‘보따리상(다이궁)’ 의존도가 급격히 낮아졌다는 점이다. 롯데면세점은 내년 초를 기점으로 보따리상 거래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힌 상태이며, 최근에는 일부 품목에 한해 제한적으로 거래를 재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때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던 보따리상 매출은 현재 10% 안팎까지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도 보따리상 대상 리베이트 지급을 줄이고 일반 소비자 대상 마케팅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3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모습./사진=정용일 기자
알리페이·위챗페이 지원 부족…결제 환경도 발목
결제 시스템의 불편함도 유커들의 지갑을 여는 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국내 면세점에서는 카드와 현금 외에도 일부 간편결제를 지원하고 있지만, 중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활용 범위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사설을 통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결제, 언어, 문화 적응에서 불편을 겪고 있다”며 결제 인프라의 개선 필요성을 지적했다.
일본과 싱가포르 등 경쟁 국가들은 이미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한 디지털 인프라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일본은 주요 백화점과 편의점에서 알리페이·위챗페이를 전면 도입했고,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은 모바일 사전 예약 후 현장 수령 시스템을 운영하며 관광객의 편의를 극대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결제 다변화와 시스템 고도화 면에서 상대적으로 늦은 대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면세업계는 앞으로의 해법으로 ▲중국 간편결제 수단 확대 ▲해외 카드·QR 결제 범위 강화 ▲단체 관광객과 개별여행객(FIT) 맞춤형 혜택 등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실질적인 소비 유도책 없이는 유커 유입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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