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출석한 윤석열


[시사의창=정용일 기자]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중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와 그 이후 과정에서 국가 권력을 사적으로 행사하며 헌법 질서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결심 공판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총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개별 혐의별로는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에 징역 5년, 국무위원의 심의·의결권을 침해하고 외신을 상대로 허위 사실을 전파한 혐의와 비화폰 관련 증거인멸 혐의에 징역 3년, 허위 비상계엄 선포문 작성 혐의에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검팀은 이날 법정에서 “이 사건은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기관을 사실상 사유화한 중대한 범죄”라고 규정했다. 이어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자의 불법 행위로 대한민국의 법질서가 심각하게 훼손됐고, 피고인을 신임해 선출한 국민들 역시 큰 상처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특검팀은 특히 윤 전 대통령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책임을 인정하거나 국민에게 사과하기는커녕,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과 위법성을 둘러싼 자신의 주장을 반복해 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법치주의를 다시 바로 세우고, 향후 최고 권력자에 의한 권력 남용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는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운영 방식이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의 외형만 갖추기 위해 자신에게 우호적인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했고, 그 결과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국무위원 9명의 헌법상 권한인 계엄 심의·의결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이에 특검은 지난 7월 윤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 했다.

특검팀은 또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해제 이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부서한 문서에 의해 계엄이 적법하게 이뤄진 것처럼 보이도록 허위 선포문을 작성했다고 보고 있다. 이 문서는 대통령기록물이자 공용서류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윤 전 대통령이 이를 파쇄해 폐기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 특검의 주장이다.

아울러 ‘헌정질서를 파괴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취지의 허위 내용이 담긴 프레스 가이던스(PG)를 외신에 전달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이와 함께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과의 비화폰 통신 기록 삭제를 지시하고, 대통령경호처를 통해 올해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도록 한 혐의 역시 재판부의 판단을 받게 됐다.

특검팀은 이러한 일련의 행위들이 단순한 직권 남용을 넘어 헌정 질서 전반을 위협한 중대 범죄라고 보고 있다.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따라 전직 대통령의 형사 책임과 권력 남용에 대한 사법적 기준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법조계에선 "1심 선고를 내년 1월 16일로 예상하고 있다"며 "예정대로 결심 공판이 진행된다는 전제 하에 내년 2월 법관 정기 인사 이전에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용일 기자 city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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