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7일 경기도 성남시 스타트업 스퀘어에서 열린 청년 스타트업 상상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금융권과의 소통 행보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18일 낮 12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 오찬 간담회를 연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자본시장 정상화, 새로운 도약의 시작’을 주제로 열리며, 이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강조해온 ‘코스피(KOSPI) 5000 시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오찬에는 최영권 한국애널리스트회 회장을 비롯해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상무,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상무, 조수홍 NH투자증권 상무, 김동원 KB증권 상무, 김혜은 모간스탠리증권 상무 등 업계 주요 관계자 16명이 참석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금융을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또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며 주가조작 근절 방안으로 “조작으로 얻은 이익뿐 아니라 투입된 원금까지 몰수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번 간담회에서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 역할은 물론, 불공정 거래 근절과 투자자 신뢰 회복 방안 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의 일정은 이어서 세계적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의 접견으로 이어진다. 오후 1시 30분부터 진행되는 접견에서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국내 정치 양극화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눌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오후 2시에는 대통령실 청년담당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곧바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다. 회의에서는 오는 20일 ‘청년의 날’을 앞두고 청년 일자리와 주거 문제를 중심으로 토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코스피5000 뒷받침할 사회적 투자 필요
그렇다면 과연 코스피 5000시대는 정말 가능할까.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꾸준히 강조해 온 ‘코스피(KOSPI) 5000 시대’가 가시권에 들어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정부가 부동산 투기 자금을 생산적 금융으로 돌리겠다는 정책 기조를 분명히 하면서 주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참여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자들이 기업 성과를 공유하는 구조가 본격화되면서 경제 전반의 선순환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중심의 자산 축적에서 벗어나 주식시장이 자금의 주요 통로가 되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시절 한때 30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는 윤석열 정부 기간 동안 장기간 2500선에 머물렀다. 여기에 ‘12.3 내란’ 사태로 인한 정치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투자심리는 위축됐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국이 안정되고, 이재명 대통령이 출범과 동시에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하며 투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유도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자 시장은 반등세로 돌아섰다.
정부의 목표는 단순한 지수 상승에 있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간담회에서 “주식시장은 투기의 장이 아니라 생산적 금융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며 주가조작 등 불공정 거래 근절을 강하게 주문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도 주가조작 수익뿐 아니라 원금까지 몰수하는 강력한 조치를 검토 중이다.
다만 학계와 일부 전문가들은 ‘코스피5000’이 단순한 정치적 구호로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과거 이명박 정부의 ‘747 공약’이나 박근혜 정부의 ‘코스피3000’이 실현되지 못하고 국민의 기대만 부풀린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한 경제학자는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단기적 시장 호황은 곧 거품으로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육·연구·문화 분야에 대한 장기적 투자 부족은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경제와 사회를 지탱할 인적 자본이 튼튼하지 않다면 주식시장 활황도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문화산업 지원이나 공교육 강화 같은 정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창의적 학문 연구나 사회 성찰을 뒷받침할 체계적 전략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은 이미 경제 규모와 민주 시민 역량 면에서 세계적 위상을 확보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중요한 것은 단기적 지수 성과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원기를 키우고 유지하는 일”이라며 “교육과 연구, 문화에 대한 국가적 투자가 함께 이루어질 때 ‘코스피5000’은 비로소 실질적 국가 비전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