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 4월호=정용일 기자] 우리가 살아가면서 주제, 분야와 상관없이 평소 불합리하다 느꼈던 것, 궁금했던 것들이 참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접근하기 쉽지 않은 상황들도 참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시사의창’에서는 독자 여러분들을 대신해서 본지 기자들이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취재를 통해 속 시원하게 해결책을 제시해 드리겠습니다. 또한 살아가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과 알아두면 좋은 필요한 정보들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따라서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제보와 문의를 기다리겠습니다. 이번 취재는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대표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의 이번 사기행각은 한 국가에 국한된 것이 아닌 여러 국가와 관련돼 있어 다소 복잡한 상황입니다. 또한 권 대표가 어느 나라로 인도 돼 기소되느냐에 따라 법적인 형량은 크게 달라질 수 있고, 그 부분에 대해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고 있는 것 같아 취재를 통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도피 11개월 만에 몬테네그로에서 잡힘으로써 이본 사건과 관련된 국가별 구금기간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힌 테라폼랩스 권 대표가 다른 범죄인 인도 사례와 뚜렷하게 구별되는 건 그가 몬테네그로 관할권에서 형사 사건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권 대표는 측근인 한모 씨와 함께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갖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체포됐다.

몬테네그로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체포 당시 포드고리차 공항에는 권 대표를 태우기 위한 전세기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집트 카이로에서 온 해당 전세기는 권 대표를 태우기 위해 이틀 동안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대기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수하물에서는 벨기에 여권도 발견됐는데, 인터폴 조회 결과 이 역시 위조 여권으로 드러났다. 여권 위조는 몬테네그로에서 최대 5년의 징역형이 선고되는 중범죄다.

법원 출두하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몬테네그로 현지 당국은 권 대표의 출입국 기록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공식 입국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경을 넘은 것이다. 불법 입국이 드러날 경우 이 역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권 대표가 자신의 대한민국 여권을 사용하는 등 다른 법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단순 검거됐다면 곧바로 범죄인 송환 절차로 넘어갈 수 있지만 그가 몬테네그로 관할권에서 형사 사건의 당사자가 되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27일 포드고리차 지방검찰청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하리스 샤보티치 검사는 "이 사건에 대한 기소가 끝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며 권 대표의 위조 여권 사건을 기소하는 것이 첫 번째 순서라고 강조했다.

샤보티치 검사 "권 대표 구금된 30일 동안 신병 인도될 가능성 없다"

권 대표가 일으킨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해 기소도 하지 않고 타국으로 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이번 사건 담당 검사인 그는 여러 차례 강조했다. 샤보티치 검사는 "권 대표가 구금된 30일 동안 신병이 인도될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지난 3월 27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지방검찰청에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위조 여권 사건을 담당한 하리스 샤보티치 검사가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샤보티치 검사와 연합뉴스의 인터뷰에는 포드고리차 지방검찰청 고위 관계자 2명도 배석했다. 샤보티치 검사의 개인 의견이 아닌 포드고리차 지방검찰청의 입장인 셈이다.

다만 샤보티치 검사는 기소 이후 실제 재판으로 이어질지, 재판부가 선고한 형량을 채운 뒤에야 범죄인 송환 절차로 넘어가는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투자자에게 50조원이 넘는 피해를 준 권 대표는 4개국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이다. 그가 해외 도피 11개월 만에 검거되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싱가포르까지 신병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일단은 몬테네그로의 사법 처리를 지켜보는 것 외에는 현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 보인다.

몬테네그로 현지 법원은 지난 24일 권 대표와 측근 한모 씨에 대해 구금 기간 연장을 명령했다. 법원은 권 대표 등이 싱가포르에 주거지를 둔 외국인으로 도주 우려가 있고, 신원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구금 기간 최장 30일 연장을 결정했다.

“권 대표의 변호인인 브란코 안젤리치는 권 대표에게 모국어인 한국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는 등 방어권을 박탈당했다는 점을 근거로 이에 불복해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권 대표 측이 구금 기간 연장에 불복해 항소할 경우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지켜봐야 할 변수로 꼽힌다. 비로소 송환 절차에 착수하더라도 권 대표 측이 몬테네그로 당국의 신병 인도 결정에 대해 소송으로 맞설 가능성이 있다. 샤보티치 검사는 몬테네그로 현지 변호사 2명이 권 대표를 돕고 있다고 전했다.

권 대표가 미국과 한국 어디를 가더라도 중형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송환이 불발될 수 있도록 면밀히 대응 준비를 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국내 피해자들은 권 대표 송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권 대표가 현지에서 법적 조력을 최대한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송환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궁금증! 권도형 어느 나라로 송환되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

앞서 말했듯이 권 대표가 어느 나라로 송환되어 어떤 형량을 받을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유기 징역의 상한이 없고, 여러 범죄의 형량을 그대로 합산하는 방식인 미국으로 인도돼 기소되는 게 권 대표에게는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다.

법률사무소 문곡의 대표변호사인 박근하 변호사는 이에 대해 "테라폼랩스의 권 대표에게 증권사기 및 시세조종 등 8개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미국 검찰과 더불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권 대표를 사기 혐의로 제소한 바 있다"면서 "유기징역의 상한이 없는 미국은 또한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함으로써 미국 검찰에서 권 대표에게 8개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상황에서 모든 혐의가 다 인정된다면 벌금만 수십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플로리다주의 팸 본디 검찰총장(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아울러 "미국의 경우 특히 금융사기에 있어 형량이 세다. 따라서 기존 미국에서의 금융사기와 관련해 100년이 넘는 형량이 선고되는 사례를 많은 것을 보면 권 대표가 미국에서 기소돼 형량을 받을 경우 상상 이상의 무거운 형량이 선고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서 400억 달러에 달하는 피해 규모에 대해 소송을 했으며, 한국 돈으로 무려 50조가 넘는 어마어마한 돈을 권 대표에게 벌금으로 물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한 법조계의 입장은 권 대표의 혐의와 관련해 고의성과 시세조정 등이 붙는다면 형량도 상당히 늘어날 수 있으며, 미국에서는 충분히 현실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 입을 모은다.

“권 대표가 국내로 송환돼 재판을 받을 경우는 범죄의 각 상황별 가중 구간에 대해 혐의를 접목시켜 형법상 징역형의 경우 최대치의 가중의 하더라도 최대 40년이다. 대한민국의 형법 42조에 따르면 유기징역의 상한을 30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가중 처벌을 통해 최대 50년까지 선고할 수 있으나 법조계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경제사범의 경우 최대 40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 검찰이 권 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8개인 미국보다 적은 5개다. 국내에서 형량이 가장 높은 증권사기 혐의로 높은 형량이 선고되면, 그 형량의 1.5배까지만 처벌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사태와 관련해 피해를 본 사람들의 입장에서 대한민국에서의 처벌은 솜방망이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미국과 싱가포르, 대한민국 중 어느 쪽으로 인도될지에 대해서는 단정 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범죄인 인도에 관한 유럽협약' 가입국으로서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 요청을 몬테네그로 당국에 가장 먼저 청구한 대한민국은 또 권 대표의 국적이 한국 국적이라면 한국인 범죄인 인도 우선권을 주장할 수 있다.

또한 권 대표가 살던 곳인 싱가포르도 800억원 정도 수사가 진행된 상황이며, 신병 인도 요청을 한 상황이다. 싱가포르 역시 범죄인에 대한 형량을 엄격하게 매기고 있는 국가다.

미국 역시 '범죄인 인도에 관한 유럽협약' 가입국으로서 미국의 정치/외교적 역량과 국력 또한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몬테네그로 당국의 입장에선 '범죄인 인도 조약도 상호주의'이기 때문에 자국에 득이 되는 국가가 어느 쪽인지에 대해 살펴보고 인도를 결정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테라와 루나 사태의 장본인인 권도형 대표의 동업자였던 신현성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이는 작년 11월 첫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넉 달 만이다. 또한 검찰은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몬테네그로에서 권 대표와 함께 체포된 한모씨를 지목하고 있다. 테라루나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루나를 팔아치워 챙긴 거액을 관리한 게 모두 최고 재무담당자인 한모씨이며, 그는 이번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3인방 중 한 명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궁금증! 권도형은 대체 왜 세르비아를 선택했나...

11개월 동안의 도피행각을 불이다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권 대표는 작년 검찰의 수사망을 피해 싱가포르와 아랍에미리트를 거쳐 동유럽인 세르비아로 이동해 주소지 등록까지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그가 선택한 곳이 왜 낯선 세르비아인지 궁금해하고 있다. 이유인 즉 세르비아는 권 대표가 다른 나라보다 도피자금으로 쓸 가상자산 입출금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세르비아는 지난 2021년 정부 측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가상화폐 거래 및 채굴을 합법화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등 가상화폐 투자가 활발한 국가로 볼 수 있다.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 등에 가상화폐를 현금화할 수 있는 ATM까지 있는 만큼 권 대표에게 세르비아는 최적의 도피처였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한 국제형사결찰기구(인터폴)의 수사공조 역시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곳이 세르비아다. 바로 이 점을 악용해 권 대표가 세르비아를 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권 대표는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되면서 어떻게든 미국으로의 송환만은 피하기 위해 그의 변호인을 통해 최대한의 방어를 할 것으로 보이며, 미국과 싱가포르가 한국과 함께 송환 전쟁을 치르는 상황에서 미국으로의 송환이 결정될 경우 막대한 벌금 등 매우 무거운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막대한 손해를 입은 상황에서 어느 나라로 송환이 결정되든 그의 범죄 혐의에 따른 적법한 법의 심판을 받기를 바랄 뿐이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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