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사태에 소비자, 상공인 직격탄...업종불문 '피해 확산' 및 장기화 우려에 대통령실 "대응 방안 검토 중"

사태 장기화되면 수많은 업종에서 피해규모 눈덩이처럼 커진다...
위메프 본사에 몰린 소비자들 "어떻게 이런 일이", "분통 터진다"
판매자들 정산 못 받아 자금 압박, 소비자들 취소·환불 장담 못 해
티몬·위메프 여행 예약 피해자들 오픈채팅방에 1천500명 넘어
판촉 부담금 예측 잘못해 정산에 문제, 자금 마련에 3사 같이 대응"
티몬·위메프 전체 피해 규모 몰라…위메프 정상화에 최소 1천억원

정용일 승인 2024.07.25 13:43 | 최종 수정 2024.07.25 13:56 의견 0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여행뿐 아니라 가전·식품·공연 등 각종 업종으로 빠르게 확산하며 소비자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미정산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수많은 중소 판매자(셀러)의 자금 경색 위험도 커질 전망이다.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정산 지연 사태와 관련 고객들이 환불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거액의 판매대금을 물린 소상공인 등 중소 판매자들이 자금난으로 줄줄이 도산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연쇄 도산이 현실화하면 은행 등 금융권 역시 피해가 불가피하다.

25일 유통·식품·여행업계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 등 큐텐그룹 계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에 입점한 6만곳 가운데 상당수는 중소 판매자들로서 대부분 자금 사정이 열악해 판매대금 정산이 제때 이뤄져야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곳들이다.

하지만 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이 지연되면서 영세 판매자를 중심으로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했다. 상품 매입 자금이 없어 영업을 중단할 위기에 처한 판매자도 생겨나고 있다.

이달 정산받지 못한 대금은 5월 판매분이다. 6∼7월 판매대금 정산도 불확실한터라 중소 판매자의 자금난은 갈수록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전체 미정산 금액을 추산하기는 어렵지만 일부 판매자는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물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에 입점해 있는 한 판매자는 "정산받아야 할 대금이 수억원대"라며 "버틸 수 있는 시한은 이달 말까지"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판매자는 "카테고리를 불문하고 많은 셀러가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며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이번 사태로 중소 판매자들이 줄도산하면 그 파장은 금융권까지 미칠 수 있다. 현금 사정이 여의찮은 많은 영세 판매자들은 선정산 대출로 당장 필요한 자금을 충당한다.

선정산 대출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판매자가 은행에서 판매대금을 먼저 지급받고, 정산일에 은행이 해당 플랫폼에서 대금을 받아 자동 상환하는 방식이다.

금융감독원의 '7개 플랫폼 입점업체 정산대금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2022년 4년간 선정산 대출총액은 1조3천억원을 웃돈다. 연간 대출액은 2019년 252억원에서 2022년 6천239억원으로 25배로 불어났다.

플랫폼별로는 쿠팡 입점사의 대출액이 가장 많고 두 번째가 위메프다. 두 업체는 정산 주기가 상품이 판매된 후 최대 두 달 후로 이커머스 플랫폼 중에서 가장 길다.

여행사들의 피해도 막대하다. 티몬·위메프를 통해 판매된 해외여행 상품에 대해 정산을 못 받으며 고스란히 손해를 보게 됐다. 이는 여행사 상품을 예약한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여행사들이 티몬·위메프에 대한 기존 결제 취소·환불 신청 후 자사에 재결제해야 출발할 수 있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휴가를 앞두고 여행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티몬·위메프에서 환불받을 것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 재결제를 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여행 자체를 포기하는 피해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티몬·위메프 여행 예약 피해자 오픈채팅방에는 1천500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다. 한 소비자는 호텔에 2박으로 체크인했는데 이번 사태에 따른 예약 상품 취소로 1박 후 나와야 했다는 사연도 올라왔다.

= 싱가포르 기반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 계열사인 위메프와 티몬 정산 지연 사태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의 모습./연합뉴스


중기부 장관 "관계부처와 어떻게 지원할지 협의 중"

피해자들은 티몬·위메프를 통한 환불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직접 사옥으로 찾아가라고 조언하고 있다. 실제 전날부터 위메프 본사에는 환불을 요청하기 위해 소비자 수백명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위메프·티몬이 최근 각종 가전을 다른 온라인몰보다 싸게 파는 행사 등을 수시로 벌인 것으로 알려져 가전 판매자(셀러)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티몬을 통해 가전을 구입했으나 판매자로부터 상품 취소를 당하고 플랫폼에 자체 환불을 받으라는 연락을 받았다는 이용자들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노트북을 구매하려다가 75만원을 손해봤다", "싸게 할인하길래 구매했는데 당한 것 같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용산전자상가의 대형 전자제품 판매사와 PC 부품 판매사들의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몬에서 구매한 음식배달 요기요 상품권이 취소되기도 했다. 소비자가 티몬에서 요기요 상품권을 7∼8% 할인된 금액에 사서 앱에 등록했는데 판매 대행사가 임의로 해당 상품권의 사용을 중지 처리했다는 것이다.

요기요는 전날 입장문에서 "요기요 자체적으로 이번 문제를 온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요기요는 이번 사태를 촉발한 큐텐의 신속하고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배달의민족 역시 티몬과 위메프를 통해 상품권을 판매했다. 다만, 정산 지연 사태에 이달 초부터 판매를 중단한 상태이며 배민에 등록된 상품권이 사용 중지된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배민은 밝혔다.

bhc치킨, BBQ 등 치킨 프랜차이즈도 티몬·위메프에서 치킨 상품권이나 간편식 제품을 판매했지만, 피해는 미미한 수준으로 전해졌다. 또 대부분 식품업체는 티몬·위메프와 거래하지 않아 큰 피해는 없다는 입장이다. 홈쇼핑 중에도 위메프에서 수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해 위메프관 운영을 잠정 중단한 곳도 있다.

이번 사태로 공연업계에서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월드디제이페스티벌(월디페) 주최 측은 최근 대표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환불 부분은 티몬과 위메프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티몬과 위메프를 통해 내년 월디페 티켓을 구매하신 분들에게 절대 피해가 가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지했다.

앞서 월디페는 '2025 월디페'의 슈퍼 얼리버드 티켓을 위메프에서 지난 16일부터 3일간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벌인 바 있다. 이번 사태로 규모가 있는 기업뿐 아니라 개별적으로 티몬·위메프를 통해 물품을 판매하는 소상공인들도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날 글로벌 창업 허브인 '한국형 스테이션 F' 조성지를 발표하는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가 나오자 "엄중한 사건으로 중기부가 소상공인 플랫폼 입점을 지원하는 만큼 관계부처와 어떻게 지원할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가 25일 새벽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정산 지연 사태로 상품을 환불받으려는 고객들을 응대하고 있다.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 "고객 환불 먼저 완수 후 판매대금 지급"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가 직접 나섰다. 25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고객이 가장 급하게 원하시는 환불을 완수하려고 한다"며 "현재까지 (현장에서) 700건 처리를 완료했다. 처리방식 변경으로 속도가 빨라질 것 같다"고 밝히며 "고객 환불부터 집중한 뒤 소상공인·영세상인 등 판매대금 지급 문제에 대응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판매자 대금 및 환불 자금 마련에 대해 "큐텐 그룹사 차원에서 다 같이 대응하고 있다"며 "큐텐·위메프·티몬 다 합쳐서 그룹사 전체가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 대표는 "큐텐 구영배 대표가 한국에 있고, 그룹사 전체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도 티몬의 환불이나 큐텐 관련 상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주까지 위메프 정산 지연금은 400억원이고, 티몬과 위메프 전체 피해 규모는 모른다"고도 말했다. 류 대표는 이번 사태의 원인과 관련해 "위시 인수 자금 등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며 "올해 2월 새로운 판촉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사업부의 실수로 7월에 정산해야 하는 판촉 금액이 예상보다 훨씬 크게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당초 예상보다 몇십억원의 차이가 나다보니 정산에 문제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이 미숙했고 불안감이 가중됐다"고 말하며 "법인통장 가압류 공문을 받았다. 가압류되면 소비자 환불을 못 하는 상황이 된다고 해명한 상태"라고 설명했다.기자회견에 앞서 그는 오전에 "위메프 정상화는 1천억원이나 그 이상이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피해자들은 전날 저녁부터 환불을 요구하며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위메프 사무실에 몰려 오전 1시께 류 대표가 200여명에게 사과하고, 현장 환불에 나섰다. 위메프는 결제자 이름과 연락처, 예약번호, 상품명, 환불요청 수량, 예금주 이름과 계좌번호를 종이에 적게 한 뒤 순차로 환불금을 입금해주고 있다.

피해자들은 "머지포인트 사태 때도 현장에서 오래 기다려 환불금을 받았다. 입금 확인이 안 되면 집에 갈 수 없다"며 꼬박 밤을 새웠다. 피해자 김모 씨는 "200만원 상당 성인 2명 일본 여행 예약 취소를 위해 어제 고객센터에 전화를 300번을 걸었지만 연결이 안돼 찾아왔다"며 "스트레스 때문에 위장병에 걸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위메프는 현장 접수된 700건 환불을 진행했고, 티몬 환불 요청 68건도 티몬 측에 전달했다. 위메프는 본사로 고객이 계속 찾아오자 안전을 우려해 오전 10시30분 이후 도착자에 대해서는 현장 환불을 진행하지 않고 QR코드를 통한 온라인 접수를 안내했다.이 때문에 건물 밖에는 100명 가까이 몰려 "지방에서 환불받으러 왔다. 들여보내 달라"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사동 티몬 본사에도 정산받지 못한 판매자와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 수 십명이 몰려들었지만, 사측이 현장 대응에 나서지는 않았다. 티몬과 위메프 모두 직원들이 재택근무로 전환한 상태다.

티몬 관계자는 "현재도 환불은 계속 진행 중이다. 환불을 요청한 모든 고객에게 환불할 예정"이라며 "현재 판매자 정산도 가능한 한도 안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티몬은 모바일앱과 홈페이지 일대일 톡 상담, 고객센터 등을 통해 환불 신청을 받고 있다. 온라인에는 전날과 이날 티몬에서 환불금이 계좌로 입금됐다는 인증 글이 잇달았다. 특히 '380만원짜리 환불했는데, 세 번 들어왔다', '92만원이 두 번 환불됐다', '할인 전 가격으로 환불이 이뤄졌다'는 등 환불 과정에 오류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달 큐텐의 해외 판매 대금 정산이 미납되는 일이 발생한 데 이어 이달 초부터 위메프, 최근 티몬까지 정산 지연 사태가 도미노처럼 번졌다. PG사들이 티몬·위메프 기존 결제 건에 대한 카드 취소를 막으면서 고객이 환불 요청을 해도 계좌번호를 입력하고 현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환불 요청서 작성하는 위메프 고객들./연합뉴스


정부도 본격적으로 대응책을 고심

문제는 이번 사태로 티몬과 위메프의 매출과 거래액이 급감하고 자금 회전력까지 약해져 판매자 정산이 언제 정상화할지 기약이 없다는 것이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쌀 상품을 판매해온 한 정미소는 "판매대금 5억2천만원 정산 일자가 7월 12일에서 17일, 24일로 차례로 밀리더니 결국 24일에도 정산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정미소가 도산하면 농민들 피해도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은행들이 티몬과 위메프의 대출 상환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전날부터 두 플랫폼 판매자에 대한 선정산 대출을 중단해 자금줄은 더 막힌 상황이다. 한계에 이른 영세 업자가 줄도산하면 금융권 피해도 현실화할 수 있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자 정부도 본격적으로 대응책을 고심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소비자와 판매자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 당국에서 신속히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를 서둘러 진화하지 않으면 소상공인부터 차례로 도산하면서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며 "촌각을 다투는 일인 만큼 정부가 신속하게 개입해 대책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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