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쿠팡 물류센터 앞 배송차량 모습./연합뉴스


[시사의창=원광연 기자] 쿠팡이 창사 이래 최대의 복합 위기에 봉착했다. 견고했던 이용자층의 이탈이 수치로 확인되는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이 사상 유례없는 고강도 제재를 예고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단순한 보안 사고 처리를 넘어, 외국계 빅테크에 대한 한국 사회의 규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콘크리트 지지층’ 균열… DAU 1,400만 명대 주저앉아

23일 데이터 분석 기업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쿠팡의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는 1,488만 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0월 이후 유지해 온 ‘1,500만 명’ 심리적 저지선이 두 달 만에 무너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탈팡(쿠팡 탈퇴)’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불거진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실제 트래픽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급격한 붕괴보다는 완만한 하락세가 관측되는데, 이는 ‘생활 인프라’로 자리 잡은 플랫폼의 관성적 소비 패턴과 소비자의 정치적·윤리적 분노가 충돌하며 나타나는 ‘한국형 소비자 운동’의 복합적인 단면을 보여준다.

◇ 좁혀오는 포위망… “망할 수도 있다” 초강경 대응

이탈하는 민심보다 더 뼈아픈 것은 정부의 ‘초강경 모드’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쿠팡의 보안 취약점 점검부터 다크웹 정보 유통 감시, 디지털 취약계층의 탈퇴 지원까지 아우르는 범정부적 대응에 착수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기업이 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심어줘야 한다”며 영업정지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이에 발맞춰 국세청은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조사4국과 국제거래조사국을 동시에 투입했다. 이번 세무조사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등 국내 계열사는 물론, 미국 델라웨어 본사와의 내부거래 및 소득 이전 구조 전반을 정조준하고 있어 사실상 외국계 본사 구조 자체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 ‘김범석 소환’ 압박… 5개 상임위 연석 청문회 개최

국회의 칼끝은 김범석 의장을 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30일과 31일, 과방위·정무위 등 5개 상임위가 참여하는 이례적인 ‘연석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확정했다. 이번 청문회는 정보 유출뿐만 아니라 노동 문제, 불공정 거래, 택배사업자 등록 취소 여부까지 다루는 ‘총체적 진단의 장’이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총수)’ 지정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외국계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지배구조 문제를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에 힘입어,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명시해 감시 의무를 강화하려는 입법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 韓 플랫폼 규제의 ‘분수령’ 될 연말

전문가들은 이번 쿠팡 사태가 네이버나 카카오가 겪었던 ‘기술적 리스크(장애·보안)’와는 차원이 다른 ‘종합 리스크’라고 진단한다. 개인정보, 노동, 조세, 지배구조 이슈가 한꺼번에 폭발하면서 규제의 범위가 개인정보위·국세청·공정위·국토부 등 전 부처로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개별 기업의 일탈을 넘어, 한국 정부가 거대 외국계 플랫폼 자본을 어떻게 통제하고 규율할 것인가를 결정짓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가올 연말 청문회와 세무조사 결과는 내년도 플랫폼 규제 및 데이터 주권 입법의 강도와 방향을 가를 결정적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시사의창 원광연 winad@hanmail.net