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최진수기자] 고창군 고창읍이 ‘걷는 도시’로 설계를 다시 하고 있다. 고창읍성 반경 도보 10분 생활권에 국내 최고 수준의 황윤석도서관, 전통예술체험마을, 사계절 꽃정원, 보훈회관이 차례로 들어서며 문화·관광·복지 인프라가 한 곳에 응집됐다. 여기에 도보 15분권(사실상 일상 이동 반경)으로 장애인생활밀착형 체육관, 어린이체육관, 고인돌생태공원까지 더해지면, 고창읍은 ‘스쳐 가는 관광’이 아니라 ‘머무는 관광’, ‘떠나는 청년’이 아니라 ‘정착을 고민하는 청년’의 도시로 포지셔닝을 바꾼다. 도시 경쟁력의 본질은 멀리 있지 않다. 집 앞 10분이 바뀌면, 지역의 소비·교육·여가·공동체가 동시에 바뀐다.
고창읍의 상징은 ‘고창읍성’이다. 자연석을 그대로 짜 맞춰 축조한 성곽은 과장이 없다. 돌의 결은 그대로 살아 있고, 서로 맞물린 구조는 견고하다. 남쪽 장대봉(108m)을 등진 성곽선은 좌청룡·우백호 지세를 최대한 활용해 고창의 시간을 붙들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 관광 동선이 ‘읍성만 보고 빠지는’ 구조였다는 점이다. 고창읍이 최근 집중하는 키워드는 단순하다. “걷게 만들고, 머물게 만들고, 다시 오게 만들자.” 이 목표를 현실로 끌어내는 장치가 바로 ‘도보 생활권’에 집적된 문화·체험·공원·복지 시설들이다.
▶ 성곽 아래 한옥 군락… 전통예술체험마을이 만든 ‘체류의 이유’
고창읍성 서문 진서루 아래, 고풍스러운 한옥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풍경이 달라졌다. 툇마루에 앉으면 성곽 너머로 해가 기울고, 비 오는 날 처마 끝 빗방울 소리는 공간의 밀도를 높인다. 이곳 전통예술체험마을은 도예·자수·염색 등 전통예술을 ‘진열’이 아니라 ‘참여’로 전환시킨다.
가장 큰 건물인 풍요재에서는 전북무형문화재 자수장이 상주하며 전통자수 체험을 진행한다. 바늘과 색실로 무늬를 놓는 과정을 가까이서 보고, 손으로 따라 해보며 작품을 완성한다. 옆 공간에서는 쪽빛과 천연염료로 손수건·스카프를 물들인다. 관광객 입장에선 기념품을 사는 소비가 아니라, 내가 만든 결과물을 들고 나오는 경험 소비다. 체류형관광이 작동하는 핵심은 결국 이 지점에 있다.
동선도 촘촘하다. 봄이면 벚꽃과 유채, 갓꽃으로 인생샷 명소가 된 고창천, 장어구이·주꾸미 샤브샤브 등 먹거리가 모인 고창전통시장과도 도보권이다. ‘보고-찍고-먹고-쉬는’ 루트가 한 덩어리로 연결되면 관광은 이동이 아니라 체류가 된다. 그 체류는 다시 상권 회전과 지역 일자리로 환원된다.
▶ ‘종묘’에서 영감… 황윤석도서관이 만든 원도심의 야간·주말 동력
고창읍의 생활 반경을 가장 직접적으로 흔든 시설은 고창황윤석도서관이다. 지난해 12월 3일 개관한 도서관은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조성됐고, 설계는 유현준 건축가가 맡았다. 종묘에서 영감을 받아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목구조로 재해석한 형태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도서관의 힘은 ‘책’에만 있지 않다. 강좌와 프로그램이 돌기 시작하면, 원도심은 낮뿐 아니라 저녁과 주말에도 사람을 끌어안는 공간이 된다. 아이를 데리고 걸어가는 부모, 공부와 취업 준비를 위해 모이는 청년, 문화강좌를 듣고 시장으로 향하는 중장년의 동선이 겹치면, 도시는 ‘살아 있는 시간표’를 갖게 된다. 고창읍이 도보 10분권에 도서관을 세운 의미는 분명하다. 문화는 행사가 아니라 일상이 되어야 한다.
▶ 노동저수지 아래 고창꽃정원… ‘사계절’은 곧 지역 브랜드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쉬는 공간이 늘었다. 노동저수지 아래 자리한 고창꽃정원은 꽃과 조형물, 산책 동선이 어우러지며 주민 나들이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모양성제 당시 야간 경관조명으로 발길이 이어지며, 꽃정원 본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고창군이 구상하는 방향도 명확하다. 청년 창업농과 꽃정원을 연계해 체험카페·치유프로그램·농특산물 판매 등 6차 산업 모델을 붙이고, 유아숲체험 프로그램(놀잇감 만들기, 정원 그림책 읽기, 식물 탐색 등)으로 자연학습과 결합한다는 계획이다. 핵심은 ‘정원=관광지’에 그치지 않고 정원=경제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사계절 꽃이 피는 풍경은 사진 한 장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반복 방문과 체험 소비를 유도하는 강력한 지역 브랜드가 된다.
▶ 보훈회관 개관… 분산된 지원을 통합하고 ‘보훈 문화’의 중심을 세우다
고창군 보훈회관은 총사업비 49억5,000만원을 투입해 부지 1,418㎡, 연면적 994.18㎡ 규모로 건립됐다. 보훈단체 사무실, 다목적실, 소회의실, 상담실, 자활사업단 운영 카페 등이 조성돼 보훈가족은 물론 군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 시설의 의미는 단순 준공이 아니다. 그동안 노후 시설과 단체 분산으로 불편을 겪어온 국가유공자와 유족에게 통합된 지원 환경을 제공하고, 맞춤형 보훈 복지서비스를 추진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지역 공동체의 ‘기둥’을 세운 것이다. 관광과 문화가 도시의 겉을 만든다면, 보훈과 복지는 도시의 속을 만든다. 고창읍은 지금 겉과 속을 함께 다지고 있다.
▶ 스포츠타운·생활체육 확장… 15분 안에 ‘운동·돌봄·휴식’이 끝나는 구조
고창읍의 변화는 문화에만 머물지 않는다. 고창 스포츠타운에는 탁구·배드민턴 전용구장, 파크골프장, 축구장, 야구장이 들어서며 각종 대회 개최와 전지훈련 수요에 맞춘 종합 스포츠타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생활체육 기반이 탄탄해지면 주민 만족도는 즉시 체감된다. 건강은 곧 정주 경쟁력이다.
또한 고창군은 도보(또는 차량) 15분권으로 장애인생활밀착형 체육관과 장애인평생학습센터, 어린이체육관, 고인돌생태공원을 추진해 ‘전 세대 맞춤형’ 문화생활 기반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 조합은 강하다. 아이는 뛰고, 어르신은 걷고, 장애인은 접근 가능한 시설에서 운동하고, 가족은 공원에서 쉰다. 도시의 일상이 ‘콘텐츠’가 된다.
▶ 원도심·신도심 ‘신구 조화’… 이제 승부는 운영과 콘텐츠다
고창읍이 고창경제관광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이유는 단순히 시설이 늘어서가 아니다. 도보 생활권 안에서 성곽(역사)–체험(문화)–시장(소비)–도서관(교육)–정원(휴식)–보훈(공동체)–체육(건강)이 한 번에 엮이기 때문이다. 이 결합은 관광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주민의 생활 만족도를 끌어올리며, 결과적으로 지역의 경제 회전율을 높인다.
하지만 여기서 끝내면 안 된다. 시설이 생겼다고 자동으로 사람이 머무는 것은 아니다. 운영 프로그램의 완성도, 상시 콘텐츠 공급, 야간 체류 요소, 안내·동선·주차·보행 안전, 장애인 접근성 같은 ‘현장 운영’이 성패를 가른다. 고창읍이 진짜 중심이 되려면, ‘잘 지은 건물’이 아니라 ‘잘 돌아가는 도시’로 증명해야 한다.
심덕섭 고창군수는 “우리 자녀세대들이 도전해 봄직한 일자리가 있고, 자유로운 여가생활도 누리면서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것이 세계유산도시 고창군의 목표다”며 “도시의 중심 고창읍의 신선한 변화를 통해 군민 행복과 활력 고창에 더 가까운 이정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창읍의 변화는 속도가 붙었다.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이 인프라를 ‘한 번의 구경’이 아니라 ‘반복 방문’으로, ‘행사’가 아니라 ‘일상’으로 굳힐 수 있느냐. 고창읍은 그 답을 도보 10분 안에 쌓아 올리고 있다. 도시의 중심이 바뀌는 장면은 멀리 있지 않다. 주민의 발걸음이 먼저 증명한다.
최진수 기자 ds4psd@naver.com
[창미디어그룹 시사의창]
#고창군 #황윤석도서관 #전통예술체험마을 #사계절꽃정원 #보훈회관 #장애인생활밀착형체육관 #장애인평생학습센터 #어린이체육관 #고인돌생태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