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마지막 달력 한 장을 남겨둔 시점,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공기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건조했다. 수개월간 대한민국 금융 시장과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었던 ‘가상자산 과세 유예’ 논란이 마침내 ‘2년 재유예’라는 결론으로 매듭지어졌기 때문이다.
2020년 세법 개정안 통과 이후 2022년, 2023년, 2025년 시행 예정이었던 가상자산 소득세는 이제 세 번째 연기를 맞이하며 2027년 1월 1일을 새로운 기점(D-Day)으로 삼게 되었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조세 정책의 타임라인 변경을 넘어, 한국 사회에서 1,600만 명에 달하는 가상자산 투자자 집단이 지닌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과 아직 미완성 상태인 ‘디지털 징세’ 인프라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해야 할 것이다.
과세 유예가 확정된 2025년 12월 시점에서, 이번 결정이 내려지기까지의 치열했던 정치·사회적 역학 관계를 복기해보고, 국세청(NTS)과 과세 당국이 직면한 제도적 한계, 그리고 2년의 시간을 벌게 된 가상자산 산업계가 준비해야 할 미래를 점검한다. 우리는 이 ‘유예된 시간’이 단순한 회피가 아닌, 제도의 연착륙을 위한 골든타임이 될 수 있을지 냉철하게 진단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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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의창 2026년 1월호=김세전 시사의창 전략사업부 대표] 1,600만 ‘코심(Coin-心)’이 쏘아 올린 유예의 공
2025년 하반기 대한민국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조세 형평성’과 ‘시장 활성화’라는 두 가지 거대 담론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전장이었다. 특히 이번 가상자산 과세 유예 결정의 결정적인 방아쇠(Trigger)는 역설적이게도 주식 시장을 겨냥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폐지였다. 정부와 여당이 자본시장 활성화를 명분으로 금투세 폐지를 강력히 추진하고, 이에 야당이 전격적으로 동의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주식 시장의 큰손들에게는 5,000만 원 이상의 수익에 대해 사실상 무기한 면세 혜택을 주면서, 상대적으로 자산 규모가 작은 청년층과 소액 투자자가 주류를 이루는 코인 시장에는 250만 원이라는 현미경 공제 한도를 들이대느냐”는 여론이 들불처럼 번져나갔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울어진 운동장’론은 가상자산 커뮤니티를 넘어 일반 대중에게까지 설득력을 얻었다. 주식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금투세를 폐지한다면, 동일한 위험 자산군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역시 형평성 차원에서 재고되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당시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가상자산 과세 유예 및 공제 한도 상향’을 요구하는 청원이 게시된 지 불과 며칠 만에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며 입법부를 강력하게 압박했다. 이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더 이상 파편화된 개인이 아니라, 조직화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하나의 거대한 정치 세력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2025년 12월 기준, 한국의 가상자산 투자 인구는 약 1,6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절반 이상에 육박하는 수치이며, 인구통계학적으로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20대와 30대가 전체 투자자의 약 50%를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이들 ‘MZ 세대’ 투자자들에게 가상자산은 단순한 투기 수단이 아니라, 부동산 폭등과 계층 사다리 붕괴 속에서 유일하게 남은 자산 증식의 희망으로 인식되고 있다.
2026년으로 예정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2027년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여야 어느 정당도 이 거대한 ‘스윙 보터(Swing Voter)’ 집단을 외면할 수 없었다. 특히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청년층 표심의 향배가 승패를 가른 경험이 있는 정치권으로서는, 이들의 ‘역린’인 가상자산 과세 문제를 건드리는 것이 엄청난 정치적 리스크로 다가왔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과 ‘법적 안정성’을 내세워 2025년 과세 시행을 고수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도 수도권 접전지 의원들을 중심으로 “청년층의 표 이탈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에 민주당은 공제 한도를 현행 25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대폭 상향하여 사실상 대다수 투자자를 면세하는 절충안을 제시했으나, 반대 및 ‘부자 감세’ 프레임 역공 우려 등으로 인해 결국 ‘2년 유예’라는 안에 합의 쪽으로 선회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중도층 확장 전략과 맞물려 ‘유연한 정책 정당’의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전략적 후퇴이자, 선거를 앞두고 불필요한 전선을 확대하지 않으려는 정무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선(先) 정비 후(後) 과세’라는 기조 아래, 청년층 자산 형성 지원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유예를 주도했다. 야당은 과세 인프라의 미비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준비되지 않은 과세가 시장의 혼란과 자본 유출(Capital Flight)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과세 유예는 경제적 논리나 조세 정의보다는,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셈법이 지배한 결정이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과세 유예 논의 과정에서 가장 치열했던 쟁점은 단연 ‘공제 한도’였다. 현행 소득세법상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되어 연 250만 원을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 22%(지방소득세 포함)가 분리 과세된다. 이는 폐지 논의 전 금투세의 기본 공제 한도였던 5,000만 원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야당은 유예 대신 공제 한도를 주식과 동일한 5,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여 과세 형평성을 맞추고, 고액 투자자에게만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와 여당은 “가상자산은 실물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주식과 다르며, 파격적인 공제 혜택은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또한, 5,000만 원 공제는 사실상 과세 포기나 다름없다는 조세 전문가들의 지적도 잇따랐다.
결국 ‘공제 한도 상향 없는 2년 유예’로 귀결되었으나, 이는 갈등의 봉합일 뿐 해결이 아니다. 2027년 시행 시점이 다가오면 다시금 ‘공제 한도 현실화’ 논쟁이 재점화될 것이 자명하다. 전문가들은 2027년 과세가 시작되더라도 250만 원이라는 공제 한도는 2020년 법 제정 당시의 물가와 자산 가치를 반영한 것으로, 현재의 시장 규모와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미국, 영국 등 주요국과 비교해서도 한국의 공제 한도는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따라서 남은 2년 동안 공제 한도를 5,000만 원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여 상향 조정하거나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로드맵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 걷지 못한 ‘디지털 징세’의 길
정치권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유예의 명분 중 가장 논리적 타당성을 인정받은 것은 바로 ‘과세 인프라 미비’였다. 과연 2025년 말 현재, 대한민국 국세청(NTS)의 가상자산 과세 준비는 어디까지 와 있으며, 무엇이 문제였기에 ‘준비 부족’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것일까?
국세청은 지난 수년간 가상자산 과세 준비에 상당한 행정력을 투입해왔다. 2024년부터 가상자산 사업자(VASP)들이 분기별 거래 내역을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했으며, 고액 체납자의 가상자산 압류 시스템도 가동 중이다. 국세행정시스템(NTIS)의 고도화를 통해 국내 원화 마켓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 내에서 발생하는 거래 정보는 비교적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세청의 시야가 닿지 않는 ‘거래소 밖의 거래’를 포착할 시스템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가장 큰 구멍은 해외 거래소 및 개인 지갑(Cold Wallet)을 통한 거래다. 국내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바이낸스(Binance)나 바이비트(Bybit) 등 해외 거래소에서 P2P(Peer-to-Peer) 방식으로 거래하거나, 하드웨어 월렛 간 이동을 통해 수익을 실현할 경우 이를 국세청이 실시간으로 파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최근 젊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급증하고 있는 탈중앙화 거래소(DEX) 이용이나 디파이(DeFi) 프로토콜을 통한 이자 농사(Yield Farming) 등은 과세 당국의 추적망을 비웃듯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에어드랍(Airdrop), 스테이킹(Staking) 보상, 하드포크(Hard Fork), 렌딩(Lending) 등 다양한 소득 유형에 대한 구체적인 과세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디파이 프로토콜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보상으로 받은 거버넌스 토큰의 취득가액을 '0원'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수령 시점의 시가로 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유권해석조차 확립되지 않은 상태다. 만약 수령 시점의 시가로 과세한다면, 현금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세금을 내야 하는 조세 저항이 발생할 수 있고, ‘0원’으로 본다면 향후 매도 시 막대한 양도 차익이 발생하게 되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이번 2년 유예 결정에는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서는 매우 중요한 명분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도하는 ‘가상자산 송수신 보고 체계(CARF, Crypto-Asset Reporting Framework)’의 글로벌 시행 시기다.


한국을 포함한 48개국은 2027년부터 CARF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 정보를 자동으로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CARF가 가동되면 한국 국세청은 별도의 영장 없이도 미국, 일본, 유럽 등 협약 가입국의 거래소로부터 한국 국적 투자자의 계좌 정보와 거래 내역을 자동으로 넘겨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그동안 과세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해외 거래소 은닉 자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결정적인 열쇠(Key)가 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해외 거래소 내역을 확보할 수 없는 2025년이나 2026년에 무리하게 과세를 시작하여 국내 거래소 이용자만 역차별하는 불공평 문제를 야기하고, 이에 따른 조세 저항과 자본의 해외 이탈(Capital Flight)을 유발하기보다, 글로벌 정보 교환 망이 완성되는 2027년에 맞춰 완벽한 과세망을 가동하는 것이 행정적으로나 명분상으로나 훨씬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즉, 2027년 유예는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글로벌 공조 체계와 국내 과세 시계를 일치시키기 위한 전략적 동기화(Synchronization) 작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과세가 시행되면 투자자들은 자신이 보유한 코인의 ‘취득가액(매수 가격)’을 증명해야 한다. 양도 차익(판매가 - 취득가 - 부대비용)을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취득가액 산정’은 실무적으로 엄청난 난제를 안고 있다. 수년 전 해외 거래소에서 구매해 개인 지갑에 옮겨둔 비트코인이나, 여러 탈중앙화 거래소(DEX)를 거치며 수십 번의 스왑(Swap)을 통해 복잡하게 이동한 알트코인의 경우, 정확한 취득가를 산정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거래 기록이 유실되었거나, 여러 거래소에 흩어져 있는 경우 투자자가 일일이 과거 데이터를 찾아 헤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2025년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민주당은 취득가액 입증이 불가능한 경우 ‘총 판매액의 일정 비율(예: 50%)’을 취득가로 인정해주는 의제취득가액 제도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고점에서 매수한 투자자에게는 불리하고, 저점에서 매수한 투자자에게는 과도한 혜택을 주거나 탈세를 위한 꼼수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반론에 부딪혔다.
남은 2년 동안 정부는 이동 평균법(Moving Average)이나 선입선출법(FIFO) 중 어떤 방식을 기본으로 할지 명확히 하고, 복잡한 이동 경로를 추적하여 취득가를 자동으로 계산해주는 세무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이나 독일의 경우 ‘코인트래커(CoinTracker)’나 ‘코인리(Koinly)’와 같은 민간 세무 솔루션 시장이 발달해 있어 투자자들이 비교적 쉽게 세금 보고를 할 수 있으나, 한국은 아직 이러한 서비스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과세 당국은 민간 세무 플랫폼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형 자동 신고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남은 시간을 쏟아야 할 것이다.


유예된 시간, 시장은 어떻게 진화하는가?
과세라는 거대한 불확실성이 2년 뒤로 미뤄지면서 가상자산 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 ‘유예된 시간’은 단순히 시장이 쉬어가는 휴지기가 아니다.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제도권 편입과 기술적 진화를 동시에 겪으며 질적 변환을 시도하고 있다. 과세 유예 기간 동안 시장은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
2025년은 한국 금융사(史)에서 ‘토큰 증권(STO) 원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가 STO 발행 및 유통을 허용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그동안 관망하던 증권사들이 가상자산 시장의 새로운 메이저 플레이어로 등판했다. 부동산, 미술품, 한우, 음원 저작권 등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기술로 토큰화하여 소액으로 거래하는 STO 시장은, 기존 코인 거래소(업비트, 빗썸 등)가 독점하던 디지털 자산 시장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2025년 말 현재 독자적인 STO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조각투자 업체들과 거대 컨소시엄을 형성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예를 들어, 한국거래소(KRX)가 주도하는 디지털 증권 시장이 개설되고, 증권사들은 계좌 관리 기관으로서 투자자의 예치금을 안전하게 보관하며 토큰의 발행과 유통을 중개하는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
이는 과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STO는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분류되어 기존 금융투자소득세(혹은 주식 양도세) 체계를 따르게 되며, 비증권형 가상자산(비트코인, 이더리움 등)과는 과세 체계가 이원화된다.
즉, 같은 ‘토큰’ 형태를 띠고 있더라도 그것이 증권형이냐 아니냐에 따라 세금이 달라지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투자하는 자산이 ‘증권형 토큰’인지 ‘가상자산’인지 구분하는 것이 세테크의 핵심이 될 것이다. 2027년까지 남은 기간 동안, 시장은 증권형 토큰의 옥석 가리기와 제도권 안착을 위한 치열한 실험의 장이 될 것이다.
과거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과열과 투기성을 상징하던 '김치 프리미엄(Kimchi Premium, 국내 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비정상적으로 비싼 현상)'은 2025년 말 들어 뚜렷한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김치 프리미엄은 평균 0~2%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때로는 역프리미엄(국내 가격이 더 저렴한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2024년 7월 시행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의 안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시세 조종이나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감시와 처벌이 강화되면서 ‘세력’에 의한 인위적인 펌핑(Pumping)이 어려워졌고, 투자자들 역시 과거의 묻지마 투기에서 벗어나 프로젝트의 펀더멘털을 중시하는 성숙한 투자 문화를 형성해가고 있다.
또한, 차익 거래(Arbitrage) 시스템의 고도화로 인해 국가 간 가격 괴리가 발생할 경우 이를 빠르게 해소하는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활성화된 점도 시장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특히 2025년 들어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제한적으로 허용될 가능성이 열리면서(가상자산법 2단계 입법 논의), 시장의 수급 주체가 개인(개미) 위주에서 기관으로 다변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의 진입은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고 장기적인 자금 유입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과세 유예는 이러한 기관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내부 회계 및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을 정비할 수 있는 귀중한 ‘골든타임’을 제공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과 ‘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주요 국정 과제로 내세웠다. 과세 유예 기간인 2026년과 2027년은 한국이 단순한 ‘코인 투기장’이라는 오명을 벗고, 블록체인 기술과 금융이 결합된 진정한 ‘디지털 자산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본은 일찍이 가상자산을 제도권에 편입시켰으나, 최대 55%에 달하는 징벌적 세금과 엄격한 토큰 상장 규제로 인해 유망한 웹3(Web3) 기업과 인재들이 싱가포르나 두바이로 대거 이탈하는 ‘크립토 패싱(Crypto Passing)’ 현상을 겪어야 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이를 만회하기 위해 법인세 완화 등 규제 개혁에 나서고 있지만, 한 번 떠난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한국의 2년 유예가 단순한 규제 공백이나 투기 조장 기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 기간은 산업 육성과 투자자 보호의 균형을 맞추는 ‘전략적 휴지기’가 되어야 한다.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실험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과세는 그 과실(果實)이 충분히 무르익었을 때 수확하는 것이지, 싹을 자르는 칼날이 되어서는 안 된다.


유예는 ‘면제’가 아니다, 남겨진 2년의 과제
2027년 1월 1일. 이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정확히 2년이다. 이 기간은 1,600만 투자자들에게는 ‘마지막 면세 수익 구간’이자, 과세 당국에는 ‘구멍 뚫린 그물을 촘촘하게 수선할 시간’, 그리고 정치권에는 ‘표심과 원칙 사이의 위태로운 줄타기’가 계속될 시간이다.
이번 과세 유예 결정이 단순히 2년 뒤로 폭탄을 돌리는 미봉책이 되지 않으려면, 남은 기간 동안 정부와 국회, 그리고 산업계는 머리를 맞대고 다음과 같은 핵심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첫째, 합리적인 공제 한도 재설정이다. 250만 원이라는 기준은 2027년의 경제 상황과 맞지 않는 낡은 옷이다. 이를 5,000만 원 수준으로 파격 상향하거나, 적어도 물가 상승률과 시장 성장성을 반영하여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법제화해야 한다.
둘째, 디테일한 과세 가이드라인의 확립이다. 디파이, NFT, P2E, 스테이블코인 등 끊임없이 진화하는 신종 자산에 대해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과세할 것인지 명확한 지침을 2026년까지 마련해야 한다. 예측 가능한 세법만이 납세자의 자발적 성실 신고를 이끌어낼 수 있다.
셋째, 글로벌 스탠다드와의 동기화다. OECD CARF 도입에 맞춰 국내법을 정비하되, 과도한 규제로 인한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 주요 경쟁국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세금은 문명사회의 대가’라는 올리버 웬델 홈즈의 말처럼, 가상자산 과세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다만 그 대가가 시장의 혁신을 질식시키거나, 성실한 투자자들을 범법자로 내모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2027년의 과세는 징벌이 아닌, 가상자산이 명실상부한 제도권 자산으로 인정받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다하는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야 할 것이다. 2년의 유예, 시계는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답을 찾아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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