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 개최될 제3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3)를 앞두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인도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기후 정의를 외치며 이미 환경부 내 전담 부서(Cell)를 구축하는 등 개최 의지를 공식화했다. 호주 역시 태평양 도서국들과의 기후 연대를 내세워 ‘태평양 COP’이라는 명분을 쌓으며 차기 개최권을 향해 무서운 기세로 질주하고 있다.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30) 행사장 ©COP30 Brazil Amazon

[시사의창 2026년 1월호=최광석 포천시 탄소중립지원센터장] COP는 세계 190여 개국 정상급 인사들과 전문가 등 5만여 명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기후 회의로, 유치에 성공할 경우 기후 리더십 확보는 물론 수조 원대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에 각 국가에서 유치에 적극적이다. 2026년에 개최될 예정인 COP31은 튀르키예 안탈리아(Antalya)에서, 2027년에 개최 예정인 COP32는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Addis Ababa)에서 개최될 예정인데, 2028년에 개최될 COP33은 아시아·태평양의 개최를 원칙으로 하여 인도, 호주가 공식적인 유치의사를 밝힌 바 있으며 우리나라는 정부차원에서가 아니라 전남 여수를 필두로 전남 여수, 경기 고양, 제주, 인천 등이 각자의 강점을 내세워 중앙 정부의 개최 의지 공식화와 국내 후보지 선정을 촉구하고 있다.
가장 먼저 유치전에 뛰어든 곳은 여수를 중심으로 한 ‘남해안 남중권’이다. 전남 동부권과 경남 서부권 12개 시·군이 연합한 이들은 2008년부터 유치를 추진해 온 ‘준비된 후보지’임을 강조한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던 풍부한 마이스(MICE) 인프라와 운영 노하우를 자산으로 삼고 있으며, 영호남이 공동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한다는 ‘화합과 상생’의 메시지를 국제 사회에 던지고 있다. 특히 여수 국가산단과 광양제철소 등 고탄소 산업 밀집 지역을 탄소중립 실현의 전초기지로 전환하겠다는 당위성을 내세워 시민사회 중심의 유치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경기도는 고양시의 킨텍스(KINTEX)와 한강 습지, 파주 DMZ의 생태적 가치를 결합한 ‘기후 선도도시’ 로 맞서고 있다. 고양시는 국내 최대 규모인 10만 8,000㎡의 전시면적을 갖춘 킨텍스와 인천국제공항과의 탁월한 접근성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운다. 여기에 한강 습지와 김포, 파주를 잇는 ‘탄소중립벨트’를 구축하여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후 위기 대응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도모하는 기후 경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35 탄소중립 비전’과 전국 최고의 친환경 정책 선도 도시임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이 제주를 방문해 제주의 환경 정책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유치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연천 한탄강 지질공원 ©연합뉴스


인천광역시는 송도에 위치한 녹색기후기금(GCF) 등 국제기구와의 네트워크와 국제회의 인프라를 무기로 유치 의지를 피력하고 있으며, 철강 도시인 포항시는 중화학 산업 중심에서 ‘기후 리더십’을 갖춘 녹색경제 선도 도시로의 대전환을 목표로 COP33 유치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도, 호주 등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 우리나라 개최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잘 갖춰진 시설’을 홍보하는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전 세계가 직면한 기후 위기와 냉전이 만든 마지막 분단국으로서 최대의 숙제인 평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오직 대한민국만이 제시할 수 있는 독보적인 ‘서사(Narrative)’를 동반한 유치전략이 필요하다. 그 해답은 바로 70년간 금단의 땅이었으나 이제는 생태의 보고로 거듭난 ‘경기북부 접경지역과 DMZ’에 있다.
경기북부 접경지역, 특히 비무장지대(DMZ)와 민통선 일대는 지난 70년간 인간의 간섭이 배제된 채 자연 스스로 치유되어 온 독특한 생태계이다. 서울시 면적의 3배가 넘는 이 방대한 공간은 멸종위기종의 피난처이자, 전 세계가 주목하는 거대한 탄소 흡수원이다. 이곳에서 COP33을 개최한다는 것은 분단의 상징을 기후탄력성 회복과 생명, 희망의 메시지로 전환하는 ‘기후평화 이니셔티브’의 정점을 의미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천명한 ‘기후평화 이니셔티브’는 기후 대응을 단순한 환경 정책을 넘어 남북 협력과 평화 정착의 매개체로 정의한다. 파주 민통선 일대의 ‘평화에너지벨트’ 구상이나 남북 산림 협력을 통한 탄소배출권(REDD+) 사업 모델은 기후 위기가 국경을 넘어 인류 공동의 과제임을 보여주는 실천적 방안이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 볼 때 경기도 북부 접경지역의 시·군·구가 공동으로 협력하여 COP33의 경기북부 유치에 도전해 보는 것은 기후탄력적 발전(CRDPs)과 지속가능발전을 통한 경기북부만의 특화된 신성장 모델을 찾아볼 수 있다는데 의의가 있으며 대한민국이 COP33을 유치해야 될 필요충분한 이유를 말해줄 수 있다. COP33을 통해 ‘K-기후 평화’ 모델을 중심으로 ‘그린 데땅뜨’의 길을 열고 남북간 긴장완화와 동북아 평화와 교류를 위한 결정적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경기북부 유치의 또 다른 핵심 자산은 포천시와 연천군을 관통하는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다. 50만 년 전 분출된 용암이 빚어낸 주상절리와 베개용암은 내륙에서 보기 드문 화산 지형으로, 2024년 유네스코 재인증에 성공하며 그 국제적 가치를 다시 한번 공인받았다 이곳은 인류가 지구 환경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지구의 기억’이다. 포천시가 추진 중인 지질자원 활용 관광상품 개발과 민간 협력 모델인 ‘지오파트너’ 사업은 지속 가능한 발전의 실무적 본보기로 제시될 수 있다. 50만 년의 역사를 지닌 지질 유산 위에서 인류의 미래 50년을 논의하는 COP33은 참가자들에게 그 어떤 회의장에서도 느낄 수 없는 깊은 영감과 엄중한 책임감을 부여할 것이다.
경기북부의 COP33 유치는 경기도가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경기북부 대개조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화룡점정이 될 수 있으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소강상태이긴 하나 경기북부 지역 주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경기특별자치도’추진과 관련하여 경기북부 신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 경기도는 올해만 5,26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도로, 철도, 하천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대폭 확충하고 있다. GTX-A 노선의 개통과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파주~양주 구간의 연결은 경기북부의 고질적인 교통 소외 문제를 해결하고, 전 세계 대표단이 인천공항에서 킨텍스까지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경기북부 대개조 프로젝트를 통해 조성될 고양·일산·양주 테크노밸리와 평화경제특구는 기후테크 산업의 전진기지가 될 전망이다. 2026년까지 기후테크 스타트업 100개사를 육성하고, 2030년까지 유니콘 기업 3곳을 배출하겠다는 경기도의 비전은 COP33이라는 국제적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투자를 유치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이는 경기북부가 ‘안보의 희생양’에서 ‘대한민국 기후테크 산업 성장의 심장’으로 거듭나는 기후탄력적 발전(CRDPs)의 본질적 목표와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
대규모 국제회의의 성공 여부는 수만 명의 인원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하드웨어에 달려 있다. 고양시에 위치한 킨텍스(KINTEX)는 10만 8,000㎡의 전시면적과 37개의 가변형 회의실을 보유한 국내 최대의 컨벤션 센터로, 3만 명 이상의 참가자가 몰리는 COP33을 소화할 수 있는 사실상 국내 유일의 시설이다. 특히 5,6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이벤트홀과 분할·통합이 자유로운 그랜드볼룸은 당사국 총회와 분과별 기술 세미나를 동시에 진행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
킨텍스의 국제회의와 다양한 컨벤션 행사를 중심으로 고양시의 한강 습지, 포천의 유네스코 지질공원과 광릉숲의 생물권 보존지역, 파주의 DMZ 생태 탐방로, 연천의 임진강 생물권보전지역을 연계하는 ‘그린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 전략은 참가자들에게 최첨단 회의와 더불어 기후탄력성 회복과 탄소중립, 기후적응을 위한 대자연의 체험을 동시에 제공하는 전례 없는 행사가 될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남해안권이 오랜 기간 유치를 준비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기후 변화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평화와 기후정의’의 문제라면, 그 논의의 장은 마땅히 평화가 가장 절실한 곳이어야 한다. 경기북부 접경지역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갈등의 최전선이자, 기후 기술과 생태 보존을 통해 그 갈등을 해소하려는 혁신의 최전선이다.

DMZ 평화의 길 ©연합뉴스



경기북부의 COP33 유치는 단순한 행사 유치를 넘어, 경기북부 대개조와 기후탄력적 발전(CRDPs)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의 지도를 바꾸고, 기후 평화 이니셔티브를 통해 한반도의 미래를 설계하는 동북아 그린 데땅뜨를 위한 국가적 대업이다.
유네스코 자연유산의 가치와 DMZ의 생태적 상징성,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컨벤션 인프라가 결합된 ‘경기북부 연합안’이야말로 인도와 호주의 거센 도전을 물리치고 대한민국에 개최권을 안겨줄 필승의 카드다.
현재 고착화되어 있는 분단의 고리를 풀어줄 의제는 기후 아젠다를 통한 남북한 기후생태 협력 즉 그린 데땅뜨가 유일한 대안이다. 이제는 분단의 현장에서 지구의 미래를 노래해야 한다. 경기북부에서 열릴 COP33이 기후 위기 극복과 한반도 평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역사적 변곡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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