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이믿음기자] 광주 이주 고려인동포와 중도입국 다문화 청소년들의 배움의 요람 고려인마을 산하 광주새날학교가 또 하나의 결실을 맺었다. 새날학교는 지난 8일 학교 강당에서 2025학년도 중학교 제15회, 고등학교 제11회 졸업장 수여식을 열고, 새로운 삶의 출발선에 선 졸업생들을 축복했다.
이날 졸업장을 받은 학생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총 23명이다. 졸업생들은 광주 고려인마을 자녀를 비롯한 중도입국 다문화 청소년들로,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삶의 배경을 품고 교실에서 만나 하나의 공동체를 이뤄 왔다. 이 가운데 13명은 한국외대를 포함한 대학에 진학해 학업을 이어가며, 나머지 학생들은 인근 산업단지 취업을 통해 직업인으로서 한국 사회 정착의 길에 나서게 됐다.
광주새날학교가 제15회 중학교·제11회 고등학교 졸업장 수여식을 개최했다/사진=고려인마을 제공
광주새날학교의 성과는 이날 졸업생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07년 개교 이후 지금까지 5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학교는,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이주 배경 청소년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잇는 든든한 디딤돌이 돼 왔다. 졸업생들은 대학과 산업 현장, 지역사회 곳곳에서 구성원으로 자리를 잡으며 ‘교육이 삶을 바꾼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증명하고 있다.
학교의 출발은 소박했지만 방향만큼은 분명했다. 광주새날학교는 2007년, 광주이주 독립유공자 후손 고려인동포들이 형성한 마을공동체 ‘광주 고려인마을’의 지도자들이 뜻을 모아 미인가 대안학교로 문을 열었다.
언어와 제도적 한계로 공교육 진입이 쉽지 않았던 고려인 자녀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공동체가 먼저 교육의 책임을 떠안고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는 실천적 결단에서 비롯된 선택이었다.
그 노력은 제도의 문을 열었다. 2011년, 광주광역시교육청의 특별한 관심과 지원 속에 학력이 인정되는 학교형태의 대안교육기관으로 인가되며, 새날학교는 공적 신뢰를 갖춘 교육기관으로 도약했다. 이후 학교는 고려인마을 자녀들의 학습 요람을 넘어, 다문화·중도입국 청소년 교육의 전국적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해 왔다.
졸업식 현장은 단순한 학업의 마침표가 아니라, 각자의 삶을 견뎌 온 시간에 대한 응답이었다. 교사들은 “성적보다 포기하지 않는 태도, 서로 다른 존재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 시간”이라며 졸업생들을 격려했다. 졸업생들 역시 박수 속에서 스스로의 시간을 통과해 왔다는 자부심을 담담히 마주했다.
광주새날학교는 오늘도 묻는다. 어디에서 왔는가가 아니라 어디로 함께 갈 것인가를. 이날 졸업장을 받은 23명의 청소년은 그 질문에 각자의 답을 품고 한국사회로 나아갔다. 배움으로 뿌리내린 공동체 교육, 그 18년의 시간은 또 하나의 출발선 위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다.
이믿음기자 sctm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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