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UN기후변화당사국총회인 COP 30이 11월 10일부터 브라질 벨렘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 산림을 안고 있는 국가에서 개최되는 만큼 산림벌채와 개발로 인해 심화되는 빈곤과 기후 취약성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작년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렸던 제2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9)에서 국제 NGO 단체로부터 한국은 ‘오늘의 화석상’을 받았다. 기후악당의 불명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탄소중립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시사의창 2025년 1월호=최광석 포천시 탄소중립지원센터장] COP 29 총회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200여 국가에서 국제기구, 시민단체 등 약 6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COP 28 이후 그 동안 줄곧 논의의 대상이 되어왔던 파리협정 제6조의 국제탄소시장의 이행규정을 9년만에 합의를 이끌어 국가간 온실가스 거래를 위한 기본조건을 갖추게 된 것과 신규기후재원목표(NCQG)에 대한 당사국들의 막바지 합의를 도출해 2035년까지 연간 1조 3,000억 달러의 기후재원 목표를 설정하고 최소 3,000억 달러를 선진국이 부담하기로 합의하는 등 부족하지만 그래도 느린 진전을 이루면서 마무리되었다.

이번 COP 29는 ‘Finance COP’라 불릴 정도로 기후재원 마련에 논의가 집중되었는데 온난화 저지와 피해, 보상을 위한 재원, 즉 선진국의 부담분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산유국과 함께 이번 총회에서 목소리를 내며 급부상한 중국 등도 투자 재원에 대한 부담을 해야 하는지 등 재원을 누가 얼마를 어떻게 내느냐는 문제를 두고 논의를 거듭하며 총회 마감 예정일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회기를 연장하기도 했다. 해양 환경을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법적 구속력 있는 플라스틱 협약도 합의를 이끌어 냈는데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우려 화학물질 퇴출’과 ‘플라스틱 공급망 문제’,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재원 마련’ 등이 담겼다. 특히 플라스틱을 생산부터 사용, 처리까지 전주기에 걸쳐 유출 단계별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한 핵심 의무와 규제수단, 자발적 접근과 이행조치 등을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란 등 산유국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지만 단계적 추진을 통한 공감대 형성으로 합의에 이르게 되었다.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후 활동가 NGO 단체는 COP 29가 총회 개최기간 중 낙관과 진전이 있었지만, 그 결과는 지구 온난화를 1.5°C 이내로 유지하고 기후 회복력이 있는 미래를 이루는 데 필요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국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기후 악당상이라고 할 수 있는 ’오늘의 화석상‘을 받으면서 지난해에 이어 기후악당 1위의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한국이 화석연료에 투입한 공적 금융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후단체들은 한국정부가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릴 것인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자아내면서 글로벌 기후 NGO 단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로부터 세계 최고의 기후 악당국으로 지목받기도 했다.

COP29 ©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COP 29에서 한국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협약, 유기성 폐기물 메탄 감축 서약과 에너지저장장치 용량을 6배 확대하겠다는 서약에 동참하며 국제 협력에 기여하려는 의지를 보였으며, 한국홍보관인 KOREA PAVILION에서는 녹색기술과 기후재원을 주제로 주요 슬로건으로 중심의제 및 주제별 부대행사를 진행하는 등 민간기업과 NGO 단체의 참여를 통해 국제 기후교류를 적극 추진했다.
영국 BBC 방송은 COP 29의 성과로 선진국과 신흥 개도국 간의 대립, 중국의 역할과 기대감에 대한 조용한 부상과 트럼프 효과로 인한 기후변화 협약에 대한 정책변화, NGO의 공세, 그리고 COP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위기 등 5개를 키워드로 지목하기도 하며 COP 29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국제사회의 변화 양상에 대해 주목하기도 했다. 안토니우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COP 29에서 신규기후재원목표에 대한 합의에 대해 ’더 야심찬 재정과 감축 목표를 기대했지만 이번 합의는 건설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하며, 그나마 성과중의 하나를 1조3000억 달러의 기후재원에 대한 합의와 선진국의 부담금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 낸 점을 들고 있다.

이번 COP 29의 중요 성과중 하나인 기후재정에 대한 합의를 살펴보면 당사국들은 총회 전부터 ‘신규 기후재원 목표’(NCQG) 설정을 두고 이견을 보여왔다고 전해진다.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기후위기에 책임이 큰 선진국들이 개도국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누가 얼마 만큼의 재원을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견으로 막바지까지 진통을 겪었으며 중국을 신규 기여국으로 참여시키려는 노력은 중국의 거부로 채택되지 못했다. 선진국 분담금 3,000억달러는 지난 11월 21일 공개된 합의문 초안의 2,500억달러(약 351조원)보다 500억달러 증액됐으나 개도국 요구안인 ‘1+5’조달러(약 8,433조원)에 크게 못 미치는 금액이다. 기금 규모는 정했으나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도 합의되지 못했다.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가 열린 아제르바이잔 바쿠 회의장 ©연합뉴스


기후재원의 수혜국인 개발도상국은 2035년까지 연간 최소 3,000억 달러의 목표를 설정하여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재정적 지원에 대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기후 적응 및 완화를 위한 개발도상국의 재정 요구 사항과 여전히 격차가 있어 선진국의 공여분이 연 1,000억달러에서 3배로 확대되긴 했지만 개도국의 요구에 크게 못 미치는 데다 재원 조달 방법도 합의되지 않는 등 ‘반쪽 합의’에 그침으로써 기후위기는 가속화하는 데 선진국의 대응은 여전히 안일한 현실이 다시금 드러난 결과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진전도 있다. 국제 탄소시장에 대한 합의이다. 이번 총회에서 제6.2조 관련 합의사항에는 국가 간 자발적 국제감축 협력사업, 국제감축실적(ITMOs)의 허가절차, 당사국 보고내용의 불일치 식별 및 처리방안, 국제등록부 운영방법 및 세부 지침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파리협정 감독기구가 관리하는 제6.4조 메커니즘 운영을 위한 배출 기준선 및 탄소제거 활동 범위에 대한 표준이 합의됐으며 제6.4조 감축실적(A6.4ER)의 허가절차, 메커니즘 등록부 운영방법을 포함한 기술지침 등 추가적인 지침도 마침내 타결됐다.

6.2조는 협력적 접근법으로 온실가스 다배출 국가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개발도상국의 탄소 감축사업에 참여하여 감축실적을 이전받는 양자 협력사업과 여러나라가 참여하는 다자 협력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번 국제감축실적의 허가 절차 등에 기초한 국제탄소시장의 개설될 경우 배출권거래에 있어서 매수자와 매도자가 거래에 따르는 비용절감뿐만 아니라 탄소배출권의 투명성을 확보함으로써 탄소배출권의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여진다. 특히 이번에 타결된 6조는 국제 탄소 시장 규칙을 확정하고 투명성, 환경적 무결성, 추가성을 보장하며 중복 계산을 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 탄소거래에 있어서 걸림돌이 되어왔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 약 3,750만톤의 해외 감축 목표를 제시하였는데 국제감축실적(ITMOs)사업을 통해 산림뿐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폐기물의 자원화, 건물과 농축산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후기술을 이용한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를 신흥국 또는 개발도상국들과 추진하여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으며 기존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도 기후기술을 중심으로 해외 배출권을 확보하기 위한 Green ODA사업을 중심으로 재편해 국제감축시장의 활성화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탄소중립을 위해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40%로 발표하고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시각에서는 여전히 한국은 기후 아젠다에 변방국가로 취급되고 있다. 이번 COP 29에서도 기후악당으로 불릴 만큼 국제사회에서 탄소중립에 대한 이미지는 긍정적이지 못하다. 미국의 기후단체인 오일체인지 인터내셔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화석연료에 투입한 공적금융이 세계에서 캐나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나라로 2020~2022년에 100억달러(한화 약 13조원)가 넘는 공적금융을 화석연료에 투자했으며 청정에너지에 대한 공적금융 투자 규모는 같은 기간 8억5천만달러(약 1조1,500억원)으로 화석연료 투자의 7.6%에 불과하다는게 이들 단체의 지적이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에서 에너지 전환부문은 1억4,590만톤으로 전체 감축량의 33.4%에 해당하는데 청정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규제하는 정책을 도입하지 않는다면 기후악당의 불명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작년 두바이에서 개최되었던 COP 28에서 한국은 2030년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이니시어티브 참여를 결의하는 등 에너지 전환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실상 2023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고작 8%로 영국의 ‘엠버’가 세계전기리뷰에서 발표한 전세계 평균 30%에 턱없이 못 미친다.

올해 브라질 벨렘에서 개최될 COP 30은 온실가스 배출 감소, 기후변화 적응, 개발 도상국을 위한 기후금융 지원, 재생네너지 기술과 저탄소 솔루션, 산림과 생물다양성 보존, 기후정의와 기후변화의 사회적 영향 등에 대해 논의하게 된다. 특히 산림벌채, 기후 문제로 인한 빈곤 등 기후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한 기후 정의와 관련된 논의가 주요 관심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은 온실가스 완화나 기후 적응의 문제를 넘어서서 이제 기후정의 즉 정의로운 전환에 이르기까지 정책에서 살펴봐야 될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정부 당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중립 이행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전환이 따르지 않는다면 COP 30에서도 한국은 여전히 기후악당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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