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소순일기자] 남원시(시장 최경식)가 26일 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한 불용농기계 공개입찰 현장이 예상을 뛰어넘는 열기로 가득 찼다.

남원시 농업기술센터 불용농기계 공개입찰


이날 입찰에는 남원시민과 지역 농민을 대상으로 한정된 조건에도 불구하고 300여 명이 몰리며 농기계 수요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번 입찰은 농업기계화 촉진과 농업인의 경제적 부담 완화를 목적으로 추진됐다. 대상은 소형굴삭기 8대를 포함해 퇴비살포기 등 총 31대의 불용농기계였다. 사용 연한이 지난 장비들이지만, 실제 영농 현장에서는 여전히 활용도가 높아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소형굴삭기의 경우 경쟁이 치열했다. 감정평가액 대비 최고 990%에 달하는 금액으로 낙찰되며 현장을 놀라게 했다. 농작업 기반 정비, 배수로 정비, 소규모 토목작업까지 활용 범위가 넓은 장비 특성상 농민들 사이에서 높은 선호도를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SS운반차 입찰 현장도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감정가 20만 원에 대해 200만 원을 써낸 응찰자가 무려 15명이나 나오며 동점 추첨으로 낙찰자를 가려야 했다. 가격 경쟁을 넘어, 영농 현장에서 이동성과 작업 효율을 좌우하는 장비에 대한 절박함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다.

현장에 참석한 한 농민은 “중고라도 바로 쓸 수 있는 농기계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농기계 가격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이런 기회는 놓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경쟁이 이렇게 치열할 줄 몰랐다”며 “농기계 지원 정책이 더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입찰은 불용자산 처분이라는 행정 절차를 넘어, 농촌 현장의 수요 구조를 보여주는 지표로 읽힌다. 농기계 구입 비용 부담, 고령화로 인한 작업 효율 문제, 소규모 농가의 장비 접근성 한계가 한꺼번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형 장비 위주로 경쟁이 집중된 점은 남원 농업의 구조적 현실을 반영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남원시는 그동안 농업기계 임대사업 확대와 기종 다변화, 임대료 경감 등을 통해 농가 부담 완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번 불용농기계 입찰에 대한 높은 관심은 이러한 정책이 현장 수요와 맞닿아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향후 농기계 보급 정책의 방향을 재점검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불용농기계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장비지만, 농가에서는 충분히 활용 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도 투명한 절차를 통해 농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300명이 몰린 입찰 현장은 그냥 경매 자리가 아니라, 농민들이 체감하는 현실과 정책 수요가 응축된 공간이었다. 농기계 한 대를 둘러싼 경쟁 속에는 여전히 비용 부담을 안고 농사를 이어가는 지역 농업의 민낯과, 실질적인 지원을 바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시사의창 소순일 기자 antlaandj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