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원광연 기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고개를 숙였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를 책임 인정이나 노선 전환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표현은 사과였으나, 정작 누구의 결정이었고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정치적 자기 고백은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계엄을 “상황에 부합하지 않은 선택”이라고 규정하며 국민에게 혼란과 불편을 끼친 점을 언급했다. 그러나 계엄의 핵심 당사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책임 관계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여당으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거나 “역사와 사법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식의 발언은 사과의 주체를 흐리며, 당 지도부와 권력 구조 전반에 대한 성찰을 피해 간다는 지적을 낳았다.
사과와 동시에 제시된 당명 변경과 이른바 ‘쇄신 구상’ 역시 실질보다는 이미지 관리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년과 전문가, 연대를 키워드로 내세웠지만, 윤석열 정부 시기 누적된 정책 노선과 인사 책임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는 언급되지 않았다.
당원 투표 확대나 청년 공천 의무화 등은 절차적 변화에 머물 뿐, 계엄을 옹호하거나 정당화해온 세력과의 관계 정리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장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분명한 선 긋기나 계엄 재발 방지를 위한 권력 통제 장치 개편을 언급하지 않은 점은, 당내외에서 제기돼 온 ‘윤석열 단절’ 요구와 정면으로 어긋난다.
이런 상황에서 계엄과 탄핵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온 극우 성향 유튜버 고성국의 입당이 이어지며, 실제 노선은 오히려 강경 보수·극우 진영과의 결속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커지고 있다.
장 대표 개인의 최근 정치 행보 역시 이번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요소다. 그는 불과 얼마 전 계엄·내란 관련 사법적 통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두고 “최악의 악법”이라며 강도 높은 필리버스터를 벌였다.
계엄을 제어하려는 입법을 거칠게 공격했던 인물이, 이제 와 계엄을 ‘잘못된 수단’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스스로의 언행과 충돌한다는 평가다.
제시된 쇄신안 또한 핵심 쟁점은 피해 갔다는 비판을 받는다. 청년 위원회나 전문가 네트워크, 약자 관련 기구 확대 등은 외형상 변화처럼 보이지만, 윤석열 책임 문제나 계엄 옹호 세력 정리, 극우 정치 콘텐츠와의 거리 두기라는 본질적 과제는 건드리지 않았다.
오히려 “폭넓은 정치 연대”와 “자유우파 결집”을 강조하며, 윤석열 지지층과 극우 성향 인사들을 포괄하는 보수 재편 전략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종합하면, 이번 기자회견은 비상계엄이라는 정치적 위기의 책임을 최소화한 채, 여론의 압박을 완화하고 시간을 벌기 위한 선택에 가깝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사과와 당명 변경이라는 외피 뒤에 윤석열·극우 네트워크를 유지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의심 속에서, 장동혁 대표의 ‘계엄 유감’은 여전히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시사의창 원광연 wina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