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기획재정부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주요 제도 변화를 한데 묶어 공개하면서 국민 생활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고됐다. 양육과 교육, 청년 자산 형성, 연금, 교통비, 농어촌 정책은 물론 재난·안전 분야까지 폭넓은 영역에서 제도 손질이 이뤄진다. 일상과 직결된 정책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체감도 역시 클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31일 ‘2026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 책자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 책자에는 37개 중앙행정기관이 추진하는 제도 개선 사항 280건이 담겼다. 변화 내용은 분야별·시기별·기관별로 정리돼 국민들이 자신에게 해당하는 정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정부는 그동안 개별 부처 단위로 흩어져 있던 제도 변경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양육·교육 부담 완화 정책이다. 보육수당 비과세 한도는 기존 ‘근로자 1인당 월 20만원’에서 ‘자녀 1인당 월 20만원’으로 확대된다. 자녀 수가 많을수록 세제 혜택을 더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신용카드 등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 역시 자녀 1인당 50만원씩 늘어나 최대 100만원까지 상향된다. 자녀 양육 가구의 가처분 소득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유아 교육·보육 지원도 강화된다. 유아 무상교육·보육비 지원 대상은 기존 5세에서 4세까지 확대된다.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가정에는 학부모 평균 부담 비용으로 분석된 월 7만원이 추가로 지원돼 실질적인 비용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2026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기획재정부


청년층을 겨냥한 자산 형성 및 학자금 지원 정책도 새롭게 마련된다. 만기 3년의 ‘청년미래적금’이 도입돼, 납입액에 대한 정부 기여금 비율이 일반형은 6%, 우대형은 최대 12%까지 적용된다. 소득과 여건에 따라 차등 지원함으로써 청년들의 중·장기 자산 마련을 돕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제도는 소득 구간과 무관하게 모든 대학생과 대학원생으로 대상이 확대돼 학비 부담으로 인한 진학 포기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연금 제도 역시 변화의 중심에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내년부터 8년에 걸쳐 매년 0.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반면,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명목소득대체율은 기존 계획과 달리 2028년까지 40%로 낮추는 대신, 내년부터 43% 수준으로 상향 조정된다. 재정 안정성과 노후 보장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교통과 소비 분야에서는 체감형 혜택이 확대된다. 일정 기준 금액을 초과해 사용한 대중교통비를 전액 환급해주는 ‘모두의 카드’가 새로 도입된다. 고령층에 대한 지원도 강화돼, 65세 이상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K-패스 환급률은 기존 20%에서 30%로 높아진다. 대중교통 이용 부담을 낮추고 이동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농어촌 정책 변화도 주목된다. 인구 감소가 심각한 10개 군 지역에서는 주민 1인당 월 15만원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고 주민 소득을 보전하려는 실험적 정책이다. 이와 함께 마을 단위로 태양광 발전 수익을 공유하는 ‘햇빛소득마을’이 매년 100곳 이상 조성돼 농촌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든든한 한끼 지원’ 사업도 내년부터 시행돼 근로 복지 측면의 보완책이 될 전망이다.

안전과 재난 대응 체계도 한층 촘촘해진다. 폭염중대경보와 열대야주의보가 새로 도입되고, 지진 발생 시 현장 상황을 즉각 알리는 지진현장경보 시스템이 구축된다. 전기차 화재로 인한 제3자 피해에 대한 배상 책임 보장도 확대되며, 기존 민방위 경보 사이렌은 전시 상황뿐 아니라 각종 재난 상황에서도 활용될 수 있도록 기능이 강화된다.

이외에도 교육 분야에서는 교육비 세액공제 범위가 넓어진다.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 가운데 만 9세 미만을 둔 가정은 예체능 학원비도 교육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유아 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도 강화돼 무상교육 지원 대상이 기존 만 5세에서 만 4~5세로 확대된다.

노동시장에서는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320원으로 인상된다. 이는 올해보다 290원, 2.9% 오른 수준이다. 주 4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한 월 환산액은 215만6천880원으로,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 기반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생활 지원도 강화된다. 정부는 중소기업 직장인 5만4천명을 대상으로 아침 또는 점심 한 끼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해, 아침밥은 1천원에 제공하고 점심은 외식 비용 일부를 보조한다.

2026년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기획재정부


금융·세제 분야에서는 투자 과세 체계에 변화가 생긴다. 고배당 상장법인으로부터 받은 배당소득에 대해 종합소득 과세를 적용하지 않는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도입된다. 배당소득 2천만원까지는 14%, 2천만원 초과 3억원 이하는 20%, 3억원 초과 50억원 이하는 25%의 세율이 적용되며, 5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최고 30%의 세율을 부과한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전제로 인하됐던 증권거래세는 2023년 수준으로 환원된다. 코스피 시장 거래세율은 0%에서 0.05%로 조정되고, 농어촌특별세 0.15%는 유지된다. 코스닥과 K-OTC 시장의 거래세율은 0.15%에서 0.20%로 오른다.

지역 소멸 대응 정책도 본격화된다. 인구감소지역 가운데 10개 군의 주민에게는 ‘농어촌 기본소득’ 명목으로 1인당 월 15만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이 지급된다. 대상 지역은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북 옥천, 충남 청양, 전북 순창·장수, 전남 곡성·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등이다. 이와 함께 농어촌 인구감소지역을 여행하는 국민에게는 여행 경비의 50%를 지역사랑상품권 등 지역화폐로 환급하는 사업이 추진된다. 공모로 선정된 20개 지역에서 상반기 중 시행되며, 단체는 20만원, 개인은 10만원까지 환급받을 수 있다. 인구감소지역 주택 취득자에게 적용되던 1세대 1주택 과세 특례는 비수도권 인구감소 관심지역까지 확대된다.

교통·생활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도 도입된다.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국민이 일정 금액 이상을 지출할 경우 초과분을 환급받을 수 있는 무제한 K-패스가 출시된다. 만 65세 이상 고령층은 기존 K-패스의 환급률이 30%로 상향돼 혜택이 강화된다.

생활 규제와 환경 정책도 달라진다. 담배의 정의는 기존 ‘연초의 잎’에서 ‘연초 또는 니코틴이 포함된 모든 제품’으로 확대돼 액상형 전자담배도 궐련형 담배와 동일한 규제를 받게 된다. 먹는샘물에는 라벨 부착이 금지되고, 제품 정보는 뚜껑에 표시된 QR코드를 통해 제공된다. 낱개 판매 제품에는 1년간의 계도기간이 적용되며, 무라벨 제품 비중이 이미 높은 만큼 제도 정착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와 재난 대응 체계도 강화된다. 온열질환자가 급증하는 수준의 기온을 기준으로 기존 폭염경보보다 상위 단계인 ‘폭염중대경보’가 신설되고, 열대야가 예상될 경우 ‘열대야주의보’가 발령된다.

병무 행정에서도 처우 개선이 이어진다. 장병 기본급식비 단가는 2025년 1만3천원에서 2026년 1만4천원으로 인상된다. 1~4년 차 예비군이 받는 동원훈련 참가비는 5만~9만5천원으로 오르고, 급식비 역시 9천원으로 상향된다.

이번 제도 개편은 세제와 복지, 생활 규제를 동시에 손질해 체감도를 높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변화의 폭이 넓은 만큼 국민 개개인이 달라지는 제도를 꼼꼼히 확인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해당 책자를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공공도서관 등에 배포하는 한편, 전용 웹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에서도 열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는 “생활과 밀접한 제도 변화를 국민이 보다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정부 정책이 일상 속에서 더욱 가깝게 체감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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