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종로 귀금속상가의 모습./사진=정용일 기자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지난해 금 시장은 그야말로 ‘기록의 해’였다. 금값은 연중 내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고, 연말까지도 고점 부근을 유지하며 강한 흐름을 이어갔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강세 기조가 올해에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금 가격을 보면 상승세는 더욱 뚜렷하다. 순금 한 돈 매입가는 지난해 초 50만원대 초반에서 출발해 꾸준히 우상향하며 3월에는 60만원대, 7월에는 70만원 선을 넘어섰다. 이후 상승 속도는 더 빨라져 10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90만원대를 돌파했고, 한때 93만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연초 대비 상승률은 70%를 웃돌며 1979년 이후 가장 큰 연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연말에도 금값은 좀처럼 식지 않았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 31일 기준으로도 금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60% 후반대의 높은 상승률을 유지했다. 최고점에서는 소폭 후퇴했지만 여전히 88만9000원대에 머물렀고, 새해 들어서도 강세 흐름은 이어져 1월 2일 기준 89만3000원 선에서 거래됐다.


국제 금값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온스당 4382달러 수준이던 기존 최고가를 넘어 4500달러 선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금 시장 전반에 강한 랠리가 펼쳐졌다. 금뿐만 아니라 은 가격은 연초 대비 약 150% 급등하며 1979년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률을 기록했고, 플래티넘(백금) 역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며 귀금속 시장 전반이 강세장을 형성했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밀러 캐털리스트 펀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말 그대로 기록적인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금값 급등의 배경으로 복합적인 요인을 지목한다. 중동과 유럽을 중심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됐고, 물가 수준이 예상보다 오래 높은 상태를 유지한 가운데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여기에 달러 약세 흐름, 미국 국채 금리 하락,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가 맞물리며 금 가격 상승을 뒷받침했다.


삼성증권은 “미국 연준을 포함한 주요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기조와 함께 미국발 관세 충격으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안전자산으로서 금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급증했다”며 “특히 달러화의 지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화폐 가치 희석 거래(Debasement trade)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그 대안 자산으로 금이 가장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개인과 자산가들의 금 투자 관심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KB증권의 ‘2025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40%가 향후 금·보석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답해 전년보다 2%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금융자산 50억원 이상 보유자 그룹에서는 투자 의향 비율이 46.9%에 달했다. 투자 이유로는 높은 수익률 기대, 장기적인 금 가치 상승 전망, 상대적으로 낮은 원금 손실 위험, 최근의 가파른 가격 상승 등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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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올해도 금값이 추가로 오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들은 온스당 4600달러에서 최대 50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연내 금값이 49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HSBC는 상반기 중 5000달러 돌파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올해 연평균 금값을 4538달러로 제시하면서도, 거시 환경이 유지될 경우 5000달러 도달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이들 기관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정치·지정학적 불안, 공급 대비 견조한 수요, 중앙은행의 금 보유 확대를 금값 강세의 핵심 요인으로 꼽는다. 특히 외환보유고 다변화를 위한 중앙은행들의 지속적인 금 매입은 금 가격의 구조적 지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금리 인하와 달러 약세 국면이 이어질 경우 금의 투자 매력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낙관론 일변도에 대한 경계도 함께 주문한다. 달러가 다시 강세로 전환되거나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 선호가 회복될 경우 금값은 단기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에 따라 금 투자에 나서는 경우에도 거시경제 변수와 환율, 금리 흐름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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