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1일부터 12월 23일까지,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 부처 업무보고를 전 과정 생중계로 진행했다. 연말 업무보고는 통상 ‘보고서와 브리핑’으로 요약돼 국민에게 전달됐지만, 이번에는 질문과 답변이 편집 없이 공개됐다. 성과도, 허점도, 준비된 공직자와 준비되지 않은 기관도 한 화면에 잡혔다. 생중계는 국정이 결과만 통보되는 영역이 아니라 과정과 판단이 동시에 평가되는 공적 절차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생중계가 던진 메시지는 단순하지 않다. 어떤 기관은 위기 대응 능력과 실행력을 인정받았고, 어떤 기관은 책임과 전문성의 빈칸이 논란이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가 전산 장애 국면에서 별도 민원 창구를 신속히 마련한 실무자가 대통령에게 공개 칭찬을 받으며 ‘일 잘한 공직자’가 무대 위로 올라오는 장면을 만들었다. 반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질의응답 과정에서 기관장의 책임 인식이 도마 위에 오르며, 공공기관장의 자격 기준을 다시 묻는 논쟁을 촉발했다.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언급된 다원시스 철도차량 납품 지연과 선급금 관행 문제는 ‘공공조달’이라는 기술적 영역을 국민이 이해 가능한 언어로 끌어내는 계기가 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월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엽합뉴스


[시사의창 2026년 1월호=이미선 기자] ‘관심’과 ‘책임’ 사이에서, 국정 운영의 전제를 바꾸다
업무보고는 대통령제 국가에서 국정의 톱니가 맞물리는 핵심 장치다. 대통령은 부처가 올린 목표와 성과를 확인하고, 문제가 있는 지점을 질문하며, 우선순위를 조정한다. 하지만 한국의 업무보고는 오랫동안 비공개 관행 속에서 진행돼 왔다. 국민이 보는 것은 결과와 ‘요약본’이었고, 판단 과정은 내부의 언어로만 남았다. 그 결과 정책은 종종 “왜 이렇게 했나”라는 질문을 피하지 못했다. 결정이 옳았는지보다, 결정 과정이 정당했는지에 대한 불신이 쌓이는 구조였다.
이번 생중계는 그 구조를 뒤집는 선택이었다. 대통령은 업무보고가 딱딱하고 재미없어 국민이 관심을 갖기 어렵다는 취지로 말하며,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국정의 장면’을 공개해 관심을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여기서 관심은 단순한 흥행이 아니라 민주주의 작동 조건이다. 국민이 모르면 평가할 수 없고, 평가하지 못하면 권력은 내부 논리만 강화되기 쉽다. 생중계는 그 단절을 끊는 시도였다.
또 하나의 축은 책임이다. 생중계는 ‘보고를 잘했다’는 말보다 ‘답변이 비었다’는 장면을 더 크게 만든다. 질문을 피해가거나 책임을 다른 곳으로 넘기는 태도는 실시간으로 드러나고, 기록으로 남는다. 반대로 실무가 준비돼 있고 판단이 분명한 기관은 성과를 즉시 인정받는다. 생중계는 결국 공직사회에 이렇게 말한다. 숨길 수 없는 환경에서, 준비와 책임이 곧 성과다.

전 과정이 생중계로 진행된 이재명 정부 첫 부처 업무보고 ©연합뉴스


생중계가 바꾼 ‘보고’의 문법
이번 업무보고의 규모는 컸다. 보도에 따르면 19개 부처, 5개 처, 18개 청, 7개 위원회를 포함해 228개 기관이 참여했고, 12월 11일 시작해 12월 23일 해양수산부를 끝으로 일정이 마무리됐다. 이 큰 일정이 ‘생중계’라는 형식과 결합하면서 업무보고의 문법이 달라졌다.
첫째, 질문이 ‘구체적’으로 내려왔다. 생중계 환경에서는 모호한 표현이 오히려 의심을 키운다. “검토하겠다”, “확인하겠다”는 말은 국민에게는 ‘모르겠다’로 들릴 수 있다. 그래서 대통령의 질문은 자연스럽게 수치·일정·책임 주체를 겨냥하게 된다. 둘째, 답변은 ‘즉석’이 된다. 보고자들은 예상 질문을 준비하지만, 생중계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 튀어나온다. 그때 조직이 진짜로 준비돼 있는지가 드러난다. 셋째, 보고는 ‘기록’이 된다. 단순히 회의실의 말이 아니라 국민이 함께 본 기록이 된다. 이는 사후 책임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 문법은 위험도 동반한다. 즉석에서 나온 말이 곧 정책 확정으로 소비될 수 있고, 부처 간 조율이 부족한 상태에서 발표가 나가면 혼선이 생긴다. 생중계 국정의 숙제는 “공개 자체”가 아니라 “공개된 메시지를 어떻게 정리해 제도화할 것인가”다. 생중계는 시작이고, 성패는 사후 정리에서 갈린다.

김익상 식약처 정보화담당관 [KTV 방송 화면 갈무리]


‘일 잘한 공직자’를 실명으로 끌어올리다
생중계가 남긴 가장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는 ‘공개 칭찬’이다. 전산 장애가 발생해 국민신문고 시스템이 불안정했던 국면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별도의 민원 창구를 신속히 구축해 혼선을 줄였고, 이 대응이 업무보고 자리에서 대통령의 칭찬을 받았다. 대통령은 담당자가 누구인지 확인했고, 오유경 식약처장이 실무자(김익상 정보화담당관/팀장)를 지목하자, 그 자리에서 박수를 요청하며 “잘했다”는 취지로 평가했다.
이 장면의 의미는 단순한 미담이 아니다. 생중계는 공직사회에 ‘평가의 규칙’을 새로 새긴다. 첫째, 성과는 기관장만의 것이 아니라 실무자의 실행력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확인한다. 둘째, 위기에서 중요한 것은 ‘완벽한 시스템’이 아니라 ‘대체 수단을 만들어내는 판단’임을 보여준다. 셋째, “무사히 지나갔다”로 끝나기 쉬운 위기 대응을 구체적 사례로 남기며, 다른 기관에 재현 가능한 기준을 던진다.
특히 전산 장애처럼 ‘인프라의 실패’는 중앙에서 단숨에 해결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현장에서 즉시 대체 수단을 마련하는 조직은 결국 국민의 신뢰를 얻는다. 생중계는 그 신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행정의 언어로 보여줬다. 동시에 이 칭찬은 ‘다음 번에는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기도 하다. 공개된 칭찬은 다음 위기에서의 기준이 된다.

‘콩GPT’가 보여준 즉답의 설득력과 위험
생중계는 ‘스타’를 만든다. 그중 대표적 사례가 농림축산식품부 변상문 식량정책관(식량국장)에게 붙은 별명, 이른바 ‘콩GPT’였다. 변 정책관은 업무보고 과정에서 질문에 손을 들어 답변을 자청했고, 비교적 빠르게 수치와 구조를 제시해 주목받았다. 빠른 즉답은 생중계에서 강한 설득력을 가진다. 시청자는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즉시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즉답의 그림자도 드러났다. 이후 일부 수치·설명에 혼선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고, 송미령 장관이 SNS 등으로 정정 취지의 설명을 내놓은 것으로 보도됐다. 이 과정은 ‘누가 실수했나’로만 읽으면 본질을 놓친다. 생중계 국정이 지속되려면 ‘정정’은 개인의 해명이나 단발성 공지로 처리될 일이 아니라 제도적 절차가 돼야 한다.
생중계는 즉답을 장려한다. 그러나 즉답을 장려하는 만큼, 오류가 드러났을 때 신뢰를 지키는 방법도 함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질의응답의 핵심 수치·근거를 정리한 팩트시트를 공개할 것. 둘째, 오류가 확인될 경우 정정 내용을 공식 채널로 신속히 공지할 것. 셋째, 어떤 부분이 왜 잘못됐는지(근거와 원인)를 명확히 남길 것. ‘콩GPT’는 생중계의 재미 요소가 아니라, 투명성과 정확성이 충돌하는 지점을 드러낸 사례였다.

다원시스 납품 지연과 선급금 관행 문제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강하게 부각된 쟁점은 다원시스 철도차량 납품 지연과 선급금 관행 문제였다. 대통령은 납기 지연 자체뿐 아니라, 선급금이 과도하게 지급되는 구조를 강하게 문제 삼으며 “정부기관이 사기당한 것 같다”는 취지로 질타한 것으로 보도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정 기업을 단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계약이 어떻게 위험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다.
공공조달은 대개 ‘전문가 영역’으로 밀려나기 쉽다. 하지만 공공조달의 실패는 결국 국민에게 비용으로 돌아온다. 납품 지연은 서비스 지연이 되고, 예산 낭비로 이어지며, 공공 신뢰를 갉아먹는다. 생중계는 이 구조를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끌어내렸다. “왜 정부는 선급금을 그렇게 많이 주느냐”는 질문은 공공조달의 당연한 관행을 ‘검증 대상’으로 바꿔 놓는다. 다만 이 지점이야말로 생중계 국정의 가장 큰 과제이기도 하다. 공개된 자리에서 강한 발언이 나오면, 시민은 “그래서 제도가 바뀌나”를 묻는다. 선급금 상한을 낮추라는 취지의 언급이 있었다면, 그 다음은 지침·규정·예외 기준·감독 체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따라야 한다. 생중계가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서 끝나면 ‘장면만 남는 국정’이 될 수 있다. 생중계는 질문을 키웠고, 이제 답은 제도화로 제출돼야 한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KTV 방송 화면 갈무리]


인천국제공항공사 질의응답이 남긴 ‘자격’의 질문
인천국제공항공사 관련 질의응답은 생중계가 가진 긴장과 파급력을 보여준 대표 장면으로 꼽힌다. 대통령은 ‘책갈피 속 달러’ 같은 외화 밀반출 수법을 언급하며 검색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질문했고,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의 답변이 논란을 키웠다. 보도에 따르면 이 사장은 “소관이 다르다”는 취지로 말하거나, 검색이 유해물질 중심이라는 설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후 이 사장의 SNS 해명 과정이 추가 논쟁을 부르며, 사안은 ‘실무 착오’에서 ‘기관장의 태도와 책임 인식’ 문제로 확대됐다. 공항 보안은 공항공사만의 일이 아니고 세관만의 일도 아니다. 협업 구조에서 책임의 경계가 흐려지면, 빈틈이 생긴다. 대통령의 질문은 결국 “그 빈틈을 누가 책임지는가”로 수렴한다.
생중계가 없었다면 이 장면은 요약본에서 희석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생중계는 ‘공개된 책임’을 만든다. 공공기관장은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만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현안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협업 책임 구조를 어떻게 설명하는지, 문제가 생겼을 때 태도가 무엇인지까지 평가받는다.
이는 ‘망신주기’ 논쟁으로 단순화할 일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권력을 위임하는 만큼, 권력의 책임을 확인해야 한다. 생중계는 그 확인을 국민이 직접 하게 만들었다.

해양수산부 청사에서 열린 해수부 업무보고 ©연합뉴스


노동·안전·생활의 ‘현장 질문’이 정책을 끌어내다
이번 업무보고 생중계의 또 다른 성과는, 개별 부처의 계획 보고를 넘어 사회 의제가 한 테이블에 올라왔다는 점이다. 노동, 안전, 생활 서비스 같은 의제는 늘 중요하지만, 국정 일정에서 ‘우선순위’로 드러나는 방식은 때론 다르다. 생중계는 대통령의 질문을 통해 그 우선순위를 노출시킨다.
고용노동부 업무보고가 시작된 12월 11일에는 야간노동을 포함한 노동 의제가 공론장으로 올라왔다고 보도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논쟁적 결론을 미리 단정하는 게 아니라, 국정의 중심 질문이 “현장에서 실제로 무엇이 문제인가”로 향했다는 점이다. 노동은 ‘추상적 가치’가 아니라 안전, 건강, 가족 삶, 지역 경제와 연결된 생활 문제다. 생중계는 그 연결을 한 번에 보여준다.
또 다른 축은 공공서비스의 복원력이다. 전산 장애는 ‘정보화 시대’ 행정의 약점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민원, 안내, 접수 같은 기본 기능이 멈추면, 국민은 정부가 보이지 않는다고 느낀다. 식약처가 별도 민원 창구를 만든 사례가 칭찬을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중계는 “서비스는 끊기면 안 된다”는 행정의 기본을 다시 강조했다.
이 모든 의제는 결국 ‘책임행정’과 연결된다. 잘한 것은 공개적으로 칭찬하고, 못한 것은 공개적으로 고치게 만드는 구조, 생중계는 그 구조를 일회성 장면으로 보여준 것이 아니라, 다음 업무보고에서도 반복될 ‘기준’으로 남겼다.

정보 과부하와 즉석 메시지의 위험
생중계는 투명성을 높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위험을 낳는다. 가장 큰 위험은 ‘장면 중심 소비’다. 228개 기관의 방대한 보고가 이어지면, 시민은 모든 내용을 따라가기 어렵고, 일부 자극적인 장면만 남을 수 있다. 이것이 누적되면 국정은 정책의 맥락이 아니라 ‘클립’으로 평가받게 된다. 생중계는 국정을 가깝게 만들지만, 동시에 국정을 얕게 소비하게 만들 수도 있다.
또 하나의 위험은 즉석 메시지다. 공개된 자리에서 나온 강한 문제 제기나 방향 제시는, 사후 조율 없이 ‘확정’처럼 퍼질 수 있다. 그러면 현장에서는 혼선이 생긴다. 정책은 질문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바뀌는 것은 법령, 지침, 예산, 실행 체계다. 생중계가 정책 품질을 높이려면, 질문이 정책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함께 공개해야 한다.
그래서 생중계 국정이 제도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 첫째, 당일 질의응답의 핵심 수치와 근거를 정리한 팩트시트를 공개할 것. 둘째, 지시·요구 사항의 후속 조치(검토 일정, 담당 부처, 법령 개정 계획)를 공개할 것. 셋째, 오류가 발견될 경우 정정의 방식과 기준을 공식화할 것. 생중계는 시작이고, 신뢰는 사후 정리에서 완성된다.

전 과정이 생중계로 진행된 이재명 정부 첫 부처 업무보고 ©연합뉴스


‘공개’를 통해 ‘개선’으로, 다음 6개월의 시험대
업무보고 생중계는 끝나지 않았다. 대통령은 마지막 일정에서 6개월 뒤 다시 업무보고를 받겠다는 취지로 말하며 ‘2차 점검’을 예고했다. 이 예고는 곧 평가 기준의 상향을 뜻한다. 다음 업무보고에서는 국민이 비교할 수 있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어떤 기관이 준비를 갖췄는지, 어떤 제도가 실제로 바뀌었는지.
이번 생중계는 분명한 성과를 남겼다. 식약처 사례는 위기 대응 실행력이 공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변상문 사례는 즉답의 장점과 정정 체계의 필요성을 함께 보여줬다. 인천공항공사 논란은 공공기관장의 책임과 전문성의 기준을 국민 앞에 꺼내 놓았다. 다원시스 사안은 공공조달과 선급금 관행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대중의 언어로 공론화했다. 이제 관건은 ‘가시화’가 ‘개선’으로 이어지느냐다. 공개된 문제들이 제도 개선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생중계는 결국 장면만 남는다.
반대로 질문이 제도·예산·실행으로 연결된다면, 생중계는 단순한 공개를 넘어 민주주의의 품질을 높이는 장치가 된다. 다음 6개월은 생중계 국정이 이벤트가 아니라 제도로 정착할 수 있는지 가르는 시험대다. 국정은 이제 국민 앞에서 진행된다. 그 앞에서 남는 것은 변명보다 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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