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의창=원광연 기자] 김건희 여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해 온 민중기 특검팀이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과 김 여사의 오빠 김진우 씨, 모친 최은순 씨 등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며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번 수사 과정에서 김 의원이 특검의 첫 압수수색 당일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과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식사 회동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며, 형사적 책임을 넘어선 정치적·도덕적 파장이 거세질 전망이다.
특검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의원은 특검이 국토교통부와 관련 업체들에 대해 첫 강제수사에 착수한 지난 7월 14일,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 도중 자리를 비우고 인근 대리점에서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시점이 수사 개시 12일 만에 이루어진 첫 압수수색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 의원이 향후 자신에 대한 수사를 예견하고 통신 기록 및 메시지 등 핵심적인 디지털 증거를 사전에 인멸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조사에서 “당일 아침 휴대전화를 분실해 급히 교체했을 뿐”이라며, 압수수색 계획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분실 경위와 장소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논란은 재판 과정에서도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특검은 2013년 10월경, 당시 양평군수였던 김 의원이 여주지청장이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 양평의 한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윤 전 대통령이 직접 식사를 제안하고 비용을 결제한 것으로 알려진 이 만남은, 그간 두 사람의 친분설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과거 “내가 허가를 잘 내줬다”거나 “장모님 일로 (윤 전 대통령이) 미안해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다만 김 의원은 이번 조사에서 “기관장 간의 통상적인 만남이었으며, 개발 사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특검은 김 의원이 군수 재직 시절부터 윤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고,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시행사 ESI&D에 개발부담금 ‘0원’ 결정 등 실질적인 특혜를 제공했는지 집중적으로 추적해 왔다. 실제로 해당 업체는 800억 원대 수익을 올리고도 부담금을 면제받았으며, 김 의원은 이후 국회의원 신분으로 김 여사 일가의 토지가 포함된 강상면으로 고속도로 노선을 변경해 달라는 요구를 한 정황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특검은 여러 정황에도 불구하고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김 의원 사이의 직접적인 지시나 보고 체계를 입증할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은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특검은 양평군에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 등을 적용해 관련자들을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종결했으며,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사건은 수사기한 만료에 따라 경찰로 이첩하기로 했다.
현직 국회의원이자 전직 지방자치단체장이 대통령 일가의 개발 사업과 얽혀 재판에 넘겨진 이번 사건은 권력 유착 의혹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수사 직전의 휴대전화 교체와 과거 검찰 간부와의 비공식 접촉이 확인된 만큼, 향후 법정에서는 삭제된 데이터의 성격과 부담금 산정 과정에서의 부당 개입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법부의 판단과 별개로 고위 공직자로서의 도덕적 책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정치권의 무거운 과제로 남게 되었다.
시사의창 원광연 wina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