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칼럼] 잊지 않겠습니다. 잊혀지지 않습니다

편집부 승인 2024.04.05 11:05 의견 0
원희경 시사의창 대표이사


[시사의창 2024년 4월호=원희경 대표] 얼마 전 출장으로 남쪽 지방 몇 군데를 다녀오게 되었다. 그 중 진도 바닷길 축제 방문도 일정 중에 있어 목포를 경유하여 국내 최장 케이블카라 자랑하는 해상케이블카를 타게 됐다. 목포 시내 북항 스테이션을 출발해 유달산 정상부에서 ‘ㄱ’자로 꺾여 해상을 지나 반달섬 고하도에 이르는 왕복 노선이었다. 유달산 정상부를 오를 때까지는 설악산이나 내장산 케이블카를 타본 경험과 크게 다름을 느끼지 못했지만 유달산 정상부에서 ‘ㄱ’자로 꺽이면서 목포 앞바다와 고하도의 경치를 보는 순간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강산이 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그러나 이어 눈에 들어온 큰 선박이 있었는데 안내자의 말이 진도 팽목항에서 인양해 목포 신항만에 정박해 놓은 세월호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고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슬픔과 함께 아름다운 우리나라 강산을 감상하고 있는 내가 너무 미안해졌다. 4월 16일이면 세월호 안에 있던 많은 이들이 수장된 지 벌써 10년이다. 10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얼마 전 일어난 일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아프다. 내 주변엔 세월호와 연관된 인연이 없음에도 이렇게 먹먹하고 잊혀지지 않는 아픔인데 유족들의 아픔과 고통은 감히 짐작하기도 어렵다. 짐작한다는 말조차 무례한 것 같다.

희생자 304명(실종자 5명 포함) 중 250명이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대부분이 1997년생으로 내 둘째 아이와 동갑친구들이다. 1997년생 아이들은 태어나면서 IMF 위기 때라 탄생과 돌잔치조차 눈치 보는 시절이었고 7살 되던 해는 사스가, 16살 되던 해는 메르스 유행으로 으레 행해졌던 체험학습과 졸업여행을 가지 못했던 1997년생들이었다. 그렇게 성장해가던 18살에 거의 처음으로 수학여행길에 올랐을 텐데... 꽃보다 예쁘고 보물보다 귀한 아이들이 세월호의 희생자가 되었다. 내 둘째 아이의 동갑친구들이라 내 자식같은 맘으로 가슴이 미어지는데 아이들과 가족을 죄 없이 가슴에 영원히 묻어야 하는 고통은 감히 어찌 짐작할까?

유족들이 2월 25일부터 지난 16일까지 약 21일에 걸쳐 10년 전 무사히 도착해야 할 제주에서부터 진도 팽목항, 목포 신항 등 전국 행진을 했다고 한다. 고단하고 고통스런 전국 행진 이유는 참사 발생의 국가 책임 인정과 공식 사과 그리고 진정한 위로라 하는데 어째 국가는 공식 사과와 진정한 위로는커녕 4월 18일 KBS에서 방송 예정이었던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가 4월 10일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4월 방송 불가 결정을 한단 말인가. 공영방송이라는 KBS가 다큐멘터리 방영이 총선에 영향이 있든 없든 그걸 이유로 방송 불가라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 처사다. 설령 영향이 있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잘못된 것은 인정하고 사과해서 바로잡아야 하는 게 올바른 처사가 아닐까 싶다.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 등 국가 참사를 정쟁으로 삼지 말라는 국가가 더욱 정쟁으로 몰고 가는 모양새이다. 국민들과 유족들은 정쟁에 관심 없고 그저 참사의 정확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진정한 위로를 원하는 것이다.
총선은 이미 치러지고 8일이나 지나 방영될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멘터리 방영으로조차 위로해줄 수 없는 일인가? 아무리 눈 가리고 귀와 입을 막는다 해도 유족들과 국민들은 모두 기억하고 잊지 않을 것이다. 잊혀지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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