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랑을 만나 의도치 않게 중국에 도착해 경험한 일을 기록한 최부의 <표해록>
[시사의창 2026년 1월호=김세전 시사의창 전략사업부 대표]
바다는 그를 삼키려 거친 아가리를 벌렸으나
그는 붓 한 자루로 그 푸른 절망을 건넜다.
열나흘, 하늘과 물이 맞닿은 죽음의 경계에서
사나운 파도보다 그를 더 떨게 한 것은
보고도 적지 못하는 '무지(無知)의 수치'였다.
칼을 찬 해적 앞에서도, 말 통하지 않는 이국의 창끝 앞에서도
그의 눈은 독수리처럼 중원의 심장을 쪼아댔다.
뱃길을 훔치고, 땅의 이치를 훔치고, 문명의 새벽을 훔쳐
먹물 묻은 종이 위에 또 하나의 제국을 세웠다.
시대는 천재를 품기에 너무 좁았는가.
육신은 광기의 칼날 아래 붉게 스러졌으나
그가 남긴 검은 문장들은 500년을 살아남아
왜(倭)의 스승이 되고, 서양(西)의 경이(驚異)가 되었다.
파도가 지워도, 권력이 지워도 끝내 지워지지 않은 이름.
그는 조선의 마르코 폴로 최부(崔溥)라 부른다.
새해의 첫 달, 1월은 ‘시작’의 달이기도 하지만 가장 춥고 어두운 ‘미지(未知)’의 달이기도 합니다. 2026년, 우리가 마주한 세상은 최부가 만난 망망대해처럼 예측 불가능합니다.
경제의 파고는 높고 국제 정세의 안개는 짙습니다.
이때 우리는 최부에게서 ‘길을 잃은 자의 태도’를 배웁니다.
그는 원치 않는 폭풍우(위기)에 떠밀려 갔으나, 그 표류를 단순한 조난으로 끝내지 않고 위대한 탐사(기회)로 뒤바꿨습니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고 적국의 정보를 기록해낸 그 ‘치열한 기록 정신’과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자세야말로, 혼란한 시대를 항해해야 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나침반이기에..
그를 시사의창 1월의 히어로로 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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