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타파-음주운전자들에 참으로 관대한 대한민국] “음주사고 내고 도망가라” 알려준 친절한 대한민국...답답한 ‘양형기준’에 국민 공분

음주운전 시인해도 음주혐의 벗어나는 현실, 사법체계의 구멍 알면서도 방치했다

편집부 승인 2024.08.06 11:50 | 최종 수정 2024.08.11 09:25 의견 0

살다 보면 상식이나 도덕적으로 도저히 이해하고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을 종종 목격하게 되고, 본인이 그 상황의 당사자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 고쳐지고 개선되어야 하지만 법으로도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참 많다. 열에 아홉이 같은 목소리를 낼지언정 법은 열에 아홉 중 한 명의 반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인지,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공공의 이익과 안전, 공정과 상식의 기준은 무엇인지 많은 국민들이 의아해하고 답답해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음주운전’이다. 살면서 절대 해선 안될 사항들이 참 많지만 그중 음주운전은 사람의 목숨과 직결되는 매우 심각한 수준의 범죄로서 수많은 국가에서 엄격한 법과 처벌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음주운전에 의한 사고사례가 하루가 멀다 하고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본인뿐만이 아닌 타인에게까지 심각한 피해를 끼친 음주 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로트가수 김호중씨가 음주운전 뺑소니 사건을 일으키며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으로 국민공분을 사고 있다. 더욱 문제 되는 것은 음주운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차량을 버리고 도주하는가 하면,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음주 등으로 인해 음주단속 등의 사법 행위를 고의로 방해했지만 음주운전 혐의로는 기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거센 비난이 이어지면서 전반적으로 음주운전과 관련한 대응방법 및 처벌 수위, 관련 법 조항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과연 ‘음주운전’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일까. 정말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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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의창 2024년 8월호=정용일 기자] 뉴스 등 매스컴을 통해 음주운전사고 관련 소식을 접할 때면 지긋지긋하고 분노가 치민다. 당장 나 자신이나 내 가족, 친구, 지인과 관련된 일이 아님에도 TV를 통해 보는 것만으로도 울화가 치민다. 음주운전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 그렇게도 지적을 했건만 지능이 부족해서 그러는 건지, 법이 우스워서 그러는 건지 도대체 그들의 심리를 알 수가 없다.
또한 일단 사고가 났다 하면 중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음주운전에 대한 대한민국 법의 처벌 수위는 기가 찰 만큼 약하다. 상황이 이 정도쯤 되면 법을 만드는 입법부나 법을 집행하는 사법부 관계자들이 ‘인간애에 사로잡힌 보살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요즘이다. 이러한 음주운전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 들끓는 분노와 나에게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닥칠지 모른다는 두려움, 스트레스는 그저 죄 없는 국민들의 몫이다.
일단 음주운전 사고가 나면 그에 따른 다양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한다. 음주운전 사고로 인한 차량 수리비 및 보험금에 이어 막대한 금액의 의료비까지 상황에 따라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음주사고로 피해자가 큰 부상이나 사망에 이르는 상황까지 발생한다면 피해자 및 그 가족들의 정서적 고통과 경제적 손실까지 고려해야만 한다.

국민들은 음주운전자들에 대한 배려 따위는 원하지 않는다...
음주운전자들의 재범률 증가세...뿌리를 뽑을 방법 정말 없나
강력한 처벌만이 음주운전 막을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본인은 물론 타인의 삶과 생명까지 앗아가는 살인행위 인식 필요
“세상에 경미한 음주운전은 없다...” 모두 잠재적 살인행위일 뿐
전문가들의 ‘시동잠금장치’ 도입 필요성 지적 나온 지 22년 만에...
현실과 동떨어진 양형기준, 범죄자에게 너무나도 관대한 대한민국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음주운전으로 인해 발생한 다양한 비용들은 사회 전체에 부담을 주게 되며, 사회안전을 위협하는 이러한 음주운전 사고는 운전자들에게 다양한 심리적 불안감을 야기시키기도 한다. 이렇듯 음주운전 사고는 사회 전체에 큰 비용을 발생시키고 국민들의 안전과 안녕을 위협한다.
음주운전을 완벽하게 막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분명히 줄일 수는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어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음주운전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들에 대해 지금까지 셀 수 없이 많이 들어왔다. 예방 교육의 강화, 대중교통수단의 확대, 다양한 기술적 방법의 도입과 더불어 많은 국민들이 한 목소리로 주장하는 법 집행의 강화다.
두 번 다시는 음주 후 운전대를 잡을 엄두조차 못 내도록 음주운전자에 대한 매우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다. 물론 음주운전 과정에게 타인에게 물리적, 신체적 피해를 끼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음주운전을 한 그 사실만으로도 무거운 법의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을 잠재적 음주운전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먼저 대한민국의 음주운전 처벌 절차와 3가지 기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1. 음주운전 적발
2. 4일 내 경찰서 출석 요구
3. 경찰서에서 심문조서 작성 및 심문
4. 임시운전면허증 발급
5. 지방경찰청 면허취소 상신

음주운전 처벌 기준은 혈중 알코올 농도다. 혈중알코올농도는 크게 3개의 기준으로 나뉘게 되며 그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
· 혈중 알코올 농도 0.2% 이상 : 2년 ~ 5년 이하 징역형, 1,000만원 ~ 2000만원 이하 벌금형
· 혈중 알코올 농도 0.08% ~ 0.2% 미만 : 1년 ~2년 이하 징역형, 1,000만원 이하 벌금형
· 혈중 알코올 농도 0.03% ~ 0.08% 미만 : 1년 이하 징역형, 500만원 이하 벌금형
위 기준에 따라 징역형 혹은 벌금형을 받게 된다.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러한 여론을 반영해 2018년 ‘윤창호법’이 시행되는 등 관련법이 개정되기도 했다. 윤창호법에 따르면 음주 상태에서 사람에게 상해를 입혔다면 10년 이하 징역형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형까지 내려질 수 있다.
이렇게 관련법이 개정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실제 해당 법의 적용을 받은 사례는 드물다 보니 허울 뿐인 법이라는 말도 많은 상황이다. 보다 실효성 있는 법이 마련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현실과 동떨어진 법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그렇다면 음주운전자들에 대한 처벌이 여전히 약한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 음주운전 처벌이 약한 이유는 실제 사고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면 피해를 본 사람, 기물이 없다 생각하여 처벌을 낮추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사고 위험에 대한 잠재적 위험을 무시한 행동이라 볼 수 있다.
사회통념상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운전자 자신을 비롯해 타인과 그 가족들에게까지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 타격을 줄 수밖에 없는 음주 운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음주운전 처벌 강화에 대한 찬반 논쟁은 여전히 뜨거운 상황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강화 주장의 근거는 음주운전 처벌이 약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음주운전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라 말한다.
반대로 처벌 강화 반대 의견의 주장은 형벌을 높인다고 해서 범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며, 처벌만 강화한다고 달라진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말한다. 형벌을 높여야 동일범죄가 줄어드는 게 맞지 않을까. 반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가 마치 반대를 위한 반대인 건 아닐지 강하게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실제 처벌 강화를 안 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입장차가 다르기는 하지만 음주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아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달라져야 하는 게 맞는 것이 아닐까.

음주 운전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과 소속사 관계자들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이창명, 김호중 판례에 국민감정 ‘부글부글’
끊이질 않는 음주운전사고에 대한 국민 여론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최근 불에 기름은 끼얹는 사건이 발생해 국민적 공분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음주운전 처벌과 관련한 법의 허점이 여실이 드러난 사례로서 유사 상황을 방지하고자 국회에서는 ‘김호중방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음주 뺑소니로 물의를 빚은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씨가 음주운전을 시인했음에도 결국 혐의를 벗은 데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일면서 관련 법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술 타기’를 시도하는 음주운전자를 처벌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추진되는 가운데 경찰은 경각심을 높일 만한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찬성 의견을 적극 개진할 방침이다.
지난 6월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8일 김씨를 구속기소하면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교사 혐의만 적용하고 경찰이 송치 단계에서 포함했던 음주운전 혐의는 제외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음주운전을 해도 (혐의) 적용이 안 되게 하는 방법을 널리 공개한 것과 마찬가지’, ‘술 먹고 운전하다 걸릴 것 같으면 무조건 도망가면 되겠다’, ‘음주운전하고 사고 났을 때 도주하면 음주운전 처벌을 면한다니 정말 재미있는 법’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앱)에는 경찰청 소속 직원이 ‘김호중이 가져다준 교훈’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음주운전에 걸리면 무조건 도주, 주차된 차를 충격해도 무조건 도주, 음주단속에 걸리면 편의점으로 뛰어 들어가 소주를 마신다’고 비꼬기도 했다.
당초 경찰은 마신 술의 양과 알코올 도수, 시간당 혈중알코올농도 감소량 등을 토대로 음주 수치를 유추하는 위드마크(Widmark) 공식을 활용해 사고 당시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면허정지 수준인 0.031%로 추정하고 음주운전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반면 검찰은 이런 역추산 결과만으로 유죄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사고 후 17시간이 지나서야 음주 측정을 했고, 사고 당일 시간 간격을 두고 여러 차례에 걸쳐 술을 마신 점을 고려했을 때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특정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경찰은 김씨 사례와 유사하게 사고 당시 음주 측정 결과가 없는 피고인들에게 위드마크 공식에 따라 추정된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죄의 증거로 인정한 하급심 판결이 최근 잇따랐다는 점에서 기소 후 법원 판단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실제 기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았다. 위드마크 공식이 재판 단계에서 인정된 사례가 소수에 그치고 개그맨 이창명 음주운전 사건과 같이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기소했다가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이 난 대법원 판례까지 있기에 검찰 입장에서 부담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수사한 경찰이나 국민 대다수는 아쉽겠지만 검찰로서는 공소 유지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무리하게 기소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다만 김씨의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혐의가 인정되면 음주운전 혐의가 빠져도 처벌 수위는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그맨 이창명씨가 2016년 4월 20일 교통사고 직후 병원을 찾아 소주 2병을 마셨다라고 진술한 병원 진료기록부 ©연합뉴스
2016년 4월 20일 교통사고 직후 병원을 찾은 개그맨 이창명을 찍은 폐쇄회로(CC)TV 캡처 화면. 법원은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 음주운전에 대해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


‘김호중 방지법’ 발의, “왜 이제야...?”
김씨 사례를 계기로 음주운전 처벌 관련 법망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속칭 ‘김호중방지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2건이 22대 국회 개원 직후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지난 10일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교통사고 등으로 음주 운전이 들통날 상황에 놓이면 급하게 술을 찾아 마셔서 경찰의 측정에 혼선을 주는 편법 행위인 ‘술 타기’의 처벌 규정을 신설했다.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민주당 신영대 의원이 지난 18일 대표 발의한 개정안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한 후 음주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추가 음주하는 행위를 명확히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두 법안이 음주운전 처벌 자체와는 관련이 없지만 음주운전 혐의가 입증되지 않을 경우 보완적 수단으로써 처벌 수위를 높이고 부정행위에 경종을 울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국회 협의 과정에서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대검찰청은 지난달 20일 법무부에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해 달라고 건의했다. 1년∼5년의 징역 또는 500만원∼2천만원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으로, 음주측정거부죄와 형량이 동일하다.
이렇듯 국민적 공분이 일자 부랴부랴 후속 대책을 내놓는 모습을 보는 대다수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문제는 이러한 유사사례가 이번 김호중 사태 한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번 사태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으며, 음주운전과 관련한 보다 강력한 법적 처벌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었지만 별다른 대책 없이 시간만 흘렀다. 그 긴 세월 동안 음주운전 사고는 하루에도 쉴 새 없이 반복되어 왔다. 다수의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사람이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술을 마신 후 다시 운전대를 잡고 사고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음주운전과 관련한 법은 그들에게 아무런 제재장치가 되지 못하는 듯 보인다.
그래서인지 요즘 모 방송사의 인기 프로그램 ‘한블리의 블랙박스 리뷰’를 통해서도 음주운전 천태만상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미 상식의 수준을 뛰어넘은 그들의 습관적인 음주운전과 음주운전에 대한 문제의식 자체가 부족하고 잘못되다 보니 또 언제 어디서 음주사고를 일으킬지 모를 시한폭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음주운전자들에 대한 강력한 법적 처벌을 원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음주운전이 줄어들지는 의문이라 말하는 처벌강화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과연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그러한 반대 주장에 편승해 법적 처벌을 강화하지 않고 있던 사법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답답함과 분노, 언제 나에게도 벌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지금의 이 사회 분위기를 국가가 방치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사회안전을 위협하고 불신을 조장하는 음주운전자들에 대해 처벌이 이토록 관대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서울 관악경찰서 교통경찰들이 25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재가 구분 짓는 가벼운 음주운전...
“음주운전에 가벼운 음주운전이란 없다”

음주운전 사고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한 법은 언제나 제자리걸음이다. 국민여론에 떠밀리듯이 법 개정이 이뤄진다 해도 실효성이 없다는 여론이 강하다. 정확히 2년 전 상황을 살펴보면 당시 경찰은 2022년 1월~4월 사이 음주운전 단속 건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40% 증가했다고 밝혔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음주운전 가해자들은 초범만큼 재범이 많았다. 2021년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5년간 음주운전 전체 적발자 중 2회 이상 적발된 사람의 비중이 2020년 45%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적발된 이후에도 다시 음주운전을 한 사람이 절반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이들 가운데는 유명 방송인이나 스포츠인도 있다. 유명 배우 김새론(22) 씨의 음주운전 적발 소식이 전해지자 다수 네티즌은 ‘음주운전은 살인미수’라며 큰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웃나라 일본의 상황은 어떨까. 이웃나라 일본은 음주운전 사망자가 2003년 이후 크게 감소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처벌이 강화된 이후 실제 가해자에게 선고된 형량이 20년 등으로 높았으며, 그 결과 일본 내 음주운전 사망사고가 10년 사이 1/5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한국의 ‘양형기준’을 문제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한국의 경우 교통범죄의 양형기준이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대해 최대 12년을 권고하기 때문에 대부분 이 안에서 형이 선고된다는 것이다. 본인은 물론 아무런 죄가 없는 타인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잠재적 살인행위에 버금가는 중대범죄인만큼 그에 합당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물론 강력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음주운전 행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방법도 중요하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의 지난 설문 결과를 살펴보면 국민 100명 중 95명이 음주운전 재발 방지를 위해 '차량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하고 음주 치료를 이수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차량시동잠금장치란 운전자가 차량에 설치된 음주측정기를 이용해 호흡 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고, 그 결과 규정치를 넘어서면 엔진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하는 기계적 장치를 말한다.
미국, 스웨덴 등은 이 장치를 도입한 뒤 최대 90% 이상 음주운전 재범률 감소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핀란드는 2011년부터 통학버스, 공공기관 차량에 대해 장착을 의무화했고, 프랑스는 2010년부터 최소 8인 이상을 수송하는 차량과 통학버스에 반드시 장착하게 했다.
경찰청은 2018년 이 같은 잠금장치 도입 계획을 세워 시범 운영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한 바 있다.

음주운전의 천태만상을 보여주고 있는 모 방송사의 인기프로그램 ‘한블리의 블랙박스 리뷰’ 유튜브 섬네일 캡처 화면.


음주운전 상습범 꼼짝 마라! ‘자동 시동잠금장치’ 시행
음주운전 전과자의 차량에 술을 마시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는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하는 등 음주운전 예방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은 무려 22년 전인 2002년 김일수(고대 법대교수) 한국보호관찰학회장은 고려대 법대 신법학관에서 열린 `‘음주운전자 차량시동잠금장치 도입에 관한 세미나’에서 음주운전으로 인한 심각한 인명 및 재산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자동차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할 것을 제안했었다.
또한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이들은 재범 위험과 상습음주운전의 위험이 높은 만큼 예방을 위해 면허회복의 조건이나 처벌 대체수단으로 시동잠금장치 프로그램의 도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미 시동잠금장치 도입에 대한 필요성은 제기된 시점은 20년도 더 된 것이다. 그리고 22년이 지난 올해 말에야 도입될 예정이다.
이 장치는 70년대 미국에서 음주운전 대책으로 개발돼 86년 캘리포니아주를 필두로 현재 미국 42개 주에서 설치를 법률로서 채택, 음주운전 재범을 방지하는 형사정책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통계상으로도 시동잠금장치 도입으로 인한 음주 교통사고가 현저하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그 외에도 음주운전 방지를 위한 다양한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 윤해성 한국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험연구원의 ‘음주운전 어떻게 줄일 것인가’ 세미나에서 음주운전 예방 제도로 시동잠금장치를 도입하고 음주운전 상습자의 경우 치료를 병행하도록 하며 다른 번호판 부착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윤해성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나 독일 등 주요국들은 음주운전자의 차량 몰수 및 번호판 압류, 최초 음주운전 시 구금 이상 처분, 상습자의 가중 처벌 등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윤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형법상 업무상 과실·중과실치사상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5년 이하의 금고 등에 그쳐 외국에 비해 음주운전 처벌이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요국들이 음주운전을 막기 위해 혈중알코올농도 기준 및 처벌 강화, 자동차보험 보상 제한, 자동차보험료 할증 등을 도입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음주운전 억제를 위해 보험료 할증, 보상 제한 등의 보험제도 개선과 더불어 시동잠금장치 도입 등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음주운전 처벌강화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올해 10월부터 5년 이내 음주운전을 두 차례 한 경우, ‘셀프 음주 측정’ 후 시동이 걸리는 잠금장치를 부착해야 운전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 5월 2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4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을 보면,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되는 오는 10월 26일부터 음주운전 재범자(5년 이내 두 차례 단속)는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설치해야만 운전이 가능한 조건부 면허를 발급받게 된다. 음주운전 방지장치는 운전자가 스스로 음주 측정을 해야만 시동이 걸리는 기기로써 이미 미국·캐나다·유럽 등에서 사용 중이다.
법이 시행되면 해당 장치를 부착해야 할 대상자가 약 1만5천~2만명이 될 것으로 정부는 예측하고 있다. 만약 대상자가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설치하지 않고 운전할 경우, 면허가 취소될 뿐만 아니라 징역 1년 이하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 등 ‘무면허 운전’과 같은 수준의 처벌을 받는다. 또한 기기값 및 설치비용은 약 250만원으로 전액 운전자가 부담해야 한다.
국가와 개인 중 누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냐는 점도 문제였다. 국가가 비용을 지원할 경우 막대한 재정이 소모된다는 점 때문에 부정 여론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더욱이 개인 자산인 ‘차량’에 장치를 부착해야 하는 만큼 이를 국비로 지원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근본적 의문도 제기됐었지만 결국 장치 부착 대상자가 부담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이러한 결정에 대다수의 여론은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법 시행 전까지 운전자가 아닌 동승자가 음주측정을 하거나 운전자 바꿔치기를 하는 경우 등을 방지할 실무 준비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외국에선 시동을 걸기 전 얼굴인식을 할 뿐만 아니라 주행 중에 호흡측정을 하도록 하거나 운전자의 얼굴을 지속적으로 인식하는 방식으로 확인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국토부는 조만간 통학버스 50대에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시범 장착해 운영할 예정이다.

이완규 법제처장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십 년 전부터 필요성 제기됐으나 왜 이제야...
앞서 설명했듯이 시동잠금장치 도입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도입 필요성에 대한 주장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2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바뀐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이제야 올 10월에 도입이 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대림대학교 김필수 교수는 <시사의창>과 인터뷰에서 “시동잠금장치의 도입 필요성에 대해 제아무리 해당 분야의 자타공인 전문가라 하더라도 개인이나 학회에서 얘기해 봤자 소용없다. 국회 및 정부자문을 많이 하지만 의견서를 올려도 정부의 시스템 하에서 도입할 수 있는 배경, 능력이 되는지 보고, 또 정치적 이슈도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을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여러 종류의 정책자문을 하고 하지만, 시동잠금장치의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칼럼을 통해서도 그렇고 수백 번 얘기했던 부분이다. 어느 세미나에서 얘기한 것도 아니고 칼럼과 방송 및 정부자문 등 그렇게 노력을 해야만 10~20년 걸리는 것”이라 설명했다. 대한민국의 법이 음주운전에 관대하다 보니 연예인들도 법을 우습게 보고 밥 먹듯 음주운전을 하는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음주운전은 타인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잠재적 살인행위임에도 음주운전으로 인해 신체적, 재물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법적 제재가 경미한 수준에 그치는 것이 큰 문제다. 김 교수 역시 음주 운전자에 대해 매우 엄중한 처벌을 받도록 한다면 절대적으로 음주운전은 줄어들 것이라 확신에 찬 듯 말했다.
그는 또 비단 음주운전뿐만 아니라 일반 운전면허증 발급 과정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독일 3년, 호주 2년은 둘째치고 가까운 중국만 보더라도 운전면허 교육시간이 60시간이지만 한국의 경우 13시간에 불과하다. 그게 과연 제대로 된 운전면허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일갈했다. 이는 이명박 정권 때 대국민 간담회에서 운전면허 간소화 발표 이후 50여 시간의 교육시간이 11시간으로 대폭 줄어들었고 이른바 ‘물면허’라는 비판에 지금의 13시간으로 조정된 이후 지금까지 계속 유지되고 있다.

지난 4월 8일 오후 2시 21분께 대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인도를 덮친 차량에 목숨을 잃은 배승아(9)양을 추모하는 시민들. ©연합뉴스


“양형기준 따위 필요 없고 국민은 무거운 형벌 원한다”
국민이 공감하는 법령 위한 ‘국민법제관’ 믿어도 될까

음주운전 방지장치의 경우 매뉴얼을 잘 만들어야 한다. 기술적인 다양한 부분과 더불어 국제 인증도 받아야만 한다. 국내에는 관련 업체가 없는 실정이다. 가격이 만만치 않은 외국 부품들을 다 수입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다.
대통령은 사람을 잘 써야 한다. 또한 용인술이 중요하다. 대통령 스스로가 각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껏 전문가들이 쏟아낸 의견, 대응방안인 자동잠금장치가 결국 수십 년 만에 올해 말에 시행된다. 수십 년 전부터 필요성과 중요성 및 수치상으로 입증된 효과에 대해 전문가들이 재차 강조해 왔지만 정부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것일까. 이제라도 시행된다 하니 더 이상 불필요한 예산과 시간을 낭비하는 일 없도록 하길 바란다.
중요한 건 법이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국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나 자신이 피해자가 되지 않는 방법뿐이다. 물론 음주운전 사고라는 게 내가 조심한다고 해서 그 사고를 완벽하게 방어하고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법이 그들(음주운전자)에 대한 관대한 자세를 바꾸지 않는다면 스스로 최대한의 방어는 해야만 한다.
법을 지키며 안전하게 운전해도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죽을 수도 있고, 멀쩡하게 인도 위에서 걸어가고 있다가도 음주운전 차에 치여 언제 어디서나 죽을 수도 있는 현실이다. 그러한 상황을 법이 조장하고 국가나 조장하고는 있지 않은지 심각하게 고민해 볼 시기다. 법정에서 재판관이 아무렇지 않게 경미한 음주운전이라는 표현을 쓰고 그들이 과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현실에서 법은 국민의 안전을 위한 보호막이 되어주질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양형기준으로 자꾸 따지고 들면 아무것도 못 한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법, 국민이 응원하는 법,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보호해 줄 수 있는 법이 아니라면 그 법을 언제까지 존중하고 따라야 할까. 법치국가가 진정 무엇인지, 누구를 위한 법이며 국가인지 많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한편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는 윤창호법에 대해 비교적 가벼운 음주운전도 지나치게 처벌될 수 있고, 처음과 두 번째 적발 사이의 시간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라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음주운전 자체가 매우 중대한 강력범죄라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음주운전이라는 행동 자체가 매우 위험한 선택임을 국민들에게 알려야만 한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처럼 음주운전이라는 그 행위 자체가 가벼운 음주운전과 무거운 음주운전으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가 아닐까. 이 세상에 가벼운 음주운전이란 없다. 음주운전은 그 행위 자체로 살인행위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렇듯 잠재적 살인행위에 해당하는 음주운전을 하는 당사자와 더불어 음주운전 사실을 알면서도 차량(열쇠)을 제공한 사람, 음주운전을 권유, 독려하거나 공모하여 함께 탑승한 사람, 음주운전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한 사람 등도 함께 매우 강력한 법의 처벌을 받게 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 음주사고와 관련한 자들을 대하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모습은 관대하기 짝이 없었다.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면 앞으로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개선될 기미는 딱히 보이질 않는다. 음주운전자들에 대해 이토록 관대한 대한민국은 서글프게도 애주가들이 살기 참 좋은 나라인 것 같다.
지금의 음주운전 처벌 기준은, 지금은 양형기준은 국민정서에 현저하게 반한다는 것을 사법부는, 재판부는 모르는 것일까.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일까. 아니면 현실성 없는 지금의 그 양형기준이 국민이 원하는, 국민정서에 부합하는 기준이라 생각하는 것인지 사법부에, 재판부에, 정부에 진지하게 묻고 싶다. 그렇다면 지금의 음주운전 양형기준에 대해 대국민 여론조사를 한 후 그 결과에 맞는 법으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
한편 법제처는 정부입법과정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법령을 만들기 위해 국민법제관을 모집했으며 최종 98명을 선정했다. 법령 심사, 법령 정비 등 법제처 업무에 관심이 있거나 법제도를 개선하는 데 참여하고 싶은 국민은 누구나 신청이 가능했다.
법제처는 신청자 중에서 분야별 현장 전문성, 법령 개선에 대한 관심도 및 적극적인 활동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민법제관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선정된 국민법제관들은 지난 4월 30일부터 2년 동안 불합리한 법령에 대해 개선 의견을 내거나 국민참여심사 및 간담회 등을 통해 정부입법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공개모집에는 총 199명이 지원했으며 분야별 현장 전문성, 법령 개선에 대한 관심도 및 적극적인 활동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국민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법령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나 현실은 아직도 멀어 보이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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