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소순일기자] 남원시는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라는 구조적 위기 한가운데에 서 있다. 2025년 말 기준 남원시 인구는74,272명으로 인구 감소 흐름은 멈추지 않고 있다.

시사의창 소순일 전북동부취재본부장


1973년 179,903명이었던 남원시는 2004년 10명선이 무너졌고 도시 규모마저 이미 과거의 이야기가 됐고, 원도심과 읍·면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인구 유출이 일상적인 풍경이 되고 있다.

인구 구조는 더욱 심각하다. 2025년 기준 남원시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약 2만5천 명 수준으로, 전체 인구의 30%를 넘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는 남원이 이미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 문턱에 들어섰다는 의미이자, 노동력 감소와 지역경제 위축, 돌봄과 의료 부담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 같은 현실은 기존 정책의 한계를 분명히 드러낸다. 그동안 남원의 농정과 지역 정책은 농업 생산 중심의 보조금과 사업 단위 지원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농업에 종사하지 않는 농촌 거주자, 고령 단독가구, 귀촌 청년, 원도심 거주 주민들은 정책의 주변부에 머물렀다. 농촌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감내해야 하는 교통, 의료, 문화 접근성의 불리함에 대한 보상은 충분하지 않았다.

이 지점에서 남원형 기본소득 논의가 제기된다. 남원형 기본소득은 소득 보전 정책이 아니라 정주 정책이다. 농사를 짓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남원에 살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공공적 가치로 인정하자는 접근이다. 이는 농촌을 생산의 공간이 아니라 삶의 공간으로 바라보는 정책 인식의 전환을 전제로 한다.

남원의 여건을 고려하면 기본소득 논의는 더욱 현실적이다. 대규모 산업 유치나 기업 이전은 지리적·구조적 제약으로 쉽지 않고, 관광 산업 역시 계절성과 변동성을 안고 있다.

반면 기본소득은 비교적 적은 재정으로도 주민 체감도가 높고, 지급 즉시 지역 내 소비로 연결돼 소상공인과 골목 상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책 효과가 통계가 아닌 일상에서 바로 확인된다는 점에서 남원과 같은 지역에 적합한 수단으로 평가된다.

고령화 대응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일정한 현금 흐름은 고령 1인 가구와 돌봄 취약계층에게 생활 안정의 최소한의 기반이 된다.

이는 의료 접근, 이동, 식생활 유지와 직결되며, 남원이 추진 중인 통합돌봄과 방문진료, 주거 개선 정책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 기본소득이 단독 정책이 아니라 보건·복지·정주 정책의 바탕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확장성도 크다.

청년과 귀촌 인구 유입 측면에서도 기본소득은 하나의 신호가 된다. 초기 정착 비용과 불안정한 소득 구조는 청년들이 농촌 정착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다.

기본소득은 최소한의 생활 안전판으로 작동해 ‘남원에서 살아볼 수 있는 선택지’를 현실화한다. 이는 단기적인 전입 증가보다 장기적인 정주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재원 마련과 형평성 논란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이미 투입되고 있는 지방소멸대응기금, 각종 정주 지원 사업, 농촌공간재구조화 관련 예산을 구조적으로 재편하고 단계적·지역 맞춤형 모델로 설계한다면 충분히 논의 가능한 영역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전국 일괄 모델이 아니라 남원의 인구 구조와 재정 여건에 맞춘 ‘남원형’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25년 말 남원의 인구와 고령화 지표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더 이상 개발 중심 정책만으로는 사람을 붙잡을 수 없다는 현실이다.

남원형 기본소득은 새로운 복지 실험이 아니라, 사람이 떠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장치에 가깝다. 지방소멸을 논하는 시대를 넘어, 정주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남원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시사의창 소순일 기자 antlaand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