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대표하는 맛집들은 의외로 큰 역할을 한다. 맛집투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소문난 맛집을 찾는 관광객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외식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의례 짐작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취재 도중 각 지역의 외식업 종사자들은 지역의 홍보대사 역할까지 한다는 큰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는 얘기들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여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누가 뭐래도 미식여행이다. 식도락의 즐거움이야말로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행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요즘같이 SNS가 발달된 세상에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식도락 여행을 즐기러 전국 팔도를 누비며 맛 기행에 나선다. 각 지역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서라면 5시간을 운전해서라도 기꺼이 찾아가겠다는 것이 그들의 마인드다.
[시사의창 2024년 9월호=정용일 기자] 잘차려진 상차림에 따른 만족감과 행복감은 지역의 좋은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처럼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도 배가 불러야 흥이 나지 배가 고프면 아무리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있어도 흥이 나질 않는다. 그만큼 먹는 즐거움, 먹는 행복감은 크다.
여기에 하나 더, 소문난 맛집에 친절한 인상까지 더한다면 그 좋은 이미지는 고스란히 지역에 대한 이미지로 새겨지기 마련이다.
남도의 끝자락 진도군 읍내에 위치한 ‘묵은지’는 지역사회에서 꽤나 유명한 식당이다.
그 유명세와 더불어 음식의 맛이나 주인장의 내공이야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진도는 내륙지역이 아닐뿐더러 한반도의 가장 남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참 먼 곳이다. 서울에서 진도에 간다면 대한민국의 땅 끝이라 불리는 해남을 관통해서 더 들어가야만 진도에 다다를 수 있다. 그러한 이유로 기자에게는 대한민국의 땅 끝이 해남이 아닌 진도라 여겨지는 이유다.
지역의 거리적 특성이나 그 외 다양한 이유로 진도는 큰맘 먹고 가야 하는 여행지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소중한 시간을 내어 방문한 진도에서 즐겁고 행복한 식사 한 끼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진도읍에 다다르면 연한 핑크색 건물 옥상에 붉은색의 ‘묵은지’ 간판을 마주하게 된다. 어느 방면에서 보더라도 쉽게 눈에 띈다. 이를 본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음식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느껴진다는 얘기들을 한다.
또 어떤 이들은 묵은지를 얼마나 맛있게 잘하길래 저렇게 식당 이름을 대놓고 묵은지라고 지었을까, 궁금해하면서 호기심에 방문들을 한다.
하지만 묵은지는 고깃집이다. 묵은지 관련 음식들을 기대하고 방문한 여행객들도 고깃집이라는 사실에 발길을 다시 돌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단 식당 간판에 압도되어 방문한 사람들은 식당의 외관이나 내부의 전체적인 분위기 등등 이곳이 범상치 않은 식당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다.
묵은지는 2016년 3월에 개업 이후 진도를 대표하는 식당으로 자리 잡은 고기 전문점이다. 엄격한 위생관리와 진도에서 제일 좋은 암소 1+이상의 고기를 엄선하여 진도에서 ‘고기’ 하면 ‘묵은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곳의 오재명 대표는 인터뷰에서 “최고의 음식과 맛으로 방문하시는 모든 분께 최고의 만족을 느낄 수 있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식당의 경쟁력”이라 소개했다. 워낙 고깃집으로 유명한 곳이기에 고기의 맛을 굳이 설명하자면 입만 아프다. 그리고 이 식당에서 참 독특한 메뉴를 맛볼 수 있으니 바로 ‘듬북국(뜸북국)’이다. 잘 우려낸 사골 육수에 진도에서만 난다는 듬북과 고기를 넣어 푹 끓인 듬북국은 별미 중의 별미다. 나중에 국물에 밥까지 말아먹으면 맛있는 한 끼가 완성된다.
처음 먹어본 사람들은 다소 낯설어하다가도 듬북국의 마성 같은 매력에 빠질 때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다. 기자 역시 듬북국을 먹은 후 취재 과정에서 계속 생각나는 것을 보면 별미긴 별미인가 보다. 진도는 수려한 자연환경이 으뜸이다. 오 대표 역시 이러한 진도의 매력에 빠져 진도에서 식당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운림산방, 진도대교와 명량대첩지, 신비의바닷길, 쏠비치 진도 등 관광객들이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곳이며 청정해역과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생산된 농수산물로 음식을 만들면 관광객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서 시작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지역 상공인들과 지자체와의 상생에 대한 평소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진도군은 관광객과 생활인구 유치에 온 힘을 다해 주시고 외식업은 맛있는 음식과 청결,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최선을 다하면 진도에 머무는 관광객이 증가하여 활력이 돌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되어 서로 상생하는 지역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Interview 묵은지-오재명 대표
Q. 진도에서 외식업을 하면서 만족스러운 점이나 지자체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진도군에서 관광객과 생활인구 유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코로나 시국 이후 외식업은 정말 많이 힘든 상황입니다. 진도군의 아름다운 관광지와 문화재 등을 홍보하기 위해 진도군뿐만 아니라 기관, 단체, 지역상인 모두가 힘을 합쳐 아름다운 진도의 면모를 널리 홍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시국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식업 종사자들을 위해 진도군에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해 주시고, 관광객유치를 위해 ‘주마가편’의 마음으로 더욱 힘을 내주시기 바랍니다.
Q. 대표님께 비치는 진도는 어떤 매력의 도시인가요
A. 향토문화회관, 국립남도국악원에서 매주 공연을 하는 남도 예향의 본 고장으로 강강술래, 진도아리랑, 씻김굿, 진도북놀이 등 다양한 문화유산을 보유한 곳이며, 청정해역과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과 홍주, 대파, 검정찹쌀, 구기자, 울금 등 특산품이 많은 보배의 섬 진도입니다.
진도를 찾는 관광객을 꽃들이 항상 반겨주며 관광지 정비가 잘 되어 있고, 군민들은 진도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매우 친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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