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강현섭 기자] 제3기 신도시 개발과 관련하여 토지보상이 98.8% 완료되고 지장물 등에 대한 보상이 70∼80%대에 이르는 가운데 3기 신도시 하남 교산지구나 남양주 왕숙지구 등의 개발을 둘러싸고 지역주민과 사업시행자인 LH가 주민생계지원 문제를 놓고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 3기 신도시 사업 추진이 차질을 빚고 있다.
주민생계지원사업이란 2022년 8월 4일 시행된 공공주택특별법령에 따라 공공주택지구 안에 거주하던 주민들에게 사업기간 중 사업시행자가 직업전환훈련, 소득창출사업지원, 고용추천 등 주민생계를 지원하는 제도로서 특별법령엔 법의 취지를 담아 ‘~ 할 수 있다.’는 규정이 마련되어 있고 공공사업시행자인 LH와 GH도 각각 자체 지침을 마련하여 운영되고 있다.
공공주택지구의 해당 지역주민들은 그동안 LH와 GH를 상대로 분묘 이장, 지장물 철거, 산림수목의 벌채, 지하수 굴착시설의 원상복구 등의 주민지원 사업을 위해 주민생계조합을 결성으로 사업기간 중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을 위해 협상을 벌여 왔지만 현장과 일선에선 구체적 지침이 일률적으로 적용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남양주 왕숙지구 주민생계조합장 이원근씨(69세)는 “ 아직까지 단 한건의 주민지원사업이 이루어진게 없다” 며 “이는 LH가 공구별 별도발주와 주민생계지원사업 시행보류라는 내부결정으로 주민들을 우롱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LH는 신설기업이 공사실적이 없다 점 뿐 만 아니라, 특히 시공능력을 핑계로 3기 신도시 주민들과의 상생협력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조합장은 “LH와 GH가 겉으로는 주민생계지원사업을 지침으로 내렸음에도 일선 사업부서에서는 보상협의부서와는 전혀 별개로 움직이고 있다”며 “주민들도 이젠 저항으로 일관하고 있어 3기 신도시 사업 추진이 한없이 지체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3기 신도시 시행 5년 3개월이 지났음에도, 주민들이 밝힌 지장물 보상 진도는 약 70∼80%대(2024년 2월 14일 기준 남양주 왕숙 87.5%, 남양주 왕숙2 68.2%, 하남 교산 88.5%, 고양 창릉 78.8%, 부천대장 75.4%)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사업이 지체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이 조합장은 “보상단계의 협의과정에서 LH측의 요청대로 지난 해 주민들이 토건회사를 설립하여 입찰과 사업 참여에 대비해 왔으나 “시공능력이 없다‘, ’실적이 없다‘ 며 단 한건의 공사도 수주하지 못해 주민들이 완전히 속았다”며 분개했다.
이 같은 불신과 갈등문제는 특별법령인 공공주택 특별법령의 제정목적 및 취지와 LH 자체 지침 등에 대한 실제 현장 적용의 아래와 같은 이견 때문이다.
LH의 ‘공공주택지구 주민 생계지원대책 수립지침 ’ 제9조에는 ‘지역본부장이 주민단체(주민생계조합)와 시행령에 명시된 지장물 철거 등 4개 사업에 관해 수의계약으로 체결, 시행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LH 홍보실 관계자는 ”주민생계조합의 취지는 임의 규정으로서 LH가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없다‘면서 “최근 강화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철근누락사고 등에서 벌어지는 안전에 대한 책임 문제, 지장물 처리 시 불법행위나 재활용관련 환경법규 위반 등, 우려가 있으며 일선 현장 실무자들의 주민생계조합을 믿지 못하는 개별특성도 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주민생계조합의 조합원 김◯◯ 씨는 “ 남양주 왕숙지구 주민생계조합은 관련 법령과 전문가를 갖춘 상태로서 법령 등에 위반되지 않게 일을 처리할 수 있으며, 사후 문제 발생 시 책임을 당연히 지는 법적인 조합이지만 주민들로 새로이 구성하였기에 시공실적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를 LH가 문제 삼아 시공능력평가를 핑계로 주민생계조합에 지장물 철거 등 주민위탁사업을 위탁하지 않는 것은 법의 취지와 실효성을 무시하는 처사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LH·GH는 지장물 철거 등 주민위탁사업에 대해 주민생계조합은 배제한 채, 남양주 왕숙지구에서는 수목 벌채·지하수 폐공 등 432억 원, 남양주 왕숙2지구는 지장물 철거 208억 원, 고양 창릉지구는 지장물 철거 201억 원, 하남 교산지구의 LH지역에는 지장물 철거 323억 원과 GH지역에 150억 원 등 도합 1,314억원 달하는 공사계약을 전량 민간에 맡겨 계약함으로서 3기 신도시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한편 주민들은 “남양주 왕숙지구 3공구 지장물 철거공사 약 26억을 입찰공고 없이 2공구· 3공구 조성공사 낙찰업체인 금광기업(2,888억원 수주)에 수의계약함으로서 계약법령을 위반하였으며, 일감을 몰아주는 특혜를 일삼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LH 담당자는 직접 답변을 회피하고 홍보실 관계자를 통해 “ 남양주 왕숙지구 3공구의 지장물 철거공사의 경우, 지난해 7월 제2,제3 공구의 낙찰업체인 금광기업주식회사에 건축물 철거와 폐기물 처리사업과 함께 입찰을 통해 사업체를 선택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공공주택지구의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생계가 곤궁할 때를 위해 주민을 지원하기 위한 법령의 취지가 현장에서 길을 잃고 있는 장면이다.
통상 공공택지 개발사업은 토지나 물건의 보상-철거-토목공사 및 시공-입주의 방식으로 전개된다. 도시계획전문가인 홍미영 교수는 “최소 10년 정도의 장시간이 소요되는 공공주택지구의 특성상, 주민과의 갈등이 사업을 방해하고 시행자에 의해 충분히 해소되지 않는 장면은 아쉬움을 남긴다”라며 “ 사업시행자는 주민갈등이 추가 비용을 발생케 한다는 점도 함께 검토하는 긍정의 마인드를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세종시 개발의 경우 주민과 함께 개발주체가 주민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친 성공사례가 있다”며 “그 때는 법적 근거도 없을 때였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LH 등의 적극적인 부서장과 관리형 부서장의 태도에 따라 임의로 해석되고 사람마다의 마인드차이에 의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지침의 모호성은 불필요한 기대와 불신을 조장한다”고 말했다.
또한 “행복청 시행규칙 제정 사례처럼 국토교통부의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 제정과 LH나 GH의 지침에 일부 독소 조항 개정 등을 통해 정부의 강제수용으로 갑자기 삶의 터전을 잃은 수용주민들의 생계지원을 위한 보다 상세한 규정을 두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수도권 3기 신도시 건설사업이 몸살을 앓고 있는 주민들과 사업시행자와의 갈등을 끝내고 법의 취지를 살려 사회적 긍정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강현섭 기자 rgiok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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