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주장, 사회적 분위기 편승해 거짓 진술 "반드시 엄벌에 처해야"... '급발진 의심사고->고령층' 인식도 잘못

사고나면 일단 '급발진' 주장하는 사례 없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매스컴에 나오는 급발진 의삼사고 운전자는 왜 항상 고령층일까...

정용일 승인 2024.08.01 11:21 | 최종 수정 2024.08.01 11:29 의견 0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무려 9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를 수사해온 경찰이 가해 운전자 차모(68)씨의 운전조작 미숙으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차씨는 사고 후 줄곧 급발진을 주장해 왔으며, 해당 사건을 두고 급발진사고에 대한 논란이 다시 들끓었으며, 일각에서는 "왜 항상 급발진 사고는 대부분 고령운전자들로부터 발생하나"라는 여론이 일었다.

류재혁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은 1일 오전 수사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피의자는 차량 결함으로 인한 사고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으나 피의자의 주장과 달리 운전 조작 미숙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9명의 사망자를 낸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가해 차량 운전자 차모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3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류 서장은 "국과수 감정 결과 가속장치·제동장치에서 기계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고 사고기록장치(EDR) 또한 정상적으로 기록되고 있었다"며 "EDR 분석에 따르면 제동 페달(브레이크)은 사고 발생 5.0초 전부터 사고 발생 시(0.0초)까지 작동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폐쇄회로(CC)TV 영상과 목격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서도 충돌 직후 잠시 보조 제동 등이 점멸하는 것 외에 주행 중에는 제동 등이 점등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차씨가 사고 당시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액셀)을 밟았던 사실도 확인됐다.

류 서장은 "액셀의 변위량은 최대 99%에서 0%까지로 피의자가 (액셀을) '밟았다 뗐다'를 반복한 것으로 기록됐다"며 "사고 당시 피의자가 신었던 오른쪽 신발 바닥에서 확인된 정형 문양이 액셀과 상호 일치한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류 서장은 "피의자는 주차장 출구 약 7∼8m 전에 이르러 '우두두'하는 소리와 함께 '브레이크가 딱딱해져 밟히지 않았다'며 차량 결함으로 인한 사고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재혁 남대문경찰서장이 9일 오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시청역 역주행 사고 수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차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업무상 과실치사상)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차씨는 지난달 30일 구속됐다.

차씨는 지난달 1일 오후 9시 27분께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빠져나오다가 가속해 인도로 돌진했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차씨 부부 등 7명이 다쳤다.

경찰은 차씨가 몰던 제네시스 G80 차량과 블랙박스, EDR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감식·감정을 의뢰했다. 사고현장 주변의 CCTV 12대와 블랙박스 4대 등도 조사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의 다수의 급발진 의심사고와 관련, 급발진사고로 의심되는 여론에 편승해 자신의 운전조작 미숙으로 인한 사고를 급발진사고라 주장하는 행동에 어느정도 제동이 걸릴 것이란 의견도 많다.

그동안 갈비뼈 골절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온 차 씨는 어제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정에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합니다. 돌아가신 분과 유족분께 대단히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차 씨에 대해 "도망갈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으며 법정구속됐다. 차 씨의 영장심사는 약 40분 만에 종료됐습니다.

지금까지 매스컴을 통해 접한 수많은 급발진 의심사고들은 대체적으로 고령운전로 밝혀졌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이번에 발생한 시청역 역주행 사건이 워낙 인명피해가 크고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 된 사고이기에 해당 사고 소식을 접한 국민들의 머릿속에는 '급발진 주장은 항상 고령 운전자'라는 인식이 굳어져 버렸다. 그러면서 고령 운전자들이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었으며, 일각에서는 이동권도 보장돼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7번출구 인근 사고 현장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연합뉴스


그렇다면 과연 지금까지 발생한 급발진 의심사고는 대부분 고령 운전자들이었을까. 지난 10년 간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지난 10년 간 정부 기관에 접수된 금발진 의심사고 중 절반 이상의 신고자 연령이 50세 이하로 나타났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태준 의원실이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지난 10년 6개월 동안 접수된 급발진 주장 사고의 신고 건수는 총 456건이었다. 이 중 신고자 연령이 확인된 건수는 396건이었으며, 연령대별로 구분해 보면 80대가 3건으로 0.8%, 70대가 46건으로 11.6%, 60대가 122건으로 30.8%를 차지했으며, 50대가 108건으로 27.3%, 40대의 경우 80건으로 20.2%를 차지했다. 또한 30대는 30건으로 7.6%, 20대가 7건으로 1.8%를 차지했다. 예상대로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신고건수가 줄었다.

사람들이 흔히 고령 운전자라 생각하는 나이대가 보통 70대 이상으로 본다. 그렇다면 70대~80대 운전자의 경우 총 49건에 불과하다. 나머지 20대에서 60대 까지의 급발진 의삼사고 신고자는 총 347건이다. 결국 급발진 의심사고가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는 급발진 의심사고 중 상당수가 고령운전자으 사례만 나오는 것은 국민들에게 충분히 오해를 불러일으킬만 여지가 다분하다.

자동차 급발진연구회장이기도 한 대림대 미래 자동차학부 김필수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는 다양한 연령층에서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급발진 의심사고와 관련해 주로 고령 운전자들이 매스컴에 보도되고 있다"며 "당연히 이번 시청역 사고 역시 고령 운전자이기 때문에 주로 급발진 의심사고의 운전자는 고령층이라는 잘못 된 인식이 쌓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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