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문불출 구영배 대표 입장문 발표했으나 '골든타임' 넘겼다...이커머스업계 전체가 혼돈, 소비자 불안 확산

경영안정자금 2천억·보증기금 협약 3천억·여행사 이차보전 600억
기재차관 "최종책임은 위메프·티몬"…위법사항 합동점검반 운영
"미정산 2천100억 추산…정산기일 도래분 고려하면 피해 커질 것"
큐텐 측 "내달 해외 계열사서 700억 조달"…당국은 부족하다는 입장

정용일 승인 2024.07.29 10:11 의견 0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이번 티몬과 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피해를 입은 고객님들과 파트너사,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긴급한 상황에 대처하다 보니 입장 표명이 늦어진 점 죄송합니다. 티몬과 위메프 양사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력을 다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모회사 CEO로서 제가 맡은 역할과 책무를 다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습니다. 두 가지 문제부터 집중해 나갈 각오 입니다. 하나는 고객(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며, 또 하나는 신속한 대처로 사태 확산을 막겠습니다. 티몬과 위메프가 파악한 고객 피해 규모는 여행상품을 중심으로 합계 500억원 내외로 추산하고 있는데, 양사가 현장 피해 접수 및 환불 조치를 실시했고, 지속해서 피해 접수와 환불을 실시해 나갈 예정입니다."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피해 입점 판매자(셀러) 대책회의에 참석한 한 판매자가 머리를 쥐고 있다./연합뉴스


티몬·위메프 사태의 최종 책임자인 구영배 큐텐 대표가 29일 발표한 입장문의 내용이다. 이번 사태의 실질적 책임자인 구 대표의 행방을 두고 '해외 도주설'까지 돌았다. 이번 입장문을 통해 구 대표는 피해 회복을 위해 큐텐 지분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물론 사재도 쓰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자신이 가진 재산의 대부분인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금번 사태 수습에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그는 “그룹 차원에서 가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제 개인 재산도 활용해서 티몬과 위메프 양사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세대 이커머스 중 가장 성공한 곳으로 평가받는 인터파크의 창립 멤버이자 G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가 2010년 이베이와 합작해 만든 기업인 큐텍그룹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 구 대표의 능력과 선구안에 대한 믿음과 신뢰, 기대가 매우 컸던 만큼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구 대표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도 사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위메프·티몬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와 관련, 최소 5천600억원의 유동성을 즉시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위메프·티몬 사태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회의에는 기재부를 비롯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국무조정실,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당국자들이 참석했다.

우선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판매대금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통한 긴급경영안정자금 최대 2천억원과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협약프로그램 3천억원의 유동성을 각각 지원하기로 했다. 여행사 이차보전(이자차액 보상)에도 600억원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피해기업의 대출·보증 만기를 최대 1년 연장하고, 종합소득세·부가가치세 납부기한을 최대 9개월 연장하는 세정지원도 진행한다. 다른 온라인 플랫폼 입점을 지원하고 항공사·여행사 협의를 바탕으로 항공권 취소수수료 면제도 지원할 계획이다.

소비자 피해와 관련해선, 여행사·카드사·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와의 협조를 통해 신속한 환불 처리를 지원하고, 이미 구매한 상품권에 대해선 소비자가 정상적으로 사용하거나 환불받을 수 있도록 사용처 및 발행사의 협조를 유도할 계획이다.

피해구제를 위해 금융감독원과 소비자원의 민원접수 전담창구를 운영하고, 내달 1~9일 소비자원을 통해 여행·숙박·항공권 피해소비자의 집단분쟁조정 신청을 접수한다.

현재까지 업체로부터 파악된 미정산 금액은 약 2천100억원으로 추산되지만, 향후 정산기일이 다가오는 거래분까지 감안하면 피해 규모는 커질 것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기획재정부 김범석 1차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위메프, 티몬 판매대금 미정산 관련 관계부처 TF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김범석 차관은 "이번 사태의 최종적인 책임은 약속한 판매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위메프·티몬에 있다"면서도 "정부로서는 선량한 소비자와 판매자가 입은 피해를 지켜볼 수 없기에 가용자원을 최대한 동원해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는 위메프와 티몬의 과실책임이라는 점에서 책임 있는 해결책을 재차 촉구하는 동시에 위법 사항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김 차관은 "금감원·공정위를 중심으로 합동점검반을 운영해 전자상거래법 등의 위법 사항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관련 법령 전반에 대한 적정성 검토를 거쳐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티몬·위메프의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모회사 큐텐그룹이 다음 달 중 해외 계열사를 통해 5천만달러(약 700억원)를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은 이를 두고 700억원이 조달돼도 사태 해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700억원 조달로는 당연히 (해결이) 안 된다"며 "미정산 문제뿐 아니라 지금 기업 자체가 굉장히 안 좋은 상태이기 때문에 계속, 여러 차례에 걸쳐 다른 방안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큐텐 자금 동원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데다가 '중국자금 600억원 지원설'까지 거론되면서 조달 방안의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날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이 피해자들에게 중국자금 600억원을 담보로 대출해보려고 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에 비춰, 큐텐 측이 비슷한 수준의 자금 조달을 여러 통로로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위메프·티몬


이번 사태의 피해규모가 워낙 크고 상공인들에게 집중됐다는 점이 큰 우려를 낳고 있는 이유다.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해 검찰도 내부적으로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이준동 부장검사)는 티몬·위메프 사태와 관련해 적용할 수 있는 혐의가 있는지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안이 사안인 만큼 여러 가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소비자 피해를 양산하고 시장 질서를 무너뜨린 중대 민생침해 범죄라고 보고 금융감독 당국의 수사의뢰나 피해자 고발 등 여러 상황에 대비해 선제적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고소·고발을 담당하는 형사부가 아닌 반부패부가 검토에 나선 것은 사안의 중대성과 시급성 등을 고려한 조처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티몬과 위메프가 자금 경색으로 판매 대금을 제때 지급하기 어려운 사정을 알고도 입점 업체들과 계약을 유지하고 물품을 판매했다면 사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티몬과 위메프가 무리하게 프로모션을 진행했다는 주장도 제기된 만큼 사업 확장 과정에서 판매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자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면 경영진에 횡령·배임 혐의를 물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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